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겨울의 한낮이 지난 시간,
나뭇잎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들만 바람결에 너덜너덜 흔들리는
가로수 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한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다섯살? 여섯살? 그 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 하나가
엄마손을 꼬옥 잡고 걸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엄마와 아이는 바로 걸어가고 난 오른쪽으로 돌아서 달렸다.


30초? 1분? 그 쯤의 시간동안 내 머리속에서 엄마가 떠올랐다.
자전거의 방향을 틀어 갈림길로 되돌아왔다. 저 멀리, 멀리,
엄마손을 잡은 사내아이가 엄마랑 총총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끔 엄마얼굴을 올려다보며 뭔가 이야기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언제였을까? 내가 마지막으로 엄마손을 꼬옥 잡고 걸어본 것이...
저 아이에게 오늘은 늘 있는 수많은 날중의 하나이겠지만
그 수많은 날이 흘러흘러 가다보면 언젠가는 기억도 못하게 될
마지막 어느 날에 당도하게 될 것이다.


그 날이 마지막날임을 혹시라도 알게되거던
평소보다 조금은 더 힘을 주어 엄마손을 꼬옥 잡고 걸어가거라
평소보다 조금은 더 밝고 환하게 엄마를 올려다보며 이야기를 하거라


그 마지막날이 지나면 의도하진 않겠지만
십수년, 혹은 수십년간은 엄마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날이 안올 것이다
아니면 그날이 정말로 인생에서 마지막날이 될지도 모른다.
엄마손을 잡고 걷는 아무것도 아닌 그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