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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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편협한 인간으로 세상살기

변두리
2001년 12월 27일 04시 38분 22초 1060 2 4
얼마 전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다. 야밤이라 술에 취한 사람들과 뒤늦게 귀가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뒷좌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내 앞엔 40대 초반의 남자가 앞좌석에 앉는다. 곧이어 다음 정거장에서 두 명의 30대중후반의 여성들이 타고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았고 그때였다. "무슨 남자가 이래?"

40대의 대머리 벗겨진 남자 옆에 앉은 한 명의 30대 중반의 여성이 승객들이 모두 듣기를 원하듯 큰소리로 지껄이고 있었다. 이유인 즉은 남자가 두명의 여성이 자신들이 같이 앉기 위해 남자에게 자리를 바꿔 앉자는 것이었다. 그 여자의 지껄임은 끊이지 않고 집요했다. 다시 한번 큰소리로 대머리 남자에게 창피를 안겨준 다음 이내 부드러움 목소리로 다시한번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였다. 남자는 그저 고개만을 젓고 있다.

"남자가 좀스럽게 그러냐?" 이내 여자에게 다른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자신이 승객들의 여론을 주도하듯 태도는 더욱 당당해진다.  "저랑 무척 친한 언니랑 같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자리를 좀 바꿔 달라고 하는데 무슨 남자가 양보를 안 하네요?"
역시 언성이 높았다. 남자는 창 밖을 바라보고만 있다. 이런 여자들에겐 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밖에 없다. 남자의 신사적인 모습과 남성으로써의 의무를 강요한다면, 설령 모든 나쁜 것은 남성성이고 올바른 것은 여성성이라고 규정짓는다면 그 여성은 분명 폭력성을 가진 남성성을 지닌 여성(?)일 것이다.  이럴경우 대머리의 남자는 자신있게 자신의 성기를 잘라 그 여자 손에 쥐어주면 된다. 그리고  "더러워서 남자 안한다!" 라고 한마디하면 된다.

분명 남자던 여자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창 밖을 그저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다. 실연을 당했거나 자신인 원조교제를 하고 있던 고등학생에게 바람을 맞았거나-만약 이 경우에 든다면 버스 타고 다니면서 원조교제를 한다는 것은 웃긴 일이다.- 하는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배제하더라고 그저 창 밖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다. 더욱이 혼자 버스를 탈 경우는 더욱 그렇다. 통로 쪽에 앉았을 경우에는 통로에 있는 사람들을 옆모습을 바라봐야하고 잘못하면 노인들이 타면 자리를 양보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창쪽에 앉았을 경우는 나가기가 힘들다는 위안을 삼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통로쪽에 앉아 다른 소일거리를 찾는 것도 힘들다. 다시 시선을 창 쪽으로 돌리면 창 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여성이라면 자신을 좋아해서 쳐다본다는 생각에 인상을 쓰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는 더욱 재수없는 경우다. 그렇다고 책을 읽을 수도 없는 일이다. 차가 붐비기라도 하면 나의 팔을 치고 지나다며 독서를 방해할테니 말이다.

  어째됐던 그 여성은 자신이 지쳐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를 기껏해야 자신보다 나이가 10살 안팍정도 될 법한 여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동행한 여성의 무릎 위에 앉았다. 남자는 여전히 창문만을 바라본다. 남자는 현명했다. 친절한 신사는 되지 못했지만 성기를 여자의 손에 안겨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원조 교제하는 고등학생에게 계속 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고등학생은 원조를 받으며 소비경제에 일익을 담당하는 경제
적 효과도 나았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 고민 안하려면 친절을 가장하고 자리양보하고 속으로 미친년 한마디 되뇌이면  된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urnnaru
2001.12.27 10:49
흠...그 반대의 경우도 많이 알고 있는데...이 글은 뭘 말하고 싶은 걸까요?...이 사례 하나로 그 30대여성을 폭력적인 남성성을 가진 여성이라고 말해버리기엔 좀...술 마신 탓에 그랬을 수도 있겠고...어쩐지 뒷맛이 씁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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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1.12.27 12:10
변두리님 말 전적으로 공감....
나이 드신분들에게 자리 양보하는 것에 논란이 많았던 어느 때....
"우리는 노인(^^;)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의무는 있다.
하지만 그 분들이 그 자리에 앉을 권리가 있는 가?"

예의와 양심과 도덕은 그것을 가치있게 느끼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지요.
그 신사분 정말 현명한 행동이시네요.
무응답이 최선이라는 것....
(무릎 위에 앉을 정도라면...
분명 어디 카바레에서 낯선 남정네들과 흐느적 거리느라 무지 피곤 했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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