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무렵, 인터넷에 '고 최진실' 이란 글자가 떴다.
뭐야 최진실 하고 이름이 똑같쟎아
전에전에 언젠가 최진실과 동명이인인 남자국회의원이 있었던, 것, 도, 같은 기억도 났다.
별생각없이 클릭해봤다.
최진실 사망이란 뉴스가 줄줄이 비엔나처럼 이어져 나왔다.
최진실이 죽은건가?
진짜루?
오늘 10월 5일,
최진실 사망소식을 듣고나서 요며칠간 나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치를 사러 마트에 들러서도,
자전거를 타고 화창한 거리를 달릴때도,
상점가의 진열대위에 놓인 물건들을 보면서도,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진짜루 죽은건가?
9월말에 폴뉴먼이란 사람이 죽었다라는 외신을 본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읽지는 않았다. 폴뉴먼이 죽었건말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
난 그 사람이 영화배우란 사실만 알지 그 외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최진실도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
나한테 밥한번 사준적 없고, 아니 그보다 실제로 얼굴한번 본적도 없으니..
폴뉴먼과 최진실의 죽음이 다를 이유는 없었지만, 그런데,
너무나 다르게, 느껴진다.
며칠지난 지금도 최진실의 웃는 모습이 생생하다.
죽었다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무 상관이 없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다지 팬도 아닌데 말이다....
장난치고 밥먹고 트림하고 방구갈기고 지나가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뭘 봐? 라고 묻길래 '그냥' 이라고 말해주었다.
저렇게 생생하던 사람이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단 말이지....
이해가 안돼...
죽어버리면 장난도 못치고, 밥도 안먹고, 트림도 안하고 방구도 안끼고...
발가락에 때도 안끼고 입냄새도 안풍길거야...
그 사람의 일상 생활속의 사소한 것들을 이젠 더이상 영원히 접할 수 없다라는 것이
아주 허무하고 쓸쓸하고 슬프게 한다.
나도 이렇게 허무하고 쓸쓸하고 그런데 최진실 엄마나 동생은 기분이 어떻겠는가
어디에 가도 이제 최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국에 가도 없고, 집에 가도 없고, 어디 여행을 떠난것도 아니다.
그저 지나간 테잎속에서나 반복해서 미소짓는 그녀가 있을 뿐이다.
진짜루 최진실이 죽었단 말인가?
지금 내 곁에서 장난치고 방구끼고 트림하면서도 과자먹고 콜라마시는 아내,
곧 40인데도 여전히 내 머리모양, 옷입는 것등에 관해서 잔소리를 놓지 않는 좀 귀찮은 엄마,
한달에 한번 정도 연락할까 말까하는 뜸한 동생,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내 주위에서 기냥 존재하는 내 가족들이
내일도 여전히 내 주위에서 존재한다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아내의 코끼리 발같은 손과 발을 만져본다.
내 아내와 내 엄마와 내 동생은 내가 지켜야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온힘을 다하여 내 가족을 내가 지켜야한다.
최소한 나의 방심과 무관심으로
혼자 먼길 떠나는 일은 없게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벌어야겠다.
오늘 10월 16일 목요일,
그래 이천팔년이다. 2008년 10월의 길목에서 최진실의 죽음을 들었고
벌써 이주 정도가 훌쩍 지나가버린 시월의 중순이 되어있다.
하지만 난 아직도 고개를 가로젖는다.
'최진실이 진짜로 죽었단 말인가"
며칠전, 길을 가다가 혼자서 흥얼거린 노래한자락...
사랑했던 너를 잊지못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잠시 멀리 있는거야
돌아와줘 내 곁으로....
아주 오래전 '별은 내 가슴에' 라는 드라마에서 주제가로 흘러나오던 노래,
그래, 극중 안재욱이 극중 최진실을 생각하며 불렀던 노래아니던가
최진실이 가던 마지막날 안재욱이 이 노래를 불러주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어쨌건 저쨌건, 노래때문인지 아닌지 잘은 모르겠지만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길모퉁이에서 살짝, 아주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열린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때문에 흔들리는 커튼처럼
그렇게 가엾다라는 생각이 한풀 흔들리듯 피워올라가는 시월의 중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