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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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시나리오 입니다. 나와 같은 청춘들을 위해서....

laga
2008년 06월 13일 21시 48분 27초 4158 2
#1. 대학로 / 밤

화려한 네온사인이 밤거리를 낮보다 더 밝게 빛내고 있는 거리.

술에 취해 이리비틀 저리비틀 거리는 학생들.
서로 멱살을 잡고 말싸움을 벌이며 난동부리는 남자무리.
전봇대를 붙잡고, 토하고 있는 여자와 등을 두들겨주는 남자.
술에 취해 잠든 여자를 업고, 택시를 잡고 있는 남자.
고래 고래 악을 지르는 남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거리.

핸드폰 폴더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우(소리) 여보세요?
형(핸드폰소리) 진우야! 너 어떻게 된거야? 전화도 안받고, 뭔 일 있어?
진우(소리) 아뇨, 그냥....바빴어요.
형(핸드폰소리) 너....정말 영화판 그만 둘거냐? 우리 조금만 더 참자. 지금 바닥이지만 언젠가 빛 볼날 반드시 온다니까! 여지까지 잘 참아왔잖아. 왜그래....
진우(소리) ....형
형(핸드폰소리) 요번에 크랭크인 들어가는거 하나 있어. 이번거 잘하면 다음 작품부터 조감독으로 올라 갈 수 있어. 하자. 응?
진우(소리) ....배고파요.
형(핸드폰소리) ....
진우(소리) (울먹이며) ....배고파요.
형(핸드폰소리) (한숨) ....형이 돈 좀 줄까?
진우(소리) 아뇨. 그러지마요. 형도 간신히 버티고 있잖아요. ....미안해요. 형.
형(핸드폰소리) 내가....내가 미안하다. 형이란 새끼가 힘이 되주질 못하네....
진우(소리) 형, 다음에 제가 전화드릴께요.
형(핸드폰소리) 그래....전화해라.

딸깍! 폴더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2. 대학로 편의점 / 밤

유리창 너머 대학로 거리를 무심히 바라보는 진우.

딸랑! 문이 열리고,
남루한 옷차림의 볼이 홀쭉하게 여윈 20대 중반의 남자와
커다란 캔버스와 미술도구를 든 어린 꼬마아이가 들어온다.

아이는 연신 울며 배고프다고 칭얼댄다.
남자, 라면코너로 가 봉지라면 하나를 든다.
가격을 확인하고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낸다.
100원짜리 5개와 10원짜리 10댓개가 나오고, 한숨을 내쉬는 남자.

아이가 계속 칭얼대자 짜증이 난 듯 큰소리 치는 남자.

남자 그만 울어! 나도 배고파! 자꾸 이러면 정말 너 포기해버린다.

아이, 놀라 울음을 그치지만 무서운지 잔뜩 움추린다.
남자, 화난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다.
무릎을 꿇어 아이를 조심스레 안는다.

남자 미안해....미안해....(울며) 다신 너 포기한단 말 안할게. 언제부터 꿔왔던 꿈인데....내가 널 어떻게 포기하겠니....절대 포기안할게....미안해....

남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카운터로 온다.

진우, 라면을 바코드로 찍고 돈을 받는다.
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진우.
눈물이 가득 고인 두 눈으로 환하게 웃는 아이.
그런 아이의 눈을 피해버리는 진우.

두 사람, 가게를 나가고 뒷모습을 바라보는 진우.

#3. 진우 자취방 / 낮

5평 남짓한 좁은 단칸방에 작은 책상 하나와 이불채가 전부다.
한쪽 구석에는 라면봉지가 쌓여있고 소주병 여러개가 굴러다닌다.
책상 위에는 찠겨진 이력서 뭉치와 취업가이드 책자가 어지럽게 놓여 있다.
낡고 작은 TV에서는 아나운서가 멘트를 하고 있다.

