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기 좋게 일지를 올려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 계획은 허물어야 하겠네요. 옛일 요즘일 생각나는대로 막 뒤섞어보렵니다. 제 멋대로예요.)
-요건 지난 이야기-
2003년 한해가 그렇게 훌쩍 지나는 동안
껍질 벗고 새살 돋기를 수없이 거듭한 '꽃봄' 시나리오는
12월의 어느날, 세상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네, 사실 그 즈음을 전후로 해서 다소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는가 싶기도 했었어요.
그랬었죠.
그러다가, '에잇'하고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전달하게 된 배우가 있었으니..
"앞으로 내가 자장면 시킬 때, 군만두를 서비스로 주는것은, 날 두-번 죽이는 일이라-며...."
(이런거 하지 말까요?)
아무튼, 최민식씨였지요.
며칠 뒤, 최민식씨 측에서 시나리오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고,
결국, 감독님과 만남의 자리도 마련되었죠.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 '배우'는 '감독'에게 말합니다.
"누구냐 넌?"
(이런거 정말 하지 말까요..?)
그 뒤로 조금씩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다가..
2004년 새해를 맞으면서 결판이 나게 됩니다. 꽝!
주인공 캐스팅을 위한 접촉은,
그렇게 한방에, 첫번째 후보였던 배우님과의 만남만으로 끝이 나 버린거예요.
모두들 즐거워 했습니다.
아.. 시나리오 작업이 막 시작될 즈음인가요?
몇몇 배우들을 늘어놓으며 감독님이 제게 물으셨었죠.
(건망증이 있으신지, 자꾸 묻고 싶으셨는지, 한 두세번쯤)
"주인공으로 누가 좋겠냐?"
그 때의 제 대답도, 지금의 결과와 다르지 않았었죠.
감독님도 그러셨다지만, 저 역시 글 작업 도우면서 내내 최민식씨를 떠올렸었고..
'꽃봄'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트럼펫을 불어야 합니다.(더불어 색소폰도)
그래서 최민식씨는 요즘 트럼펫연주에 열을 올리고 계신데요.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래는, 최민식씨가 처음으로 연주수업(?)을 받은 다로 다음날(빠르긴 하더군요)
'스포츠 X선'에 자랑스럽게 등장한 기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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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색소폰을 불어? - 첫 멜로 도전…직접연기위해 교습
'올드보이' 최민식이 색소폰 연주자로 변신한다.
최민식은 내달 크랭크인하는 새 영화 '밴드부 선생'(감독 유장화)의 주연으로 발탁돼 7월중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밴드부 선생'은 폐광을 앞둔 탄광촌의 한 작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선생님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작품. 실제 폐광촌인 강원도 정선 등지가 주요 촬영지다.
색소폰을 연주하며 돈벌이를 하던 최민식이 서울을 떠나 강원도 오지의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하지만 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리자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밴드부를 만들고
읍내 스탠드바의 색소폰 연주자로 나선다는 스토리.
제작은 애니메이션 판타지 '마리 이야기'로 알려진 '씨즈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올드보이'의 빅히트 이후 충무로에선 최민식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해
그의 차기 출연작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 사실.
그러나 최민식은 뛰어난 작품성의 시나리오에 감명받아 선뜻 '밴드부 선생'의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금까지 출연작중 처음으로 멜로 연기에 도전하는 것이라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더욱이 최민식은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색소폰 연주 연기를 하기 위해 최근 색소폰 교습을 받기 시작했다.
< 황수철 기자 mi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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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죠?
그 신문 펼쳐들고 사무실 사람들 눈이 모두 동그랗게 된것은,
'꽃봄' 기사 옆에 있던 '월드컵 미나(?)'의 도발적이고 쎅씨한 사진때문이 아니었습니다.(저는 그랬지만)
영화 소개에서,
제목 틀리고, 감독이름 틀리면 뭐가 남는지 누가 좀 알려주세요.
'꽃봄'을 알고 있던 분들중 일부는,
그 사이에 제목이 '밴드부 선생'으로 바뀐거냐며 의아해 하기도 했다지요.
게다가 '꽃봄'은..
7월중에 관객들과 만나기도 싫고,
배경이 고등학교도 아니고,
촬영지가 정선도 아니고,
그 학교를 폐교시킬 생각도 없고,
새로 밴드부를 만들지도 않고,
주인공이 색소폰(을 불긴 하지만) 연주자도 아니고..
또....
연출부 윤모 형님 말씀하시길,
기사 내용중 한문장에 한가지씩은 오류가 있다고.
'뛰어난 작품성의 시나리오에 감명받아..'는, 음.. 뭐.. 그런대로.. 사실에 충실한.. 기사라 보여지고....
-요건 오늘 이야기-
오늘 최민식씨가 사무실엘 다녀가셨어요.
스탶들 모두가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가볍게 전체 인사차.
웃으면서 들어서던 최배우께서 던진 첫 대사가 이랬죠.
"왠 영화사가 시장통에 있어요?" (아.. 물론 한번 웃자고 꺼내신.. 대체 시장이 어디있단 말인가.)
잘 웃습니다. 또 웃네요. 한번 더 웃어주시고.
최민식씨는, 이제 조금씩 트럼펫의 맛을 알겠다 하시고,
트럼펫 선생님은, 저 입술 부르튼 것좀 보라며, '최민식씨가 참 독하다.'고 말해주었지요.
잠시나마 최배우님 마주 대하던 제 머릿속엔,
여러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고 전해지는군요.
....
아무튼, 감독님과 한참 이야기 나누다가.. 그렇게 다녀가셨고.
노천온천엘 다 같이 한번 가야겠다고 늘 말씀해오시던 감독님과,
연출부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언제 또 오게될지 모른다는 조감독님의 판단이 더해져.
감독님과 연출부들은 저녁시간 잠시 짬을 내어 도심 한복판의 '온천물 나오는' 찜질방엘 갔습니다.
물에 몸 담그려니 홀딱 벗었겠죠. 다 벗었으니 다 봤을 겁니다. 무엇을. 모든것을.
연출부 중에 여자분도 한 명 있어요. 그래서. 무엇을. 아무것도.
개인적으론,
그 찜질방이란 곳에 다닥다닥 누워 있거나, 앉아 있거나, 끌어안고 있거나, 주물러주고 있거나, 비비고 있는,
'그런 식'으로 여유롭고 밝은 사람들의 모습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어쨌든, 우리들도 그들 틈에 자리잡고서....
식혜와 구운달걀과 팥빙수를 집어넣었고.
꽃봄 이야기와 땀과 깨스(누구?)와 얼마간의 피로감을 뱉어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은.. 참 마무리가 잘 안지어지는 그런 글이예요.
요리조리 잘 돌려치고 끌어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오늘 이상하게 잘 안되네요.
밤새 마신 술탓인지.
최배우님의 웃는 얼굴 탓인지.
그냥 이쯤에서 투박하게 끝내야겠어요.
* 진짜 작업스러운 내용보다 조금씩 겉도는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것 같은데, 차차 개선해 보겠습니다.
* 사무실서 매일 만나는 누군가는, 제 작업일지가 너무 가식적이라고 자꾸 뭐라 하십니다.
딱 들켜버린거예요. 그렇다고 무슨 거짓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쩔까. 들킨김에 어쩔까. 확 어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