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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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낮꿈

ty6646
2008년 06월 30일 07시 00분 58초 2161 1
꿈을 꾸고 난 아침은 머리가 아프다.
충분한 잠과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낮잠 자다가 꿈을 꾸고 난 해질녘은
어딘가 허허롭고 쓸쓸해진다.



어제 일요일 꿈에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해질녘에 일어나보니 빗길을 가르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었다.
얇은 긴팔 셔츠를 하나 껴입고 밖으로 나가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보고
자동차도 보고, 비를 피하고 앉아있는 고양이도 보았다.



꿈에 간만에 친구를 만났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판기 종이컵 밀크커피 두잔을 준비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밀크커피를 보면서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좋을지
싱글벙글 웃음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참 기분좋았다.



간만에 만난 친구도 좋았고
그와 나눌 이야기도 좋았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자판기 밀크커피도 좋았다.
그런데 커피를 들고 가다가 꿈에서 깨어나 버렸다.



허허롭고 쓸쓸했다.
그 밀크커피 맛은 어떠했을까?
친구와 난 무슨 이야기를 맛나게 했을까?
함께 저녁식사라도 했을까?



자동차는 무심한 소리를 내며 달려가고
고양이는 어느샌가 자리를 비웠고
오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멀어진다
도로위로 추적추적 떨어지는 빗줄기에 내 쓸쓸한 마음이 흘러내린다



손에 쥐어진 커피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맛이 되어
한모금 한모금 입속을 맴돌다 사라진다.
함께 커피마실 친구가 있다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일요일 저녁이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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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8.07.04 03:35
혼자 있음이 습관화 되면 큰일인 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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