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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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적절한 대비책

ty6646
2009년 07월 27일 01시 27분 43초 1795 3
5년전에 아내가 내던 국민연금을 중지시켰다.
그 돈으로 보험을 들던지, 아님 저금을 하는게 낫다 싶었기 때문이다.
연금을 받기위해 매달 꼬박꼬박 갖다바치는 것도 기분이 상했고
한편으론 그깟 연금 몇푼한다고 그까짓거 내가 몇년안에 전부 벌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건 이대로 60이 넘으면 나는 물론이고 아내에게 주어지는 연금은 없다.


2년전에 들던 보험 두개중에서 하나를 해약했다
이제 남은건 암보험 하나밖에 없다. 만일 아내나 내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병원비는 물론 약값도 지불할 수가 없게된다.


아내와 내가 가진 구좌는 합쳐서 네개쯤 된다.
네개의 구좌 잔금을 전부 합쳐도...... 만원도 안된다.
반면 현재 가진 빚의 총액은 3천만원이 넘는다.
매달 쪼개서 갚고있는데 그까짓거 별거 아닌것처럼 보였는데
매달 60-70만원씩 갚아보니까 상당히 부담스럽다
만일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하게 되면 빌려야만 하는데
누가 나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단 말인가...


아내는 대인관계가 별로 안좋다. 사회생활에서 손해를 많이 보거나
오해를 많이 받게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다.
그런 아내이기에 지금 직장에서 해고되면 다른 일자릴 찾아보기가 힘들어진다
아내와 난 아는 것도 없고 기술도 없다. 또한 아내와 난 몸상태가 그저 그렇다
따라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자리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어떻게든 지금 다니는 직장에 조금이라도 오래 매달려야 한다.


지금 나는....


폭력사건, 사기사건, 교통사고, 재해, 암, 난치병,
등등의 온갖 위협속에 둘려싸인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비책을 준비해놓고 있지 못하다.
만일 어느 것 하나 잘못되어 내앞에 들이닥치게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다


내 앞에 놓여진 길위에 선이 하나 그어져있고 난 지금까지 그 길위로만 걸어왔다.
예전엔 선밖의 길에 관해서 무지하거나 얕잡아 보거나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 무섭다. 행여 선에서 벗어나게 될까봐 너무나 너무나 두렵다.
예전에 보이지 않던 괴물들이 선밖에서 날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있는 듯 하다.


이제 나는 선밖으로 나가야한다. 결단을 내려서 뛰쳐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내 앞에 놓여진 선은 점점 더 좁아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선위로만 걸어가고자 한다면 멀지않아 발디딜 폭도 안되는 선위에서
질식할 듯한 삶속에 구겨진채로 쳐넣어져 버릴 것을 안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악화되기 전에 내가 먼저 박차고 나가야 한다.


나 혼자 살아간다면 큰 문제 없다.
암에 걸리고, 치료 좀 받다가, 때되면 죽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내겐 너무나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내가 먼저 죽으면 누가 아내를 돌봐 줄 것이고, 아내가 병에 걸려서 아파하면
그것을 어떻게 눈뜨고 지켜볼 것인가.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운좋게 별탈없이 살아왔지만 언제까지 이런 운에 기댈 수는 없고
지금과 같은 벌벌 떨며 살아가는 삶속에서 헤쳐나와 하늘과 대지에 뿌려지는
눈부신 햇살을 아내와 함께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


아내와 나의 일상을 위한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자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9.07.31 10:50
흠.. 할 말이 없군요...

뭔가 고정수익을 위한 것을 열심히 찾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찾다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한데...

내일을 걱정한다고 한들 내일이 바뀌지 않듯이
우선 하루 하루 충실해야 겠습니다.
hobakmacha
2009.08.20 13:26
님은 이러이러하기때문에 이러하신 분이시군요.
결론은 나왔네요..
Profile
s010534
2009.09.16 00:34
(아내는 대인관계가 별로 안좋다. 사회생활에서 손해를 많이 보거나
오해를 많이 받게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다.
그런 아내이기에 지금 직장에서 해고되면 다른 일자릴 찾아보기가 힘들어진다
아내와 난 아는 것도 없고 기술도 없다. 또한 아내와 난 몸상태가 그저 그렇다
따라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자리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여자의 한계와 결부시키는 것은 잘못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모든것을 혼자 다 짊어지고 모든 것을 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여자는 남자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강합니다.
아이가 있으신가요?
그럼 말을 바꿔야 겠군요.
어머니는 남자보다 강합니다.

'그런데 내겐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라는 말은
'아내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내를 사랑한다'
라는 말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글쎄요....
믿음없는 사랑을 한다라....

'어느것 하나만 잘못되면 내 인생은 모든 것을 망치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잘 못 되는 것은 그것 하나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선택에 있어 고통도 받게 됩니다.
그게 자의에 의한 결정이든 타의에 의한 결정이든 말입니다.
그게 한 인생에 있어 많게는 수십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번의 고통으로 죽는 소리하면 이미 이 세상 모든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

'두렵다'구요?
군인은 용기가 있기 때문에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뛰어드는 것이 용기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두렵습니다.
대부분의 99.9%로는 죽을 가능성을 가지고 적진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용기가 있다고 해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언제 어디서 나라올지 모를 불행은 날아오는 총알처럼 흔하디 흔해 두려울 것이 못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확신'보다는 '가능성'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저는 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은 없습니다.
안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렵습니다.
그러나 또 반대로 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믿기에 두렵지만 가는 것입니다.
저에게 불행은 반드시 올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환희에 찬 인생은 아니지만요.
내 가슴이 크다면 그 불행도 한번 쯤 품어보는 것도
발정난 숫캐가 암캐를 품는 것 처럼 꼴릴 것 같습니다.

근런데 궁굼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완벽한 대비책을 찿는 것인지 당장의 적절한 대비책을 찿는 것인지가 궁굼하군요.
이 세상에 완벽한 대비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대비책을 찿는 것이라면 여기에서 물어볼 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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