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한 사람이 모든걸 하기보다는 많은 사람과 여러 공정을 거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 독립영화나 상업영화나 제일 어려워하는 분야가 바로 CG라고 불리는 VFX분야입니다.
특히 독립영화의 경우 CG할 일도 많지 않아 그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CG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 하지 않아도 CG에 대한 기본 상식 5가지만 알면
쓸데없는 CG컷을 줄여서 의뢰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의뢰할때도 작업자와의 대화가 수월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CG작업자가 감독님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5가지 기본 상식를 알아보고,
실제 의뢰받았던 예를 곁들여 설명드려보겠습니다.
1. 가능하면 CG를 사용하지 마세요.
첫번째부터 이게 뭔 소린가 할 수 있겠지만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독립영화에서는 CG를 하더라도 제작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고퀄리티의 작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CG를 할 수 밖에 없는 컷이 아니라면 최대한 촬영을 하시고 그 이후에 CG를 의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 '88년생 김지영'을 만드신 김도영 감독님은 전작 '자유연기'에는 배우가 연기를 하는 중에 가슴에서 젖이 나와 옷이 젖는 장면이 있습니다. 감독님은 옷이 젖어들어가는 것을 가슴부위에 호스를 연결하여 촬영하였습니다. 여러번 촬영을 하셨으나 편집 과정에서 배우의 연기가 맘에 드는 컷은 젖어드는 모양이 안 예쁘고, 젖는 모양은 배우 연기가 아쉬워 각각의 OK컷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부탁하셨습니다.
만일 처음부터 CG로 할 생각으로 아예 옷이 젖는 컷을 찍지 않으셨다면 CG 작업 난이도는 올라갈 것이고 비용은 더 비싸졌을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정으로 CG를 못하게 되더라도 촬영본으로 대체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촬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촬영 전 미리 CG 작업자와 상의하세요.
미리 이야기 하고 싶어도 CG 작업자와의 컨텍이 어려워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막연히 '편집이 다 끝나면 CG할 컷이 나올테니 그건 그때 알아보자'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전혀 CG를 할 수 없는 상태로 촬영이 되어 있는 것을 문의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촬영이 끝났기에 재촬영을 할 수도 없고, 컷을 들어 낼 수도 없어 곤란해하시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여기서 'CG를 할 수 없는 상태'란 독립영화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뭐든, 돈을 때려박으면 안되는게 없습니다.)
물론 저에게 미팅을 요청주신다면 '가능한 CG를 하지마세요'라고 말씀드릴것입니다 ㅎㅎㅎ
3. 후반작업 순서는 편집→CG→DI→사운드 입니다.
아무래도 잘 모르시는 분야고 어디 물어볼데도 마땅찮다보니 CG작업을 후순위에 두시고 일단 잘 아는 편집, DI, 사운드를 작업하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CG를 먼저 하든 사운드를 먼저 하든 감독과 PD 마음 아니냐?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순을 추천드리는 것은 작업의 효율성 때문입니다. 돈과 시간을 아껴주기 때문이죠.
지난 번 어떤 영화에서는 어두운 밤 씬에 CG를 넣어야하는데 DI로 이미 많이 어둡게 해놓은 상태라 트랙킹할 포인트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다소 밝은 원본 파일을 요청하여 원본 파일에 작업을 했습니다.
이렇게 되었을경우 자칫 DI수정료도 발생하고 편집자한테 다시 연락해서 파일을 주고 받고 해야하니 미안해지고 결과적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시간도 오래걸리게 됩니다.
CG가 들어간다면 DI와 사운드 하기 전! 잊지마세요~
4. CG는 소리를 듣고 작업하지 않습니다.
모든 작업이 다 끝난 뒤에 의뢰를 주시면서 '효과음에 맞춰 CG 효과가 나오게 해주세요.'같은 소리에 맞춰 달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CG 작업할때는 기본적으로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시각작업이기 때문이죠.
'동면의 소녀'에서는 휴대폰 위에 타이틀이 있고 휴대폰 진동에 따라 타이틀도 떨리다가 사라지는 오프닝 타이틀을 작업했습니다.
이때도 소리의 타이밍에 맞춰 타이틀을 움직인것이 아니라 타이틀 CG 작업에 맞춰 사운드를 넣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작업 순서에 대한 3번의 설명이 좀 더 이해가 되시나요?
애초에 CG는 동영상으로 작업하는게 아니라 한장 한장 이미지 시퀀스로 작업하기 때문에 아예 소리가 없이 작업이 됩니다.
그래서 작업할 파일도 이미지 시퀀스로 요청드리는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이부분에 대해서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소리에 맞춰서 CG를 해야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긴 한데요. 대개의 경우 화면에 맞춰 소를 넣는 편이 더 쉽고 편하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5. CG는 컷당 비용이 발생합니다.
영화 '괴물'을 만들 당시 봉준호 감독도 예산 문제에 부딪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것은 유명한 사실입니다.
이게 자살생각까지 한 봉준호 감독은 VFX에 대한 공부를 엄청나게 했고 스토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CG 컷수를 줄여나갔죠. CG는 컷 당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입니다. 편집하실 때 최대한 컷 수를 줄이시는게 CG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컷수를 줄이기 위해서 편집을 안하고 길게 롱테이크로 의뢰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특히나 독립영화에서는 롱테이크를 좋아하시는데요. 롱테이트는 작업이 무척 어렵습니다. 일단 컷이 오랜 시간 노출되면 CG티가 날 확률이 높고 작업량도 많아지니 당연히 견적이 올라갑니다. CG 견적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컷의 양 뿐만아니라 컷의 길이, CG의 난이도, 스케줄 등이 있습니다. 차라리 최대한 타이트하게 편집을 한 뒤에 컷 수가 많아지면 한 두컷은 서비스로 해주면 안되냐고 요청하시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단 한컷만 의뢰하신다고 해서 파일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600프레임이 넘는 롱테이크 컷에 사색이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독립영화에 CG할 생각있는 감독님에게 작업자가 드리고 싶은 5가지 이야기를 써보았는데요.
아직 영화 제작 전의 감독님이라면 정말 CG가 필요한가 다시 고민해보시고
이미 촬영이 끝난 후라면 작업 진행 순서에 따라 편집 시 CG가 들어갈 컷을 줄여보시고
꼭 필요한 컷만 의뢰하여 비용과 시간을 아끼시길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