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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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30대 어느 백수의 일기...

kinoson kinoson
2008년 09월 01일 06시 48분 39초 2949 3
8월3일

도저히 이렇게 살수는 없다. 사람이 사람같이 살려면 기본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집근처를 배회하다 편의점 알바 구인광고를 봤다.
망설임없이 들어갔고 40대 초반의 깐깐한 아주머니가
나를 위아래로 스캔하듯이 본다.

나 : 저기 밖에 알바..
40 : 나이가 어떻게 되요?
나 : 3X살 입니다.
40 : ;;;;;;;;;;;;;;;;;;;;;;;;;;;;;;;;;;;;
나 : ;;;;;;;;;;;;;;;;;;;;;;;;;;;;;;;;
40 : ;;;;;;;;;;;;;;;;;;;;;;;;;;
나 : ;;;;;;;;;;;

그 아주머니는 나를 삶에 실패한 어느 한심한
인간으로 보는듯 했고. 생각해보고 연락준다는 말을 남겼다
물론 전화는 오지 않았다...그날 나는 사나이 울린다는 농심 신라면을 먹고
목놓아 울었다.


8월4일

아는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시나리오 각색
잽싸게 일을 하겠다고 나섰고..다행히...아주 다행히...
각색일을 하게 되었다...


8월6일

생각보다 많은 진행비가 들어왔다...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날 밤 아는동생놈과 사바사바 치킨호프에서
축배를 들었다. 치킨에 정신줄을 놓을 만큼 소주를 먹을수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


8월9일

백수의 길로 접어들었을 부렵 주변에 백수의 제왕인
아는형의 조언이 귓가를 맴돌았다..

- 무조건 많이 자..깨어 있는 시간이 많으면 처먹고 싶은 생각도 많아 지는 법이지...

무조건 많이 잤다...무조건 많이 잘려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기 위해
별짓을 다했다...밤에 등산은 물론이요..툭하면 걸었다.
그럴수록 이상하게 몸은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8월11일

나와 오랜시간 함께 했던 1Kg 하선정 김치가 거의 바닥을
보인다. 게다가 적당히 쉬었다.

집근처 마트에서 2000원짜리 꽁치 통조림을 사와서
남은 김치를 넣고 끓였다...오랜만에 소주 한잔의 여유를
갖는 중...뉴스를 보게 되었다...

- 꽁치통조림 안에서 지렁이같은 벌레 나와....

몸에 이상은 없단다. 다만 보기만 그럴뿐...
나는 그 뉴스를 꽁치 김치찌개를 먹으며 보고있었다...
씨발..


8월 16일

각색작업은 그럭저럭 진행이 원할하다..
작업기간중 나의 가장 큰 적은 올림픽!!!


8월21일

매일매일이 어찌나 똑같은지...
날짜 감각이 사라졌다. 그나마 휴대폰이라도 없으면
날짜와 시간을 전혀 알수 없는 날들이 이어진다.

백수의 제왕의 충고 덕분에 낮밤이 제대로 바뀐 나는...
항상 눈을 뜨면 밤이다...어둡다...


8월23일

대표님과의 점심약속으로 초인적인 힘으로 낮에
일어났다. 밖을 나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 My eye!!!

태양이 이리도 눈부셨단 말인가?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5분동안 난 2번정도 쓰러질 뻔 했다.
대표님과의 흡족한 대화와 함께 맛있는 회도 얻어먹었다.

아직도 싱싱한 우럭이 내 배안에서 수영하고 있는듯하다..


8월25일

가끔...아주 가끔....헤어진 그녀가 떠오를때가 있다..

과하게 술을 마신 날이던지...

갑자기 쌀쌀해진 밤거리를 걸을때....

새벽에 편의점가서 혼자 바나나우유 먹을때...

그리고 텅빈 지하철 역 의자에 앉아 막차를 기다릴때...


8월27일

반가운 형과 오랜만의 술자리...극심한 가난으로 두번다시
함께하는 술자리가 없을줄 알았는데...

여튼 반가운 사람과의 술자리는 언제나 좋다...
항상 유쾌한 73lang 행님...조만간 또 한잔 해요..

그날밤의 버라이어티한 사건 말고는 다 좋았으니...
우겔겔


8월30일

각색작업 1차마무리...
개발새발...그래도 언제나 하나를 끝내면 보람이...
이런날은 꼭 한잔 해야...
혼자 한잔....요즘들어 누군가와의 술자리도 좋지만
혼자 먹는 술맛을 알아버렸다...

혼자 마시는 술...가끔은 달이 두개로 보일때도 있다..


9월1일

일찍 잤더니 일찍 일어나진다..
굉장히 신기하다...

1시에 대표님과의 만남 예정...

9월엔 또 어떤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나....
[불비불명(不蜚不鳴)]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8.09.03 01:55
일 잘 했음둥?
^^~
잘 버티면 이기는 거예욤~~
nobility
2008.09.04 15:00
심하게 동감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828pooh
2008.09.28 04:19
잼있네요..^^꽁치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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