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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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4월은 가장 잔인한 달.....(황무지)

sandman sandman
2002년 01월 04일 15시 29분 30초 1540 2
해마다 4월이 되면
누구나들 위의 문구들을 떠올리곤 한다.

오늘 왜 이 시가 생각났을 까?

아마도 엘리엇이 이야기하는 4월이
가장 잔인 한 달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마치 오늘의
그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눈덮힌..
어쩌면 추할 수도 있는
이 세상을 하얀 눈들이 가득 덮어
백색의 세상으로 만들고 있을 때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아마도
4월 달에 눈이 녹기 시작하는 가 보다...

그래서 4월이 되면 순백의 세상은 하나 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눈이 녹아 질퍽한 도시의 거리는
원래 부터 세상이 질퍽한 느낌의
그대로를 보여 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눈이 녹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의미도 모르고 위의 문구를 떠들며
방송에 멘트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

너희가 정녕 그 문구의 뜻을 아느냐고

물어 보고 싶었다....

오늘은 정녕 엘리엇이
느꼈을 만한 느낌 그대로이다.
눈이 녹아 땅은 질퍽 거리고...

추신..
참고 삼아 영어 원문과 번역을 퍼 왔습니다.
지연이의 홈페이지라고 되어 있네요.

링크 해 놓았습니다.


황무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시로,
모두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부는 <죽은 자의 매장>,
2부는 <체스 놀이>,
3부는 <불의 설교>,
4부는 <수사>,
5부는 <천둥이 한 말> 로 되어있다.

이 작품은 정신적 메마름, 인간의 일상적 행위에
가치를 주는 믿음의 부재, 생산이 없는 성(性),
그리고 재생이 거부된 죽음에 대한 시이다.

The Waste Land


"Nam Sibyllam quidem Cumis ego ipse oculis meis vidi in ampulla

pendere, et cum illi pueri dicerent: Sibulla ti qeleiz; respondebat illa:

apoqanein qelw."


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

황무지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무녀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지요.<죽고 싶어>


보다 나은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I. The Burial of the Dead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Summer surprised us, coming over the Starnbergersee

With a shower of rain; we stopped in the colonnade,

And went on in sunlight, into the Hofgarten,

And drank coffee, and talked for an hour.

Bin gar keine Russin, stamm' aus Litauen, echt deutsch.

And when we were children, staying at the arch-duke's,

My cousin's, he took me out on a sled,

And I was frightened. He said, Marie,

Marie, hold on tight. And down we went.

In the mountains, there you feel free.

I read, much of the night, and go south in the winter.

I. 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 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태공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What are the roots that clutch, what branches grow

Out of this stony rubbish? Son of man,

You cannot say, or guess, for you know only

A heap of broken images, where the sun beats,

And the dead tree gives no shelter, the cricket no relief,

And the dry stone no sound of water. Only

There is shadow under this red rock,

(Come in under the shadow of this red rock),

And I will show you something different from either

Your shadow at morning striding behind you

Or you shadow at evening rising to meet you;

I will show you fear in a handful of dust.

Frisch weht der Wind

Der Heimat zu

Mein Irisch Kind

Wo weilest du?

'You gave me hyacinths first a year ago;

'They called me the hyacinth girl.'

-Yet when we came back, late, from the hyacinth garden,

Your arms full, and your hair wet, I could not

Speak, and my eyes failed, I was neither

Living nor dead, and I knew nothing,

Looking into the heart of light, the silence.

Oed' und leer das Meer.

....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인자여, 너는 말하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 주나?>

'일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하지만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

...

생략입니다...

(근데 붙혀 놓으면서 읽으니 또 마음이
차악 가라 앉아 버린다.
오늘의 하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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