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스탭 클럽으로부터 무단전제.
윤*모님은 꽃봄의 스크립터-스토리보드작가입니다.
no.69 여기는 호텔입니다...
name : 윤*모 hits: 26 / date : 2004.02.25 01:54:00
감독님은 촬영기사님 차를 타고
분당에 '머리 빠지는 약(?)'을 가지러 잠시 가셨습니다...
두 분이서 짠 콘티는 78씬 갱도까지 갔습니다.
뒤로 갈수록 속도도 붙고, 간명해지는 듯합니다.
감독님이 그리시는 '졸라맨'도 점점 살아움직이는 것 같고요.
벌써부터 우리 영화의 좋은 그림들이 마구 떠올라 기대가 더욱 커집니다.
갈수록 더 좋아진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작업이 착착! 진행될수록
저의 숙제는 자꾸만 두터워지긴 합니다만...
새벽의 호텔은 참 조용합니다.
멀리, 지나가는 차 소리들 슁슁거립니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집에 갔더랬습니다.
이제 십개월 지난 딸아이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려는데 자꾸 뒤에 와서 저를 잡고 일어섭니다.
헤어질 땐 제법 손도 흔들 줄 압니다.
더 놀아주고 곁을 지켜줘야 하는데...
우리 딸도 한 삼십년쯤 지난 후에 저에게 전화를 걸어 그럴까요?
"아빠. 나 사랑해?"
...
괜시리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다 맙니다...
그 애가 시집을 갈 때까지는 온전히 살아있어줘야 하는데...
가끔씩은 마음에 담은 것을, 다 말로 표현 못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도 그렇고, 미안한 마음도 그렇고,
격려하는 마음도 그렇고...
입석을 타고 도계로 간다는 분들,
다섯 시간 이상을 힘겹게 가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저려옵니다.
혼자서 기차를 타고 도계에 가던 때가 생각납니다.
경상북도로 내려갔다가 다시 강원도로 올라가니
어두운 새벽에 축복처럼 쏟아지던 눈발들...
크랭크인 후에도, 꼭 한번 이상은
그렇게 도계의 하늘에서도 눈발이 날리겠죠?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석달을 달려가는 이 즈음,
조금씩 지친 모습들도 보여 안쓰러울 뿐입니다.
108씬 기차역사에서 현우와 헤어지던 경수가 한 대사를 좀 바꿔봅니다.
"야! 그래도 영화, 좋~잖아? 어?
하던 거 그냥 하자, 씨... 이제부터 잘하면 되는 거 아냐?"
모두들 고생하십시오.
행복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