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부, 그거 완죤히 막노동이더군
생수통 갈아넣어야지, 난로에 기름 제때제때 날라야지,
스탭들 눈치 봐가면서 젤싼 담배 꽂아넣어야지,
장면 바뀔때마다 소품들 날라야지, 배우들이 간간이 요구하는 먹거리 사다 줘야지...
그러다 보면 카메라가 어케 돌아가는지
모니터에 어케 찍혔는지 볼 시간도 없더군
제작부, 그거 완죤히 쌈마이되는 지름길이더군
식당아줌마랑 돈계산하면서 무조건 깍아야지,
여관아저씨한테 아양 떨면서 어케 깍을까 고민해야지,
이 가게 저 가게 돌면서 없는 물품 구하러 다녀야지
영화 끝나고 나서 백화점에서 물건 깍는 내 모습을 보고 좀 놀랍더군
그래도 사람들은 날 제작부로 인정하지 않는다네
제작부에 여자있음 좀 그렇다더군
얼굴에 핏기 없어 보인다고 해서
일부러 어두운색 파운데이션 바르고 다닌다네
'여자'같다는 느낌이 난다고 해서
머리도 짧게 잘랐다네
치마는 이미 옷장에서 사라진지 오래이고
운전 잘해야 한다기에 아빠차 가지고 연습하다 여기 긁히고 저기 긁히고
이제 아빠는 나하고 말도 안한다네
살좀 찌워야겠다는 말에
열심히 먹고 있다네
그 모습에 친구들,,, 나 실연당한줄 알고 있다네
여자 제작부는 회계가 아니라네
영수증 붙일려고 영화판 들어온거 아니라네
그런데도 그들은 '너는 어케 맨날 영수증만 붙이냐?'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맘이 약해지네
내 자신의 문제이련만 자꾸 내가 남자였다면.... 이라는 생각 어쩔수없이 하게 된다네
진지하게 성전환수술을 고민해 봤네
그만큼 나 현장에서 인정받는 제작부가 되고 싶네
남들이 그러더군
홍보나 마케팅이나 기획실 쪽으로 가보라고
나 그런거 싫네
사람들끼리 부대끼면서 고생하면서 땀냄새나면서 일할수있는
현장이 좋다네
그런데 언제까지 내가 현장에 붙어 있을지는
정말 미지수라네.....
오늘은 왠지... 나를 숨기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