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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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dreamidea
2008년 07월 15일 19시 57분 12초 3031
< 여자들 >

내 이름 나여주.
27살, 백수.
얼른 결혼이나 하라고 닦달하는 엄마에게는
‘신부수업중’이라고 말하지만, 결혼할 생각 없음.
그렇게 행복해 보이던 부모님이 이혼한 충격 때문만은 아니지만,
아주 상관없는 것도 아님.
(아버지는 훌쩍 바람 따라 떠난다, 는 말만 남기고 여행을 떠나 생활비만 부쳐오는 상태.
아버지가 떠난 후 엄마는 한두 번 만나고 온 것 같으나
잘 살고 있더라, 는 말만 할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음.
그리고 아버지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소송한다고 해서 얼마 전에 협의이혼했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매일 도서관에 간다고 나서지만,
산책하고 책 읽기가 대부분.
공무원으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본 적이 없고,
가끔 그런 미래를 떠올리면 끔찍하게 여겨지며,
그럼에도 공무원 수험서를 읽는 스스로가 신기함.
언제나처럼 도서관에서 몇 시간 있다가 산에 올랐고,
그 산에서 어떤 이상한 아주머니를 만난다.

-영민아. 영민아.
야호 대신 아주머니는 영민아, 라는 말만 내뱉는다.
영민이라니, 그는 내 첫사랑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아주머니는 내 첫사랑의 엄마, 다시 말해
나의 시어머니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시어머니라고 치자.
그가 부르는 ‘영민’이 내 첫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 꿈은 공무원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이니까.
내 멋대로 생각해 본다.
조용히 영민아, 영민아, 부르던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영민이를 부르는 아주머니와의 만남은 계속된다.
그리고 나의 상상도 계속된다.
영민이는 사고로 죽었다.
일찍 결혼한 영민이는 이혼 당했다.
영민이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죽었다. 그러니까 아주머니에게는 손자가 죽은 것이다. 손자를 아들의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상상 속에서 나쁜 결과만 생각했던 영민을 우연히 만난다.
영화 감독이 되기 위해 공부 중이란다.
아, 우린 인연인 걸까?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라고 진실 반 거짓말 반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아주머니에 대해 말한다.
한 번 물어보지 그랬어, 영민이가 누군지. 그렇게 애절하게 부르면 무슨 사연이 있을 것도 같은데.
사실 그러고 싶었지만, 정말 무슨 사연이 있을까 봐 묻지 못했던 터였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결심하고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영민이가, 누구예요?
아주머니는 씩씩하게 대답한다.
-응, 영민이? 내 이름이야.

산을 내려오는 내게 아주머니의 말들이 되새김된다.
(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잖아. 나는 누구 엄마 누구 아내 누구네 아줌마...아버지가 아들인 줄 알고 기대하고 영민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난 딸로 태어나고 말았지 그래도 제법 영민했는데...ㅋㅋ이제 산에 자주 안 올 거야, 얼마 전부터 재즈댄스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거기에선 글쎄 나 보고 영민씨라고 한다니까, 킥킥킥, 내 댄스 파트너 이름은 뭔지 알아? 경순이야, 여자 이름 같지? 킥킥킥킥, 거기 재즈댄스 학원 좋아, 물이 아주 좋다구, 어쩌고저쩌고 )
나는 엄마에게 종이뭉치를 내민다.
재즈댄스학원 광고지와 등록 원서이다.
-엄마, 이 기회에 엄마 이름을 찾아. 엄마 이름 박예진. 아빠의 첫사랑 박예진으로 돌아가는 거야. 춤바람 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러면 혹시 알아? 바람 따라 떠나간 아빠가 돌아올지. 엄마가 여주 엄마로 평생 늙는다면, 아빠는 평생 돌아오지 않을 거야. 아빠가 사랑하는 건 여주 엄마가 아니라 박예진씨니까. 또 모르지, 아빠보다 더 멋진 아저씨를 만날 지도.
엄마는 재즈댄스학원 광고지에 있는 멋진 중년의 강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 왜 알지? 내가 초등학교 때 따라다녔던 영민이라고, 엄마가 싹싹하다고 예의바르다고 사위 삼고 싶어했잖아, 걔가 글쎄 영화 감독 될려고 공부하고 있다네? 단편영화 이번에 작업하는데, 나도 같이 해달라고 사정을 하잖아, 요전에 함 만났었거든, 아 내가 옛날에 초등학교 때 글짓기 대회에서 상 받고 그랬잖아,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나 보고 시나리오 작업도 같이 하자고……영민이가 괜찮은 애잖아, 엄마도 알지?
-이 기집애야, 그래서 뭐, 걔랑 결혼이라도 하냐?
내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우리 엄마, 드디어 시선을 떼고 날 본다.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같이 영화 작업을 할까 하고, 그래서 말인데, 나 이 집 나가서 고시원 들어갈려고, 벌써 다 알아봤어.
엄마의 눈이 살짝 험악해진다.
-근데, 이 선생님 멋있지? 글쎄 나 아는 아줌마가 이 학원 다니는데, 다른 남자들은 더 멋있대~ 아주 끝내준다던데?
엄마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진짜, 멋있대?
-응, 그러니까 나 집 나가는 거 허락한 거다.
-그래, 나 학원은 언제부터 나가면 되는 거냐?
오케이, 성공이다.
이제 엄마도 결혼하라고 더 이상 성화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취업준비생, 백수, 공무원 시험 준비중, 이런 말 말고
내 이름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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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고 들뜬 마음에 또 이렇게 막 써보았네요.
단편영화 내용으로 생각했던 건데, <엄마의 이름>이란 제목으로,
한 중년의 여자가 산에서 삐리리야 삐리리야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데
알고 보면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었다는..그런 거 생각해서 지금 써 본 거예요.
하나도 다듬지 않은 상태로..ㅠㅠ

이제 다른 시나리오들 읽으면서 공부해야 겠습니당.
모두 더워도 파이팅입니다!
그럴 만 하니까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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