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369 개

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그 사람을 가졌는가

panicted
2003년 05월 01일 00시 07분 20초 1137 18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의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 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전
41 / 69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