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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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조카와 나 2

vincent
2004년 05월 16일 02시 12분 33초 1107 7 14
"수현이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엄마 되고 싶어."
"엄마가 되서 뭘 하고 싶은데?"
"응... 결혼하고 싶어."
"누구랑?"
"아빠랑."
"아빠는 엄마랑 결혼했는데?"
"정말?"
"그래, 엄마랑 아빠랑 결혼해서 널 낳은거야."
"거짓말!"
"진짜야."
"이럴 수가!"
"..."

- 1주일 후 -

"수현이는 아직도 아빠랑 결혼하고 싶어?"
"아니. 김형탁이랑 결혼하고 싶어."
"김형탁? 김형탁이 누군데?"
"멋진 오빠야 김형탁은."
"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오빠구나? 왜 김형탁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나한테 이쁘다고 했어."
"..."

- 다시 1주일 후-

"할아버지.. 수현이는 멋진 오빠랑 결혼하고 싶대요."
"할아버지 수현이 결혼하고 싶어요."
"오.. 우리 수현이 결혼하고 싶어?"
"네."
"누구랑?"
"멋진 오빠가 있대요. 수현이한테 이쁘다고 했대요."
"고모! 그런 말을 왜 해!!"
"수현이 남자친구 생겼구나?"
"네."
"이름이 김형탁이래요."
"고모 얘기하지 마!!"
"수현이 남자친구 이름이 김형탁이야?"
"난 김종하랑 결혼하고 싶은데..."
"어, 너.. 저번에 김형탁오빠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잖아."
"이젠 별로야. 난 김종하랑 결혼할거야."
"왜? 왜 김종하가 좋아졌는데?"
"잘 생겼어. 되게 멋져."
"김형탁도 멋지다며?"
"아냐. 김종하가 더 멋져. 김종하가 나랑 결혼하재."
"..."

조카는 요즘 김종하와 목하 열애중입니다.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면,
그 둘은 늘 다정하게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형탁오빠는 조카를 못잊고 아직도 이쁘다고 한답니다.

조카에게 공주병 증세가 엿보입니다. -_-;;
정말 걱정입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uni592
2004.05.16 13:08
애를 너무 오냐오냐 키우시는거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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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04.05.16 16:21
아는 누나 조카는
어느날 갑자기 우뢰맨자세를 취하더니
손끝으로 고모를 향해 광선을 쏘더랩니다.
"노처녀맨!" 을 외치면서.
vincent
글쓴이
2004.05.16 20:45
그 광선이 제 폐부를 찌릅니다. -_-;;;
revo89
2004.05.19 02:03
제 조카는 사과먹고 쓰러지던데..... 독사과 먹었다고....누굴 의미하는지 아시죠?
vincent
글쓴이
2004.05.20 01:58
오랜만이에요 레보님!!
레보님 조카는 진정한 공주님이시군요. 물론 잠도 많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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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jam75
2004.05.20 03:08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구찌나 버버리 의상을 입히라고 사오는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둔
재벌집으로 시집간 아는 언니의 딸은 과연 어떻게 자라날까요??? 아, 인간의 굴레.....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커야할텐데, 편견도 없고 훌륭한.

우리 조카들이 보고싶네요. 가끔 날 악마로 만들긴 하지만... 가난한 집에 태어난 우리 조카들....
vincent
글쓴이
2004.05.25 03:50
펄잼님의 '아는 언니'를 믿어보세요.
저는 가끔 우리 조카가 악마처럼 보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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