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말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읽고 리플좀 남겨주세요.ㅋㅋ
이거 읽었으니까 저도 님들 리플 읽고 싶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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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2;13
눈을 떴다. 힘없이 올라가는 눈꺼풀. 잠이 오지 않는다.
am 02;26
뒤척임을 멈추고 일어섰다. 까마득히 내려앉은 어둠은 작은 방 네 모퉁이 아래까지 들어와 찼다. 휘청이는 몸을 뒤틀어 기지개를 켰다.
이내 찾아오는 얕은 현기증.
어둠에 익숙해버려 확장 되어버린 동공이 스위치를 찾는다.
- 탁
화장실 불을 켠다. 이건 켜도 검정 타일 때문에 여전히 어둠만 가득해 보인다. 줄줄줄
변기커버도 올리지 않은 채 볼일을 본다. 아직까지 현기증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이끼와 비누거품이 말라 하얗게 얼룩진 거울과 마주한다. 까슬까슬하게 오른 턱수염, 옆으로 누워서 잤는지 왼쪽만 심하게 눌려버린 덥수룩한 머리, 뜨고 있는지 감은지 모를 듯 한 힘없는 눈, 그 눈으로 ‘나‘를 주시한다.
하 -
깊은 한숨을 내쉰다. 슬리퍼 안쪽에 고인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물이 발가락을 적시고 있다. 화장실을 나오며 바닥에 널부러진 수건에 발을 비빈다.
- 탁
다시 어둠이 찾아온다. 새벽달 빛이 비춰주는 작은 조명만이 이 방을 밝히고 있다.
잘 때 그리 덥진 않았을 텐데. 방 네 모퉁이 한곳에 이불이 쳐 박혀 있다. 다시 눕고 싶지는 않다. 그렇담 무얼 해야 할까. 화장실 문 앞에 서 한참을 멈춰있다.
허리아래까지도 오지 않는 작은 냉장고를 연다.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았는지 김치의 시큼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갖가지 반찬들이 보인다. 하지만 오래되 보이기도 한다. 배는 고프지 않았기에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물을 꺼내 바로 입에 가져간다.
한번에 마시기는 버겨웠는지 한가닥 물줄기가 입가에서 넘쳐흘러 목을 타고 흐른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지금 필요한것이 시원한 물 한모금이 맞았나 보다. 이제 멍청한 눈꺼풀도 조금씩 힘을 내어 껌벅이기 시작한다. 냉장고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털석 주저않는다. 그리고는 엄지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킨다. 아주 익숙하게
- 지이잉
새벽의 정적을 깨는 컴퓨터의 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린다. 그리고 작은 방을 밝히는 모니터. 모니터 빛을 빌려 책상위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국제통상론’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는 제법 무거운 듯 한 책과 종이 끝이 다 상해져 버린 레포트 더미들.
무언가 들었는지 접히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지갑...
그리고 그 아래에 꼬깃꼬짓 구겨진 담배갑을 꺼내든다.
서로 사이좋게 기대어 있는 담배 두 개피. 이제 이별할 시간이다. 한 개피를 꺼내 입에 가져다 문다. 물었다기 보단 입술에 붙여놓았다고 볼수 있지.
이제 그 녀석을 찾을 차례다. 불.
로딩을 마친 바탕화면에 여러 가지 메신져 프로그램들이 접속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입에 문 담배에선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 어디있지 이녀석이. 어둠속에서 모니터에 의지해 라이터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인다. 아까와는 다르게 움직임에는 무언가 목적이 있어보였다.
‘흡연은 화장실에서 !’
도무지 환기가 되지 않는 좁은 자취방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나면 뿌연 연기로 가득차서 옷이며 이불이며, 방금 막 걸어놓은 산뜻한 셔츠에도 담배 냄새가 베어버렸다.
그래서 흡연은 화장실에서 하자! 라고 다짐했던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귀여운 여자후배가 ‘오빠한테서 아저씨 냄새나요.’ 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 며칠 전이 떠올랐다.
물려있는 담배필터 끝은 벌써 축축해져만 가고 있었다.
하지만 화장지걸이 위, 변기 위, 비누받침 위에도 라이터는 없었다.
젠장.. 나지막히 내뱉었다.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나 이내 문득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는 화장실 옆에 있는 문을 연다. 작은 자취방이 모두 그렇듯이 현관이란 곳은 곳 부엌이다. 언제 틀었는지도 모르는 수도꼭지는 자신을 한번 봐 달라는 듯이 똑,똑 한방울씩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싱크대 옆에 놓여져 있는 가스버너를 바라보고는 입가의 회심의 미소를 띄었다.
하지만 이 녀석을 사용해 본지는 까마득히 오래된 것 같았다. 버너의 불판 위로 떨어져 말라비틀어져 버린 김치 국물들... 지체없이 가스장착레버를 내리고 불을 켰다.
-탁 , 쉬이이이이
이런.. 불이 켜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 사용했는지도 잊어버릴 만큼 건들지도 않았기에 더 바랄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내 입에 물린 담배는 ‘한번 더!’ 라고 부추겼고 다시 한번 힘껏 불을 켰다.
-탁 , 쉬이이이이
하지만 여전히 제 구실을 못했다.
쳇, 어쩔 수 없군.
