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토론>이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디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홍보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그 토론회를 봤는데요.
진중권 교수의 말이 언뜻 보면 상당히 논리적이고 입담이 쎈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볼 때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토론회 시작부터 끝까지 그가 말한 것이라곤 디워는 스토리나 플롯 자체가 없는 형편없는 영화다, 그런 영화를 애국주의 인간승리라는 인간적 정서에 호소하는 마케팅으로 때우고 있다,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게 하는 이런 상황이 정상적이냐, 이것밖에는 없습니다. 뭐 아리스토텔레스의 극작술도 언급하면서요.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정말 너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맞는 말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주인공들이 하는 일없이 맨날 도망만 다니고 용이 대신 울더라 사건의 해결을 신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을 누가 모릅니까)
그건 논리가 아니라 아예 작심하고 나온듯 일방적인 비방에 가까웠습니다.
우선, 스토리나 플롯 자체가 아예 없는 형편없는, 평론할 가치도 없는 영화다라고 한 점에서
<디워>가 왜 스토리나 플롯 자체가 없습니까? 다만 그 스토리가 단순하고 플롯이 인과관계에 기초하여 촘촘하고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못할 뿐이죠. 그렇게 말한다면 <300>이나 <트랜스포머>는 뭐 얼마나 좋은 스토리와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까? 오히려 <디워>보다 스토리가 더 단순한 측면이 있고 다만 플롯이 좀더 나았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스토리나 플롯(서사구조) 자체가 없다는 말은 명백한 사실 왜곡입니다. 다만 편집이나 연출 측면에서 좀 부족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입니다. 이 세상에 스토리와 플롯이 없는 영화가 어디에 있습니까. 또한 완벽한 플롯을 요구하는 스릴러물이나 기타 웰메이드 영화와 비교해서 극단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형평성이 맞지 않습니다.
둘째, 자꾸 애국주의 인간승리 하는데
그런 정서적 이유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오늘까지 500만명 이상이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크게 잡아서 100만명이 그런 이유 때문에 봤다고 합시다. 그것도 너무 많이 잡은 것이라고 진중권 교수도 인정할 것입니다마는 그럼 나머지 400만명은 뭐란 말입니까. 어떤 영화가 정말 형편없는데 애국심으로 보러 가자, 하면 진중권 교수는 절대로 가지 않을 똑똑한 사람이겠죠. 그것은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짜로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할인도 안 되는 마당에 내돈 7000 8000원 내고 보는데 어떤 국민이 애국심으로 보러 갑니까? 적어도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이 스토리나 플롯은 엉성하고 허술하지만 그런대로 볼만하다, 그런대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 라고 말해주니 보러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토리와 플롯에 좀 문제 있다는 것, 일반 관객들도 다 압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상쇄시키는 어떤 장점이 있기 때문에 돈내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몰려다니는 분위기에 휩쓸려 호기심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인간적인 정서로, 애국심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기적으로 그럴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방학인데, 적어도 웬만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서라도 극장을 한 번이라도 찾을 것입니다. 일종의 통과의례겠죠. 그렇다면 아이들이 <화려한 휴가> 보자고 하겠습니까. 당연히 <디워> 보자고 하겠지요. 그런 이유로 가족단위로 극장을 찾는 것이고 거기에다가 이슈가 되어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지 뭐 애국주의 인간승리 그것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끝으로 어떤 평론가도 지적했듯이
이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라고 흥분되어서 진중권 교수가 말했는데
만약 그렇다면 평론가들, 즉 지식인들이 한 마디도 못하고 숨죽이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도 정상입니까?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고 우매한 대중들을 교화시키고 설득시켜야 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그들의 존재이유가 아닙니까.
스토리나 플롯, 캐릭터들의 허술한 설정, 아리랑과 에필로그 삽입 등 영화 내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앞선 제 글에서도 이미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제 결론은 변함없습니다. 그 동안 잘 만들어졌다는 헐리우드 SF영화를 의무적으로 숱하게 보아왔지만 <디워>도 그런대로 볼만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후반부 싸우는 씬은 그 어떤 영화들의 씬보다 실감났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디워>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절하는 심형래 감독과 그의 영화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섞여 있는 감정적인 평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꾸 이런 말을 하면 찍히겠지만, 충무로 사람들의 질투적 감정도 조금은 섞여 있고요.
이러니까 제가 뭐 심빠처럼 되어 버렸지만 전혀 사실무근이고요. 먹고 살기에도 바쁘고 기왕 빠가 되려면 훨씬 더 멋있고 똑똑한 사람의 빠가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다만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정말 너무 극단적으로 심형래 감독과 <디워>를 낮고 하찮게 몰아붙이므로 보기에 안 되어서 그렇습니다. 스토리나 플롯 자체가 아예 없는, 평론할 가치도 없는 영화를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우매한 국민들을 파시즘 광란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도대체 이 따위 말이 어디에 있습니까. 애국주의 마케팅에 놀아나는 국민들이 어디에 있으며 또 얼마나 됩니까. 저도 처음부터 심형래 감독과 <디워>에 대해서 우호적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만,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사실을 말하면 저는 영화 장르 중에서 뜬금없는 SF장르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끝으로 일부의 평론가들과 영화인들은 <디워>가 미국 시장에서 참패하기를 은근히 속으로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 하면서 고소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설령 참패를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우리나라 SF장르가 좀더 발전되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떤 얘기만 해야 한다는건 없습니다. 연기자들을 위한 전용 자유게시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페이문제나 처우개선등에 대한 논의도 이곳에서'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