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방울들이 웨딩홀의 새하얀 천장으로 천천히 올라가고 있고, 깨끗한 선율의 결혼행진곡이 홀 안을 울린다. 그 어느 드라마에서 나오는 신부들처럼 고개를 살며시 숙인 채 단아한 걸음걸이로 한 걸음 한 걸음 입장하는 신부. 신부 옆에는 반쯤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자. 하객들의 박수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린다. 곧 중년 남자는 신부의 손을 턱시도를 입은 신랑에게 넘겨준다. 더욱 크게 들리는 박수 소리. 잠깐. 여기 보이는 신부, 신랑이 주인공인가? 신부, 신랑에게서 눈을 돌리면 하객석에 앉아 열심히 박수 치고 있는 여자. 이 여자가 주인공이다. 곧 박수 소리가 멈추고 시작되는 주례사. 점점 길어지는 주례에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쩍 하는 여 주인공, 미혜. 옆구리를 눈치껏 옆으로 돌리며 스트레칭을 한다.
웨딩홀 입구. 흰색의 승용차에 풍선이며 깡통이며 누가 봐도 신혼여행 가는 차다. 웨딩홀 계단에 서서 배웅하는 하객들. 친구끼리 할 수 있는 가벼운 너스레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다. 승용차 뒷자석에 올라타는 신부, 신랑. 천천히 차가 빠져 나가면 그제야 사람들, 엄살 소리를 낸다. 에구. 에구. 뭔 주례가 이리도 길어. 돈은 언제 입금되는 거예요? 등등의. 무리들 사이에서 빠져 나오는 미혜. 백을 앞뒤로 흔들며 차가 빠져나간 길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또각 또각 또각.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서 있는 여자가 한쪽 팔을 들면 사람들이 웃어대기 시작한다. 아하하핫. 푸하하. 그 사이에서 유난히 오버하는 한 남자. 박수까지 치며 미친 듯 웃는다. 그제야 한쪽 팔을 서서히 내리는 여자. 그에 따라 천천히 멎는 웃음소리. 방금까지 오버한 남자는 입을 크게 벌려 입 운동을 한다. 양 검지로 입 꼬리를 위로 올리는 남자. 많고 많은 방청객 중에 유독 이 남자만 비추는 걸 보니 남자 주인공 인 듯, 형철이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의 매끄러운 끝인사와 함께 조명불이 탁 하고 켜진다. 형철,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기획의도
가식은 뭐고 진실은 뭔지, 요즘 세상에 살다 보면 도통 모르겠다. 가식은 사라져야 한다는 그런 공익 광고 같은 메시지가 아닌 가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식으로 살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현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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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부분만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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