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살까지 살까?
어떻게 죽을까?
죽는 순간에 뭐가 가장 후회스러울까?
죽을때 많이 아플까?
19살 고등학교 3학년때, 수업중 창밖으로 드리워진 파아란 하늘을 보며
음습하고 눅눅하고 어둡칙칙한 교실로부터 당장 뛰쳐달려나가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눌렀었던 기억이 있다.
암울한 현실을 떨쳐버리기위해 상상을 했었고,
그러자 수업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
선생은 칠판앞에서 혼자서 떠들고 날뛰고
난 내 상상속에서 혼자서 뛰고 날고 별 지랄을 다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게서 내 삶이 희미해져갔던 것이....
늘 상상을 한켠에두고 생활하는 버릇이 들면서
현실을 돌아보지 않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딴 생각을 하고 걷다보면 바로 코앞에서
누군가가 인사를 하고 지나가도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내 눈에 들어온 모든 것이 내 머릿속으로까지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내가 경험하고 지나쳐온 모든 시간들 속에 내가 존재했었지만 실은 내가 있었던 적은 별로 없다.
진짜의 난 언제나 상상속에서 쉬고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벌써 39살이다, 20년이 지났다.
지루하지 않고 금방 끝나버린 고3시절의 45분간의 수업처럼,
지난 20년도 돌아보니 언제 지나가버렸는지도 모르게 벌써 사라지고 없다.
다가오는 20년도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세상을 쩌렁쩌렁하게 만들만큼의 대찬 연애도 하고싶었었고
대찬 사회활동도 하고 싶었었고
온갖 것들로 꽉찬 삶은 살아가고 싶었었는데
그냥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어느새 20년이 없어져버린 기분이다.
그래서 가끔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다.
늘 생각하는 것은
난 이미 20년전에 죽었다라는 것이다.
살아서 밥도 먹고, 똥도 사고, 하품도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가치나 의미가 개미일하는 것 만큼도 안되기 때문에..
요즘은 정말로 내가 죽어서 지옥에 온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현 상황을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하루일을 마치고 쓰러지듯 잠이 들고
다음날 일어나보면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한달전과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1년전, 5년전, 10년전과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무엇인가의 계기로 육신이 부서질때까지
내 영혼은 영원히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채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게 될 것 같다.
이거 지옥아닌가?
경험도 없고
학벌도 없고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몸도 늙었고
머리도 핑핑 안돌아가고
마음도 삭막해져 버렸고
잘하는게 아무것도 없으니
지나간 추억만 꺼내어 덧칠하듯 생각해보고
다가오는 현실을 포장하여 상상으로 꾸며보고
그러다 잠이 들어 꿈속에서나마 그리운 사람 한둘 만나면 그냥 좋고
깨어나면 허탈하고
그리고 다시 같은 하루가 시작되고
내가 10층 빌딩에서 투신하여 땅바닥에 머리가 닿는 순간에
수업중에 깜박 졸았다가 후다닥 깨어나는 까까머리 그 시절의
내 모습으로 되돌아 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