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369 개

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삶은 직선이 아니다.

moosya
2008년 03월 20일 05시 11분 01초 1604 5
지금은 새벽 5시 3분, 오늘은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고 조금 있으면 부산을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화줄을 놓쳐버린듯 허전한 마음이 들어 이렇듯 키보드에 매달린다.
서울의 새벽 공기같은 황량함이 가슴을 관통한다.

어제 저녁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주식을 잘못 투자해 퇴직금을 모두 날려버린 아버지께서 '보험 들어놓고 자살을 하면 돈이 나올까?' 하고 어머니께 물어보셨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이 일을 육성으로 아들에게 전할 용기가 없으셨던 모양이다.

나는 어머니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돈을 벌어야하지 않겠니'라고 어머니는 나에게 우회적인 압력을 행사하시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 두분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내 꿈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물론 성과없이 지리한 꿈쫓기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나도 지치게 만들었다. 우리집은 잘 살지는 않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혹 그래서 내가 마음 편하게 늦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이렇게 독수공방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며, 부모님은 노후에 대한 대책이 없으시다.

삶은 유기적이며 곡선이다. 수많은 곡선들이 뒤엉켜 서로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 꿈을 꿀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부모님의 방패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 꿈을 접어야하는 것도 부모님의 생채기를 이제야 두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른이 지난 나이이건만 아직 철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주의의 금전적 관계로 회귀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8.03.20 10:57
힘 내세요.
영화를 중도에 그만두는 여러가지 이유가
님처럼 금전적인 문제 입니다.
한국 상황이 그러니 뭐..

돌파구는 항상 있으니까요..

화이팅~~
73lang
2008.03.21 01:25
팍팍한 현실...
Profile
hal9000
2008.03.22 04:59
백년을 다 살아도 삼만 육천일입니다.
하루 해는 한번만 뜨고 집니다.
나쁜 결정 아닙니다. 두려움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하지 마세요.
영화가 인생이고 사는 이유다. 개소리입니다.
흠...
일단 이렇게 써놓고 멈췄다가 잠시 생각하고 다시 씁니다.
영화보다 인생이 우선이지요.
시작만 배우고 끝을 배우지 못한 나로서 요즘 느끼는 생각에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뭐지?'

빽도 없고 겁대가리도 없이 달려가는 나는 뭐지.
어머니는 아들 밥 먹이려고 평생을 삼시세끼 밥짓기에 매달리시고 아버지는 뙤약볕에 일을
하셨다.
그렇게 얻은 쌀로 나는 키가 컷고 힘을 불렸다. 그러다가 정력이 가장 팔팔할때 영화일을
시작했다.

영화하는 이유를 인생 사는 것과 같이 생각하는 분들의 넉넉한 유머근성이 단지 부러울 뿐이다.
달리다보니 잃을 것도 이젠 없고 그렇다고 발전의 길만 남은 것도 아니다.
영화라는 꿈이 생활보다 가깝다? 아니다? 막연하다? 꿈이냐 현실이냐? 글쎄, 나도 모르겠다.
영화가 선망의 대상이 되게 했던 분들을 기억하는 것도 부질없고
소질을 언급하며 부축이던 무명씨들의 말들도 떠올리기 버겁다.

아... 이 글 쓴 사람하고 나하고 다른 거 하나가 있네. 결정력이네.
누군가는 옳다는 거다.
그렇다. 옳다 그르다 그렇게 나눌수 있는 것이다.
되냐 안되냐. 들어가느냐 안들어가느냐. 둘 중에 하나 인 인생, 사실 지겹다...
아니면 나 죽었다 생각하고 해가 몇번 뜨고 질 동안을 정하고 마지막 한번 의지를
불살라 모든 걸 보이던가.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술이 한 잔 있으면 하네요... (사실 냉장고에서 소주하나 들고 와 앉았습니다)
moosya
글쓴이
2008.03.25 14:01
각자에 공간에서 각자의 찌질함을 위해 건배합시다.
Profile
s010534
2008.05.20 06:54
왠만하게 이기적이지 않고야 이짖도 오래할짖은 못되는것 갇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친형에게 '우린 형제 아니다' '가족 아니다' 라는 말을 들어도 그날 조금 마음 아프고
다음날 되면 '그러던지' 하며 이짖하고 있는거 보면 정말 꼴배기 싫을 정도로 이기적인놈 인것 같습니다.
성공이 좋아서는 아니고 성공을 바래서도 아닙니다. 그냥 할것도 없고 할줄아는것도 없고 하고 싶은것도 없다 그래서 이거
한다 라고 생각하고 한게 이짖입니다.좋게 생각하면 가슴이 시키는대로 사는건데 돌려서 생각하면 이기적인 자식이 됩니다.
덜떨어진 자식이던지 ....어쨌든 힘내시구요 ...어디로 가서 머가 되는지는 일단한번 가보자구요 ^^
이전
57 / 69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