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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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그녀에 관한 잊지못할 기억..

mdmeister mdmeister
2005년 03월 13일 19시 19분 43초 6029 67
스물..둘.. 쯤 되었을 때였다.
그때 나의 직업은 분식집 주방 보조.
용산전자상가 중에서 나진상가라는 곳의 2층에 있는 가게였고, 홀손님보다는 배달이 많아서
점심시간이면 늘 정신없이 바쁜 그런 곳이었다.
운명의 그날, 점심시간의 회오리가 휩쓸고간 오후,,
그때 그녀가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고교 졸업하고 서울올라와서 취업준비때문에 학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홀손님이 거의 없는 그시간에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님과 이얘기 저얘기 나누는 걸 보면서 나는 다른 녀석들과 쑥덕쑥덕~~
그녀가 못생겼다는 표현을 누가 더 기가막히게 해내는가... 가 중요했다..
그래서 난 그녀가 듣건 말건.. "우웩~ 우웩~"해댔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나의 그런 반응을 다 세겨 들었단다.
그리고는 오기가 뻗쳐서 알바를 하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인연 때문이었을까 우린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뒤 연말이 되었을때,
그녀는 신정때 집엘 내려가야 할것 같은데 내려갈까 아니면 오빠랑 있을까를 물었고
난 내려가서 좀 쉬라고 했다.

그때가 아마도 90년도 연말이었던것 같다.

그녀는 집에 내려갔는지 소식도 없고 12월 31일날까지도 난 일을 했다.
일년을 갈무리하는 그해의 마지막날, 일이 끝나고 문득 그녀가 보고싶어졌다.

그래서...
무작정 서울역으로 갔다.
매표소에 가서 '고창'까지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고창까지 가는 기차는 없고
김제까진가 가서 버스를 타던지 하라고 했다.
김제까지의 기차값이 5,500원... 그때 내가 가진돈은 달랑 만원.
ㅡ,.ㅡ
올라오는 차비는 그녀를 만나서 받으면 될것 같았다.

김제까지 가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 고창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렸다.
밤 11시는 족히 되었던것 같다.
터미널을 나서서 제일 가까운 시장통쪽을 물어서 그쪽으로 향했다.
가는길에 문닫느라 부산한 한 슈퍼엘 들어갔다.

"저.. 사람좀 찾으려고 하는데요"
"예. 누굴 찾으시는데요?"

다행히도 슈퍼주인은 호의적으로 되물어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그녀에 대한 단서는 너무도 조악했다.
그녀의 집이 고창에서 건어물 가게를 한다는 것과 그녀의 오빠이름.. 그게 전부였으니..

"고XX씨라고 혹시 아시나요? 건어물가게를 한다고 하던데..."
"고XX씨요? 음.. 알것 같기도하고... "

희망이 보였다.
슈퍼주인 아저씨는 가게밖으로 나가더니,

"저~쪽으로 가서 한번 물어보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치고 난 슈퍼주인 아저씨가 가르킨쪽으로 갔다.
재래시장 특유의 구조를 한 그런 가게들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문이 열려있는 가게는 몇집 되지도 않았다.
그나마 문이 열려있는 가게에 물어보니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얼굴만 보고 차비 얻어서 얼릉 올라가야 되는데...'

라는 생각과 더불어 슬슬 내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내일도 일을 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그 해의 마지막밤은 깊어져만 갔다.
더는 물어볼곳도 없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었으니...

난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불꺼진 매표소앞에서 서울갈 차비를 한번 계산해봤다.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내 주머니에 있는 돈만으로는 부족했다.

더는 알아볼곳도 없고, 내일 아침에는 서울로 올라가야 했으니,일단은 눈을 붙혀야 했다.
어디 따듯한 잠자리를 찾아갈 여력이 없는 주머니...
할수없이 터미널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어서 잠이 쏟아져 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앉아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의자위에 비스듬히 누워보았다.
마찬가지로 잠은 오지 않았다.
배가 고팠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배가 고프면 잠을 자질 못했었다.
그렇게 누워서 멀뚱멀뚱 있는데, 밑을 보니 사발면 빈용기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빈용기는 국물자국이 없이 새하얀채였다.
누군가 사발면을 뜯었다가 뜨거운물을 붓지 않은채 떨어뜨린것 같았다.

'앗 그렇다면...'

난 주변바닥을 둘러보았다.
내 판단은 옳았다.
저 쪽에 사발면 내용물 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대합실 안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눈치볼것도 없이 가서 주웠다.
대충 입김으로 먼지들을 불어내고는 유심히 살펴보았다.
먹을만한 것 같았다.
난 그 사발면을 아드득 아드득 씹어먹었다.
그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그 맛을 잊지 못할만큼 맛이 있었다.
그렇게 허기를 달래고 다시 누웠다.