아나운서(소리) 다음 뉴스입니다. 올 상반기 청년실업이 작년 대비 16% 증가하였다고 국민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20만개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를 발표하였지만 경제단체 및 청년시민연대는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는 진우.
문상 가는 듯, 검은 정장에 검정 넥타이를 매고 있다.

거울 옆 틈새에 껴 있는 빛바랜 사진 한장을 뽑아서 보는 진우.
사진에는
'목걸이 처럼 목에 영화 슬레이트를 걸고 있는 6살 진우'
'농구공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11살 진우'
'경찰제복을 입고 있는 14살 진우'
'소방대원 방화복을 입고 있는 17살 진우'

그리고 '20살 대학생 진우'가 함께 모여찍은 단체 사진이다.
모두가 행복한 듯 웃고 있는 진우들....

진우, 사진을 책상 서랍에 집어넣는다.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서는 진우.

#4. 버스 안 / 낮

버스 뒷자리에 앉아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는 진우.
국화꽃 세 송이를 들고 있다.
앞 자리에 앉은 모자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엄마(소리) 우리 아들은 장래에 뭐 되고 싶어?
아들(소리) 음....나는....대통령 될거야!
엄마(소리) (웃으며) 왜?
아들(소리) 왜냐면....엄마하고 아빠하고 힘들게 돈 안벌게 할거야. 돈 조그만 벌어도 행복하게 할거야. 그리고 북한에 어린이들한테 밥도 줄거야. 걔네 배 안고프게!
엄마(소리) 그래요? 우리 아들,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아들(소리) 나 꼭 대통령 할거야! 헤헤헤헤~~

카메라, 모자를 비추면,
6살 꼬마아이가 어린이 정장에 '대통령 후보 1번 김성민' 이라고 적혀 있는 어깨끈을 메고 있다.

엄마, 아이의 볼을 꼬집으며 장난을 치고,
아이는 환하게 웃는다.

그런 모자의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 짓는 진우.

#5. 공동 묘지 / 낮

공동 묘지를 오르는 진우.

세 개의 아주 작은 무덤이 나란히 모여있는 곳에서 멈춘다.

각각 무덤 앞에 비석에는

'대한민국 농구왕 11살 진우'
'국민을 지키는 듬직한 경찰 14살 진우'
'생명을 구하는 용감한 소방원 17살 진우'

라는 글과 함께 농구공을 들고 있는 진우, 경찰제복을 입고 있는 진우, 방화복을 입고 있는 진우의 사진이 각각 붙어 있다.

각각 무덤 앞에 국화꽃을 놓는 진우.

땅바닥에 앉는 진우.

진우 잘 지냈니? 그 동안 못 와서 미안해. 먹고 살기 바빠서....미안해. 나....너희들 한테 용서구하러 왔어. 내 꿈들....너희 들 포기할 때 약속했는데....영화의 꿈은 절대로 ....절대로 포기 안하겠다고....다짐했는데....미안해....그 약속 ....못 지킬 것 같아서....(울며)나 어떻게....이 꿈마저 포기하며....나 어떻게 살지?....숨을 쉬어도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사는게 아닐 텐데....나 어떻게...나 살고 싶은데....굶어 죽지 않으려고 꿈을 포기해야 돼....나 어떻게....

한참을 울던 진우.
힘겹게 일어나 무덤 옆에 손으로 땅을 판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 원고지, 6mm 테이프들, 영화포스터, 영화 관련 서적들을 구멍에 넣는다.

환청처럼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괴로운 듯 힘겹게 땅을 메꾸는 진우.

이를 악물고, 일어난다. 그리고 뒤돌아 걸어가지만 몇 발자국 못가고 멈춰선다.
다시 걸어가려지만 멈추는 진우.

더욱 더 아이의 울음 소리가 커지고,
눈을 질끔 감는 진우.

#6. 편의점 / 밤

기계적으로 상품에 바코드를 찍는 진우의 손.
돈을 받고 계산하는 진우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조차 느껴지질 않는다.

