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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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대단하신 장사익 아저씨님.

sadsong sadsong
2002년 09월 11일 20시 32분 56초 2024 1 3
벌써 여러해전 티비에서.

한복을 잘 차려입은 한 아저씨
마이크 앞에두고 잔잔히 노래를 하시는데,
민요인지 판소리인지.
인자한 맑은 웃음.

잔잔하던 목청, 뒤로 갈수록 폭발하기 시작하는데,
노래가 완전히 끝날때까지 나는
눈한번 뗄 수 없었고,
귀한번 방심할 수 없었다.

온몸엔 소름이 돋아
내 가죽이 인간의 그것인지 닭의 그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에 다다르기도 했다.

노래제목은 '찔레꽃'이었는데
신비로운 한복 아저씨의 이름은 그때 미처 알지 못하였다.

민요를 마치 롹커의 울부짖음처럼 질러내던 아저씨정도로만
기억하고 살다가,
다시한번 떠올리게 된 것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명동 중앙극장에서
영화 "어둠속의 땐서"를 보던 중이었는데,
극중 쎌마(Bjork)가 살인을 하고 난 뒤에쯤
부르던 노래가 아니었나 기억되는(아닐지도 모름.)
"Scatterheart"를 듣는 순간이었다.

"You are gonna have to find out for yourself...."라고 반복되는
그 곡의 후렴구를 듣는 순간,
아! 저 멜로디.... 저 멜로디.... 뭐였더라.... 어디서 들었었지?

그건 바로 그때 그 노래 "찔레꽃"의,
-역시 후렴구였던-
"찔레꽃처럼 울었지...."의 멜로디가 아닌가.

아무튼, 우연히 그렇게 또 기억밖으로 나온 그분.

그 뒤로도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 '민요롹커' 아저씨의 이름이  '장사익' 이란걸 알게 되었는데,
존재를 몰라왔던 것이 이상할만큼 유명한 소리꾼이었고,
노래들을 모조리 찾아 듣게 되었고,
그리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 뒤에 공연장에서 직접 들어본 소리는 전율 그 자체였고....


새삼 이런 글을 쓰고 있는건,

얼마전 있었던 남북 축구경기에 앞서서
장사익 아저씨가 '아리랑'을 부른다는걸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축구에 대한 관심없음, 또는 축구 및 히딩크님에 대한 필요이상의 열기에 대한 반감으로-
티비를 켜지 않았다는 것이 뒤늦게 아쉬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2002년 9월 13일에 있다는
양평 상원사라는 절에서의 "가을 산사 음악회"에서
장사익 아저씨도 한바탕 소리를 들려주신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여유가 되면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오늘 창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가을바람과 양평과 산과 절과 장사익님의 어울림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절에 가고싶다.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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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보니 찾아온 곳 없네
돌아와보니 돌아온 곳 없네
다시 떠나가 보니 떠나온 곳 없네
살아도 산 것이 없고
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
해미가 깔린 새벽녘
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
겨자씨 한 알 떠 있네

'허허바다'   -장사익- (정호승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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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wanie
2002.09.12 13:48
장씨 아저씨의 봄비... 나를 죽여주던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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