잠깐동안 눈을 붙힌것 같았다.
인기척에 눈을 뜨니 관리인인듯한 아저씨가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 머하는 거요?"
"내일 서울 올라가려고 하는데요.."
"내일 올라가는데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어"
"그게.. 돈이 없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얼어죽어. 저기 파출소가서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해. 얼릉 나가"
"네.."

잠결에 깨어나서 보니 정말 추웠다.
난 아저씨 말대로 파출소를 찾아갔다.
사정이야기를 하고 하룻밤 재워줄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순경아저씨는 내 이야기가 정신 나간소리로 들린 모양이었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서 주민등록증을 내놓으라고 했다.
주민등록증을 내보이고 몇가지의 심문에 대답을 해주고서야 '이상한 사람'이란 오해를 벗었다.
그치만, 순경아저씨는 잠은 재워줄수 없다고 했다.
옆에 면사무소가 있으니 거기가서 재워달라고 얘기를 해보란다.
그렇다면 잠은 거기가서 잘테니 내일 올라갈 차비만이라도 좀 달라고 했다.
순경아저씨가 또다시 발끈한다..ㅡ,.ㅡ
집에다 연락할테니 집전화번호를 대라는 거다.
이런일로 집에다 연락을한다면...으~~
그래서 그냥 돌아 나왔다.
파출소에서 나오는데 순경아저씨가 한마디 던진다.

"면사무소에다가 잘 얘기하면 차비 줄꺼야"

난 그말만 믿고 면사무소로 찾아갔다.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들어와서 자란다.
그곳은 미화원들의 숙소인듯 했다.
난 한쪽구석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그러니까 91년 1월 1일 아침..
미화원 아저씨들의 소란에 잠을 깨었다.
그리고는 젤로 대빵인듯한 사람에게로 가서 인사를 하고는
차비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는 자기는 그럴돈 없으니까 파출소 가서 얻어가란다.
할수없이 면사무소를 나와서 다시 파출소로 향했다.

파출소에 들어서니 어제 그 순경아저씨는 보이질 않았다. 다행이었다.
다른 아저씨를 붙들고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이런사람을 보냈다고 화를 내면서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고 나에게는 면박을 주면서 난리가 아니다.
제기럴..
자칫하다가는 어제의 순경아저씨한테 했던 얘기들을 또한번 해야할 판이었다.
그래서 됐다고 해주고는 그냥 나와버렸다.

혹시나 싶어서 난 다시 시장쪽으로 갔다.
그 재래시장..
문을 연곳은 하나도 없었다.
이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눈앞이 막막했다.
삥이라도 뜯어야 하는건가...
그럴수야 없지.

주변을 둘러보니, 어제 처음으로 길을 물었던 슈퍼가 문을 열고 있는게 보였다.
난 다시 그 슈퍼로 갔다.
아저씨한테 인사를 건네니 아저씨도 날 알아본다.

"찾는사람은 만났어요?"
"아뇨~"
"예.."

이 아저씨한테라도 돈을 좀 얻어야 하는데...싶어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 아저씨.."
"예"
"제가 지금 서울 올라갈 차비가 모자라는데요.."
"아니 왕복차비도 없이 사람찾으러 내려온거에요?"
"그게.. 만나기만 하면 차비를 받아서 올라가려고 했거든요"
"그래 얼마나 모자라는데요?"
"예.. 3천원정도요"
"그래요?"
"좀 도와주실수 있나요?"

예나 지금이나 장사하는 사람은 징크스가 있다.
당연히 줘야할돈도 그날의 개시를 하기전에는 절대로 주질 않는것이 그것이다.
하물며 한해의 첫날 1월 1일. 그것도 받을수도 없는 돈을 내주는일은...
어지간한 장사하는 사람한테는 한해의 장사에 초 친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아저씨는 흔쾌히 3천원을 꺼내 주셨다.
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허리굽혀 인사하고 돌아나왔다.
돌아나오면서도 그 가게를 잊지 않기 위해 뚫어져라 돌아보았다.

고창슈퍼...

언젠가는 꼭 갚아드려야지...
속으로 다짐하며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서는 서울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다.
강남 고솟버스터미널로 가는게 아니라, 이름도 구리디구린 남부터미널...이란곳..
난 그렇게 91년도 새해 첫날을 맞았다..히히히~~



나중에 그녀를 만나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박장대소를 하면서 웃어댄다.
자기네가게는 고창읍내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거란다.
줸장~~
내가 그걸 알았나.

암튼 그녀는 이제 잊혀진 사람이 되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내 기억속에 남아있다.
언젠가는 갚아드려야할 3천원이란 빚과 함께...

영화.. 내 존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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