라면 한 봉지가 카운터 위에 올려지고,
바코드를 찍는 진우.

진우 (쳐다보지도 않고) 530원 입니다.

땡그랑...10원 짜리가 수두룩하게 카운터 위로 쏟아진다.

#2 에 나왔던 남자.

남자 (당황하며) 죄송합니다.

진우, 남자의 옆을 보자, 언제나 처럼 아이가 붙어있다.

남자 이거...530원 맞는데....잠시만요.

동전을 10개씩 쌓아올리는 남자.
진우도 도와준다.

진우 ...네. 맞네요.
남자 (서둘러 라면을 들고) 그럼 수고하세요.

남자, 나가려 하는데 아이가 옷을 끌어당긴다.

남자 왜?

아이, 손가락으로 진우의 옆자리를 가르키고,
그곳을 보는 남자.

남자 ....당신은....꿈이 없네요.
진우 네? (자신의 옆자리를 보고) 아....네....
남자 힘들었나봐요.
진우 ....네. 그쪽은....힘들지 않나요?
남자 맞아요. 힘들어요. 꿈을 지켜나간다는 거 많이 힘들어요. 환경에 시달리고 생활에 지쳐가고....하지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배는 고프지만, 가슴은 배불러요.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요? 이 아이가 적어도 내가 살아숨쉬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진우 ....나는
남자 살아숨쉬고 있는거랑, 생존해 있는 거랑 틀려요.
진우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남자 뭔데요?
진우 나....어떻게 보여요?
남자 ....(미소 짓는다.)

fade out

카운터 밑으로 대롱 대롱 매달려 흔들거리는 바코드 기계.

fade in

#7. 몽타쥬

밤거리를 달리는 진우.

소니 매장에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캠코더를 넋이 나간 듯 바라보는 진우.

횡당보도를 지나 고가도로로 달려가는 진우.

극장 아르바이트 복장을 하고서 맨 뒷편에서 몰래 영화를 보는 진우.

육교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진우.

빈강의실에서 단편영화 촬영을 하는 팀, 그 사이에서 카메라 모니터를 하는 진우.

텅빈 4차선 도로 한가운데를 달리며 비명을 내지르는 진우.

#8. 공동묘지 / 새벽

푸르스름한 공기와 짙은 안개로 쌓인 공동묘지.

발을 질질 끌며 걸어가는 진우.

자신의 꿈들이 묻힌 무덤가에 무릎을 꿇는다.
영화의 꿈을 묻은 자리로 기어가는 진우.
힘겹게 땅을 판다.
조금씩 드러나는 원고지, 6mm 테이프들, 영화포스터, 영화 관련 서적들.

울며, 그것들을 가슴으로 안는다.

그리고....어느새 진우 앞에 서 있는 6살 진우.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진우를 향해 활짝 웃어준다.
그리고 목에 걸린 슬레이트를 벗어, 진우의 목에 걸어준다.

진우, 6살 진우를 힘껏 껴안는다.

점프

먼 동이 트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6살 진우의 작은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진우의 뒷 모습.

#2 남자.
남자(소리) ....나 처럼 보여요. 절대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 아니 꿈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



평가부탁드립니다. ^^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s2mn486
2008.06.18 17:09
일단 시나리오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마음에 찡하게 하는 감동적인 시나리오였습니다.
영화를 꿈꾸는 모든 영화인 및 예비 영화인의 심정을 잘 표현하신 것 같네요. 좋습니다.
박죵ㅋ_ㅋ
2011.05.31 17:54

꿈이 없네요.. 하는 그 부분에서 확 와닿고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네요.

아직 시나리오가 어떤건지 시놉시스가 어떤건지 몰라, 어떤 말씀을 해드려야할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찡 했습니다. 무덤에서 꿈을 묻는 장면과, 그리고 남자의 아이가 꿈이 없다고 가르키는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

건필해요 화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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