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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독립영화 & 디지털 장편영화 제작지원 심사결과를 보고.

2005년 05월 28일 23시 23분 47초 1309 4 4
2005년 독립영화 & 디지털 장편영화 제작지원 심사결과를 보고.


가난한 독립영화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독립영화 및 디지털 장편영화 제작지원>의 심사결과를 잘 보았습니다. 우선 선정되신 분들께는 축하의 인사를, 탈락하신 분들께는 위로의 마음을 전해 봅니다. 적지 않은 작품들을 심사하시느라 애쓰셨을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심사결과 및 심사평을 보면서 어딘가 맘 한구석이 답답해 오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답답함이 난생 처음 이런 게시판에 글을 적게까지 하는군요.
심사평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번...심사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심사 결과를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역시 이번 심사평 및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번 영진위의 공모전에도 주위의 많은 지인들이 출품하고 지원을 했습니다.
그중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눈물겨운 악전고투를 거듭하며 작업해 온 이들의 작품들도 있었구요. 제가 속해 있는 학교의 쟁쟁한 교수님들이나 그 분야의 권위자분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작품들이 모두 탈락했는가 하면, 외면을 받았던 작품이 선정된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들 모두의 작품을 오랫동안 객관적으로 지켜봐 온 입장에서...이번 영진위에서의 심사 결과는 고개를 갸우뚱 젓게 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 방면의 최고 권위자인 선생님들이 일년 가까이 독려했던 우수한 작업들이 이번 영진위 공모전에선 단 닷새 동안의 심사를 통해 탈락되고 말았습니다. 심사평에서 쓰신데로라면...탈락됨으로써, '기본도 못 갖춘 작품'으로 전락되면서까지 말입니다.
당연히 지원작으로 선정되리라 믿었던, 심사위원님들의 선배격인 교수님들마저도 아낌없는 격려와 칭찬을 받았던 작품들이 의외로 탈락된 데 대하여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행여나, 그들의 가련한 열정이 상처받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뭐, 그런거죠. <햇빛 자르는 아이>가 처음엔 국내 영화제 등에서 모조리 낙선되며 외면 당했다가, 그후 해외 영화제를 휩쓸면서 뒤늦게 역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웃지 못할 전설도 떠오릅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그 영화의 진가를 알아 볼 만한 혜안을 가졌던 이가 하나도 없었던 것인가요. 해외를 한참 돌아 우리나라에 돌아 올 때쯤, 많은 이들은 뒤늦게 입을 모았죠. '놀라운 수작' 운운하면서요.




개인적으로는...출품하신 분들의 모든 작품을, 선정되신 분들의 모든 작품을, 탈락하신 분들의 모든 작품을 존중합니다. 결코 쉽게 쓰여진 작품은 그 어느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일견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 나오는 이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이곳은 건강한 의견이 교류될 수 있는 곳이리라 믿어 봅니다. 심사위원님들께서도 지원자들에게 귀한 일침을 가하셨듯이...심사과정을 지켜 본 사람들 또한 가슴 속의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드릴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심사위원 분들께는 그다지 감동이나 일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원자들의 작품을 평가하고 재단하실 만큼의 실력자라고 전혀 느껴지질 않습니다. 요컨대, 심사위원님들조차도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장-단편 영화 두어편을 만들었다고 해서, 해외에서 유학했거나 해외 영화제에서 상 한두번 받은 필모그라피가 그 사람의 실력에 대한 보증수표가 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피와 눈물로 영화 몇편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거나, 머리로만 영화를 논할 수 있는 분들도...역시 훌륭한 심사위원의 요건은 아닙니다.
기억하십니까? 현란한 비평들을 전시하는 평론가들의 평론 또한, 얼마든지 메타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사이트에 올리신 심사평만 해도,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얼마든지 메타 비평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원자들 중에는 심사위원님들의 강의를 이곳 저곳에서 들었던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저도 역시 그렇구요. 잔잔한 감동으로 가르침을 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역시 외람되지만) 상상도 못했던 그 무지함과 무성의함에 경악했던 기억도 또한 남아 있습니다.
어설픈 담론을 전시하며, 너무도 개인적인 아집에 사로잡힌 채 성의없이 강의를 진행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철저히 타자의 입장으로 보건대, 이번 공모전만 해도 탈락된 몇몇 지원자들은 심사위원보다 오히려 더 탁월한 실력자인 경우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분발해야 할 쪽은 지원자 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원자들에게 들이 댄 거울을 심사위원님들에게도 한번 되돌려 비춰 보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영진위 측에 외람된 말씀을 올려도 될런지요.
영진위의 <독립영화 및 디지털 장편영화 제작지원>는 여전히 굴지의 공모전이지만, 소소한 잡음도 들려 옵니다. 심사위원 선정에 있어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분들을 엄선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령 김동원 선생님처럼 몸과 마음과 머리의 사유가 일치되신 분이라면...그런 분들이 많으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땀과 눈물로 쓰여진 작품들을 ‘심판’하실 분들이라면, 적어도 비범한 혜안과 개인과 사회에 대해 진지한 성향을 지닌 분들을 모셔 주십시오.


부족한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충심 어린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는 사실을 부디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영진위 공모전이 아직도 '영화를 꿈'이라 믿는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길 바랄 뿐입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onymous
글쓴이
2005.05.29 16:31
허허... 떨어지셨나..
anonymous
글쓴이
2005.05.29 21:46
스탶으로 참여한 영화가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서 무척 기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응모 마지막날까지 기집행 예산안을 엑셀로 작업하며 전자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었었는데...

사실 ... 아시죠? 영화사이름으로 나오는 거나, 신춘문예나, 막동이나, 영진위나 그 어디에서 내거나 상관없이 시나리오 공모전, 제작지원 공모전, 기타 많은 공모전들에 들려오는 잡음들.
심사위원중에 학연, 지연, 기타 등등으로 아는 사람이 있으면 슬쩍 - 보이지 않는 가산점이 생긴다는 것을.
실제로 어떤 감독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그 감독의 지인이 이번에 *** 공모전에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들어가니
꼭 응모하라고 말을 흘린 적도 있습니다. 뭐, 4년전 이야기이지만, 게다가 얼마나 형편이 없었는지
지인이 심사위원으로 들어갔는데도 그 시나리오는 수상에 실패했지만...

먼저 발표된 4편의 장편영화 제작지원 결과도 우습지요.
심사위원이 ***대표인데 4편 제작지원작중 1편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영화사 PD가 응모한거고
또 한편은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응모한 것이었지요.
또 다른 심사위원은 **영화사 사람과 연줄이 깊은데 그 영화사 PD가 낸 프로젝트가 최종지원작으로 나와있기도 했고요.

응모자가 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연줄을 유추, 제작지원작을 선정했다면
제가 참여한 작품의 선정결과도 기뻐할 수 만은 없는 것이겠지요.
물론 저는 시나리오가 맘에 들어서 참여했고 작업도 즐거웠지만...

앞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받지 않고
진정 작품으로만 평가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독립영화제작지원 , 독립 만세!를 외칠 수 있는 그날까지 건승!
anonymous
글쓴이
2005.05.31 10:40
아아.. 그런데.

'가련한 열정'이라니요?

별로 듣기 좋지 않은 겸손이로군요.. ㅡ_ㅡ;

애쓰지 않은자 어디있겠습니까?

혜택의 경우가 적은 만큼..

한숨만 늘 뿐입니다.

힘내십시오.

힘내자구요.
anonymous
글쓴이
2005.05.3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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