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인가 나는..
눈먼 연극표를 손에 쥐고, 눈뜨고 처음 발을 들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로비에서
생애 처음 피부로 접할 연극이라는 공연예술의 관람을 앞두고, 안면없는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대대손손'으로 극명을 기억하는데, 갑작스레 연출가의 신상이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그날 출연자 중 한사람이었던 박해일의 눈빛은 또렷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표를 보여주고 들어선 곳에서부터 관람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고개에 허리 숙여가며
시골 들녘에 허수아비맹키로, 홀로다가 환영인사를 하던 참으로 수더분해 보이던 그의 모습탓도 있고,
홀로 무대에 올라, 조분조분 공연중 핸드폰 사용과 관련한 양해의 뜻을 전하던 그가, 곧 마치는가 싶더니,
( 그가 극의 첫장면이었는지 ) 순간... 아주 순간 눈빛깔이 놀랄만큼 바뀌며 대사를 읊기시작하는데..
그 찰라의 눈빛 ..... 그 찰라의 눈빛은 '연-기라는 기' 에 무지했던 나에게 무척 인상깊던 퍼포먼스였으며
값어치 있는 무언가 였기에 다소곳이 기억할 이유를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였다.
배우라는 예술쟁이들의, tv 화면이나 영화의 스크린에 가려지지 않은 날것의 선명한 기예를 보았달까
아 !
그날의 새로움을 다시 한번 보고잡다,
내게서든지.............
누구에게서든지.............
오늘은 왠지... 나를 숨기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