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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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정채봉

vincent
2001년 01월 11일 02시 53분 29초 1468 2 2

"엄마.
엄마께 한 가지 감사드릴 일이 있어요. 그것은 하얀 눈이 소복 소복히 내리는 음력 동짓달에 저를 낳아 주신 것입니다. 엄마,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엄마를 만나러 그쪽 별로 가는 때도 눈 내리는 달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엄마.
끝으로 하나 고백 할께요. 엄마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는 해질 무렵이라는 것입니다. 엄마 나이 스물에 돌아가신 산소 앞에 가서 마흔이 넘은 나이로 가서 울고 온 적도 있으니까요.
엄마, 그쪽도 지금 낙엽지는 가을인가요? 안녕히 계세요."

- 정채봉, '스무 살 어머니(2)' 에서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5분만 온데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 바치고
엉엉 울겠다"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혹시 만나셨나요.
한 번도 못불러보셨다는 '엄마' 맘껏 불러보고 계신가요.
하루 종일 어리광 부리고 계신가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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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04
2001.01.11 19:49
참 신기한 일입니다,,, 오늘 전 "엄마"라는 말이 왜그리도 감사하고, 행복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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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04
2001.01.11 19:51
하루종일 "엄마~"를 불렀거든요...계속 대답을 해 주시는 엄마...다시금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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