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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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좀비
2003년 04월 21일 01시 06분 02초 1040 1 19
어제.

비가 내리는 일요일.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흐느끼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화를 받으시는 어머니와 통화하기란 그다지 편치 못한 시간이었습니다.

" 저 내일 촬영 때문에... 늦게 가요... "

... 그런데 말이죠

슬픔에 못이겨 눈물이 흐르거나...

어릴적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물밀듯 몰려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저 말 한마디를 내뱉기란 그다지 쉽지 않았다는거죠...

곰곰히 생각하니...

정말 할아버지와 저...

함께 있었던 시간을 생각하기란 너무나 힘든 ... 동떨어진 장소에서 ... 너무나 긴 각각의 시간을 보냈었군요

그래도...

조금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걸 보면 피는 ... 물보다 진한가 봅니다

할아버지.

이제. 호흡기 떼고. 편히 주무세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bara
2003.04.21 12:00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너무 상심마세요.. 좋은 곳에 가셨을꺼예요..
저도 재작년인가 외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봤거든요. 말없이 잘해주셨었는데.
울집 놀러오셨다 주무시고 가실때, 저랑 같은 방을 쓰셨거든요.
내 잠버릇이 한고약하거든여.. 회전은 기본이고 발차기까지..
근데 나도 내가 그런걸 다 아는데, 다음날 아침에 여쭤보면 편히 주무셨다고 하시더군요.--+
할머니 돌아가실 때, 정말 후회했답니다.
특별히 못한 건 없지만 그제서야 할머니 손을 꼭 잡아봤거든요.
살아계실 적에 이렇게 손 좀 잡아드릴껄 하면서.
아무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을 때 잘하자구여..난중에 후회말고..^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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