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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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잊을 수 없는 기억, 그리고 나이...

cityman cityman
2009년 07월 10일 03시 29분 12초 1796 1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7년전... 내가 스물다섯 무렵의 일이다.
당시 난 누군가와 저녁 늦게까지 거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2층 호프집이었고, 아마도 그때는 주량의 한계가 없었던 때였으니..
맥주를 무척 많이 마셨던 기억이다.

화장실을 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이었다. 마침 계단을 올라오는
어린 남자아이가 한명 눈에 띄는 순간, 계단이 미끄러웠는지
발이 삐끗하면서 넘어질뻔 했다. 그 순간, 이 어린아이가 놀라며 나를
잡아주었고, 덕분에 난 다시 중심을 잡을 수가 있었다. 아마도 술이 많이
취했던 모양이었다. '에구,. 이런..'하며 일어서려는데 이 아이가..


'아저씨, 괜찮으세요?' 라고 한다.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띄우며 대답을 했다.


'어, 괜찮아.. 아저씨가 술을 좀 마셔서.., 계단이 미끄럽네..^^ '


사실 술에 취한 모습에 넘어지려고까지 했으니 조금은 머쓱해 하며
그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어이구, 너 참 착하구나. 몇살이니..?'


'네, 다섯살이에요..^^'


...



순간, 난 퍼뜩이며 아련히 기억속에 머물러 있었던 정말 찰라같은 오래전의
한 장면이 떠올려졌다.


내가 다섯살때였다. 그때 저녁무렵, 아버지께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러
동네 술집에 가시길래 따라간 적이 있었다.

동네의 2층 어느 선술집이었다.(그게 호프집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계단밑의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려고 계단을 올라설 때였다.

어떤 아저씨가 술에 잔뜩 취하셨는지, 기우뚱거리며 계단을 내려서다가
발을 헛디디며 우당탕 미끄러지며 넘어지려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놀라서 그 아저씨를 부축하게 되었던거였다. 그리고 나서는, 그 아저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했던 말,..


'어이구, 너 참 착하구나. 몇살이니..?'




...
세상을 아름답게 그리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9.07.16 00:49
그 무슨 술 cf가 생각나네요...

피곤에 쩔은 50대 중년이... 스산한 뒷골목을 걷다가
한 술집을 들어 갑니다.

그런데.. 바텐이...
아주 낯이 익은 사람을 발견합니다..

"아~~ 아버지다...."

그의 옆에 앉게 되는 주인공에게 그 아버지라는 사람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야기 합니다.

"하하 형씨도 한잔 하시오.
내가 삽니다.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요.
오늘 내 아들이 생겼단 말입니다."

뭐 그렇게 얘기하다가
그 아들이 장래에 뭐가 될 것 같습니가?
하니까 또 뭘 멋있게 희망 사항 이야기 하다가...

술잔을 툭 건배를 하면..
그건 뭐 아무래도 상관없소.. 나의 가장 큰 소망은...
내 아들과 지금 이 상태 처럼..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라오..

그리고.. 그 술 광고가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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