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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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촛불잔치

73lang
2008년 05월 28일 01시 50분 10초 341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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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이재성의 촛불잔치 라는 노래가 있었다.

'촛불잔치를 벌려보자~'라는 후렴구를

초성을 한끝차이로 맨 위만 지우고 나면 'X.물 잔지'를 벌려보자~가 된다.;;;

이재성이 부른 후렴구를 계속 듣다보면

'촛불 잠지야~'로 들리기도 한다..ㅡㅡㆀ

영등포 카네기 나이트에서 놀던 난,

영등포 역전의 용사들인 친구들과

바닥에 보루바꾸(박스) 한 장 깔아놓고

새우깡에 두꺼비 진로를 까면서

이 불후의 명곡을 아주 저속하게 가사를 바꿔 부르곤 했었다.





2.
집에 가스가 끊긴지도 이미 오래..

라면도 못 끓여먹는 생활을 하다가

전기마저 끊기는 바람에 촛불 하나 켜놓고 주경야독을 한지 어언 일주일째..

청계 소라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남은 초들을 수거하러 갔다가

시민들에게 무료로 음료와 생수를 나눠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초뿐만 아니라

일주일치 생수도 확보했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커다란 가방을 미리 준비하길 잘한 것 같다

촛불 문화제가 끝나고 가두 행진을 하던 시민들을 뒤로 하고

난 펭귄 댄스를 추듯 뒤뚱거리며 집까지 걸어왔다..;;;;;;






3.
집에 다 도착할 즈음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남은 동전 긁어모아 피씨방에 와서 검색해 보니

여고생도 잡혀갔단다..

시청 쪽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시민들은 모두 포위가 된 상태에서

전원 (자진)연행됐다는 소식도 뜬다..

아~ 담배가 마렵다..

지금 이 순간.. 날 위로해 주는 것은 빗물에 젖지 않은 담배꽁초뿐이다.






4.
내일은 더 큰 가방을 챙겨가서 음료수를 집중적으로 수거(?)한 후 가두 행진 때 빠져나와야겠다. ㅡㅡ;;;

남대문 경찰서장이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도로 위로 다니지 않기 때문에 체포하는 거'란다

그럼 내일은 자전거를 타고 한번 나가볼까?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나 잔차 동호회에다 한번 건의해 볼까?

발바리 시위처럼 수백 수 천명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행진하며

촛불 시위를 한다면 .. 그것도 장관이겠다.

그때는 어떤 이유를 대면스롱 연행을 할 것인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한번 해볼까?

가만 생각해 보니 ... 역시나 귀찮다 --;;;

나 대신 누가 해줬으면 좋으련만 ㅡ,.ㅡ ㆀ






5.
술 먹고 코알라가 돼서

고스톱을 즐기고 있는 저 여자..

모니터 불빛에 드러난 귓볼과 팔뚝의 솜털이 무지하게 쏠린다(?)

말이나 한번 걸어볼까?

푸른 불빛에 아른거리는 솜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에라이 이 광우병 같은 세상~

에라이 이 광우병 같은 영화판~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촛불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결이다..


=-=-=-=-=-=-=-=-=-=-=-=-=-=-=-=-=-=-=-=-=-=-=-=-=-=-=-=-=-=











바람에 별이 떨어지고 어둠만이 밀려오면

지난 밤 아름답던 꿈들 슬픔으로 내게 다가와

행여나 발자국 소리에 창밖을 보며 지샌 밤

내 가슴 멍울지게 해도 나 그대 미워하지 않아

나 이 작은 손에 초 하나 있어 이 밤 불밝힐 수 있다면

나 이 작은 마음에 초 하나 있어 이 밤 기도할 수 있다면

촛불잔치를 벌려 보자 촛불잔치야

촛불잔치를 벌려 보자 촛불잔치야



부슬부슬 비마저 내리면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

그 사람 이름 되뇌이다 하얗게 지새우는 밤

새벽 바람에 실려오는 저 멀리 성당의 종소리

나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그를 위해 날 태우리라

나 이 작은 손에 초 하나 있어 이 밤 불밝힐 수 있다면

나 이 작은 마음에 초 하나 있어 이 밤 기도할 수 있다면

촛불잔치를 벌려 보자 촛불잔치야

촛불잔치를 벌려 보자 촛불잔치야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010534
2008.05.31 13:05
명박이 때문에 아~ 담배가 마렵다
doggy4945
2008.05.31 22:53
자전거 행진도 좋은 생각인데요?
Profile
sandman
2008.06.02 2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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