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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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시의 주택가.. 가로등 사이사이 집들이 서로 비집고 자리를 잡은 듯이 버티고 있다.
쓰레기 수거 자리에 터질 듯 뚱뚱한 비닐봉투들.. 뚜껑을 열어보기 싫은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어둠을 틈타 배고픔을 해결하고픈 작은 생명들이 종종 쓰레기를 뒤지고 다닌다.
하나둘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 여기 주택가에도 여름은 성큼 다가왔다.
어스름한 어느 반지하방..
초여름 낮에도 햇빛은 들어가기 어려울것 같다.
습한 듯 벽지에 곰팡이가 여기저기 흔적을 만들고 있다.
주택가 하수구 냄새가 머문듯, 담배 냄새와 함께 공기를 적시고 있다.
욕실은 지우지 않은 때로 물들어 있다.
욕실에 철망으로 만든 작지도 않은 크지도 않은 포획망..
얇은 몸매의 남자가 포획망 안의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다.
불안한듯한 고양이 눈동자가 그냥 동그랗다 둥글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유리구슬 같은 눈으로 포획망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
남자는 샤워기를 들어 고양이에게 물을 뿌린다.
밤에도 더운날이지만 샤워기 물에서 김이 난다.
고양이가 포획망 안에서 빠져나와보려 안간힘을 써보며 물을 맞는다.
다시 찬물을 뿌린다. 고양이 눈에서 광채가 나는듯 하다. 공포다.
으르릉 고양이 목에서 흘리는 소리에 광기가 서리는 듯 하다.
남자는 얕은 미소를 띠고 있다.
대나무 효자손을 거꾸로 잡고 포획망 안 고양이를 건드린다.
고양이는 자신을 찌르는 나무막대를 물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밤이 지나고, 아침.. 그 주택가의 어느집 옥탑방에서 하나와 지연이가 곤히 자고 있다.
"지연아! 늦었다. 어떻게.."
먼저 눈을 뜬 하나가 핸드폰을 보고는 콧소리 섞인듯한 목소리로 지연이를 깨운다.
서둘러 출근할 준비를 하는 하나를 보며 하얀 말티즈 강아지가 일상인듯 바라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다.
하얗고 날씬한 하나는 작은 얼굴에 긴 생머리.. 얇은 쌍꺼풀의 큰 눈에 또렷한 코와 입이 매력적이다.
지연이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아직 덜뜬 눈으로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단발머리의 지연이는 동그란 얼굴.. 같은 스물셋 나이인 하나보다는 작고 앳돼 보이는 모습이다.
대충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하나와 지연.. 집문을 꾹 한번 눌러주지 않으면 문이 잠기지 않는다.
덜닫힌 문으로 틈이 보인다.
하얀 말티즈는 문을 바라보다 머리를 밀고 나가본다.
#2
서둘러 집을 나서는 하나와 지연은 문을 꾸욱 한번 밀어야 잠긴다는걸 잊은듯 하다.
문틈으로 빛이 세고 동네골목의 잡다한 냄새가 섞여 흘러온다.
말티즈는 홀린 듯 문을 나선다.
아래층 주인집 아줌마가 쓰레기를 버리러 대문을 나선다.
말티즈는 총총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대문으로 나가본다.
동네길에 호기심이 가득한 듯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맛있는 거라도 찾는 것처럼 걸어간다.
택시를 타고 그리멀지 않은 피부관리샵에 도착한 하나와 지연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가게 정돈을 한다.
여름 피서철이 다가오고 여성 고객뿐만 아니라 외모를 관리하는 남성 고객들도 늘어서 요세 예약이 적지 않다.
중년 여성 손님이 푸들을 안고 샵에 들어와 애견룸에 푸들을 놓아준다.
푸들은 염색을 한 듯 한쪽 귀는 파랗고 다른 한쪽은 노란색을 띠고 있다.
하나는 푸들은 보니 아침에 서둘러 나오느라 잘 챙겨주지 못한 말티즈가 마음에 걸린다.
아래층 주인집에서 취업준비생 득수가 한참 잠을 자고 있다.
거실에 켜진 티비 뉴스에서 고양이를 때리고 학대해 죽인 사건이 나오고 있다.
득수는 세상 편한 듯 침대 위에 곤히 자고 있다.
득수가 대기업 최종합격 문자를 받는다.
기뻐하는 엄마가 장하다고 박수를 친다.
옆에서 친구들과 옥탑방 사람들이 축하를 해준다.
“사랑해요. 하나씨.”
득수는 하나에게 하지못했던 말을 과감히 고백한다.
하나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가 득수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다.
“야 이녀석아 몇신데 아직도 자! 어휴~ 홀아비 냄새!”
득수엄마가 방향제 스프레이를 득수방에서 연신 뿌려댄다.
득수가 눈을 뜬다. 뭐지? 꿈이었나.
멍하니 침대 위에 윗몸만 일으킨채로 꿈 생각에 엄마의 잔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목이 말라 머리를 긁적이며 그제서야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달콤한 외출을 하던 말티즈 앞에 낡은 트럭 한 대가 섰다.
#3
하얀 용달차가 동물을 이동할 때 사용하는 철망 케이지를 몇 개 싣고 동네를 지나고 있다.
용달차 안이 더운듯 머리숱이 별로 없는 용수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병구는 짧게 깍은 머리에 목이 없는 듯 통통한 얼굴과 몸이 붙어있고, 허벅지와 배에 살이 쪄 옷이 작아보이는 듯 하다.
짧은 다리에 생수병을 들고 있는 손가락도 짧고 통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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