나란 녀석은 의외로 포기가 빠르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축축하게 젖은 담배를 책상위에 던져 버리고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다리를 꼬고 앉아 왼손은 다리사이에 집어넣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정말로 쓸데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런저런 인터넷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 하루일과, 취미, 그 사람의 생각들을 읽고 있다. 정말 부질없는 짓이다.
그리고는 나의 홈페이지에 들어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찾아주었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보고 있다. 다른 사람의 것을 보는 것을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이가 나를 봐주기를, 아니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부질없는 짓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이다. 아이러니한 기대감이다.
순간 휘이 하는 새벽바람이 불고 내 몸은 그 한기를 느끼고 온몸의 소름이 돋는다.
하던 것을 멈추고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하지만 아직도 알 수 없는 한기가 내 몸을 사로잡고 있었다.
창문을 한치의 틈도 없이 꼭 닫아버리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찾아오는 현기증과 무기력함에 그마음도 접어버리기 시작했다.
다시 졸음이 밀려온다. 불면증은 오늘 나를 빗겨가는 듯했다. 아직 채가시지 않은 한기를 밀어내려 쳐박혀 있던 이불을 끌어 안고 자리에 털썩 누워버렸다.
내일 다시 눈 뜨게 되면 아침이 아니 늦은 오후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언제나 나를 깨워주는 건 아침햇살이 아닌 오후의 살겨운 바람이기 때문이다.
내일 일어나면 라이터나 사와야 겠다.
순간 피식 입가에서 미소가 띄어진다. 오늘 나를 움직이게 해준 목적을 준 녀석이 꽁꽁 숨어버린 라이터라니, 입가를 흘러넘친 미소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하다. 온몸이 즐겁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작은 웃음을 세어내며 다시금 잠에 빠져든다.
켜져 있는 컴퓨터에선 Portishead의 Roads가 흘러나오고 있다. 내 귀에 대고 속삭이듯.
“105호 .... 이 방이란 말이지? 야, 뭐하고 있어? 빨리 문 열어!”
까슬까슬한 수염이 구레나룻부터 턱 끝까지 덮어져 있는, 동물원이 아닌 어딘가 메마른 산 깊은 곳에 살고 있을 만한 노년의 호랑이를 닮은 최형사는 복도 끝 입구에 서있는 빼빼마른 청년에게 다그치듯 외쳤다.
“아, 예 선배님.
그, 그럼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겁에 질려있는 키 작은 아주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헐레벌떡 최형사 앞으로 뛰어간다. 그리고는 꼬깃꼬깃한 수첩을 바라보며 일련의 수사보고를 하듯 거창하게 말을 내뱉었다.
“예, 이, 일단은 말이죠. 주인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원래 대학생 한명이 살고 있었는데, 혼자서 사는게 아니라 다른 친구와 같이 지내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아시다 시피 요즘은 방학기간이라 뭐 자취생들도 아르바이트랴 뭐하느라 다 바쁘지 않습니까? 저도 물론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 때문에....”
“양념 치지 말고 요점만 빨리 얘기해.”
“아, 예 선배님. 그래서 여기는 지금 거의 방이 비어있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간 저 방에서 전기 사용료가 계속 나와서 누가 있나 해서 갔지만 뭐 작은 노래 소리만 계속 나오고 해서 마스터키로 열어보니. 뭐 이런 결과가 나온거죠. 이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자신에게 뿌듯한 듯 상기된 얼굴로 조금 높은 톤으로 말을 마쳤다.
“결과가 나오긴 어딜나와. 빨리 문이나 따!”
최형사의 미간의 주름은 순간 한층더 깊어졌다. 눈치는 있는지 박순경은 서툰 손짓으로 문을 열었다.
- 철컥, 탁
“흐읍.” “힉”
문을 여는 순간 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코를 찌르는 가스냄새가 방한가득 차있었다. 최형사는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장착레버가 내려가 있는 가스버너를 발견하고 레버를 돌렸다.
“가스중독인가. 아주 편안하게 갔구만.”
그들은 이불을 아랫입술 가까이까지 올려 덮고 아주 편안하게 누워있는 청년을, 아니 차가운 주검을 바라보았다. 박순경은 완전히 닫혀있는 창문을 열고 재빨리 환기를 시켰다.
“그럼 이 사람은 이 집에 계약되어 있는 대학생이 아닌 그 친구란 소리군.”
“아. 예 선배님. 워, 원래 계약된 집주인은 지금 연락 받고 서울에서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 - 정말 젊은 녀석들이 벌써부터 자살을 하고 그러면 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가는 겁니까? 하.. 그런데 저 녀석 정말 편안해 보이는 데요. 그래도 잠들면서 조용히 죽었을 텐데,
마지막. 마지막은 어떤 꿈을 꿨을까요?”
시체의 상태를 살피던 최형사는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박순경을 쏘아보며 외쳤다.
“잔말 말고 빨리 인적사항이나 뭐 신분이나 유서같은 거 있음 찾아봐. 그리고 저 우울한 노래부터 당장 끄고.”
“아, 예 선배님.”
컴퓨터 앞에 선 박순경은 스피커를 오프시키고 나서 책상에 쌓여 있는 잡동사니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 밑에 있던 지갑을 찾아서 들었다.
“서,선배님 지갑 찾았습..,”
- 탁
지갑을 꺼내든 순간 지갑사이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뭐야?”
“아, 예 이거 일회용 라이터인데요?”
“흥, 뭐 불을 내 죽을 생각은 없었나 보군.
그래 신분증 읽어봐.”
“아, 예 선배님. 이름은 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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