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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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꿈에

jelsomina jelsomina
2007년 03월 10일 21시 37분 19초 2383 2
꿈에. 울었습니다.

황무지 같은 곳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앉아 있었습니다.
황무지 라는 아름다운 말이 어울리지 않는 메마른땅. 메말라서 쩍쩍 갈라지고
아름다운 모래톱들도 보기 싫게 찢어져 다 무너져 내리는...그런 땅이 시야 가득 들어오는 광경이었습니다.
깨끗한 물이 흘렀던 강은 메말라 물길만 남아있고... 보기에도 처참한 그런 땅이었습니다.

눈을 감았다 떴는지, 차마 견디다 못해 다른곳으로 시선을 옮겼는지
그곳에는 뒷동산에 숲이 있고, 작고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옛동네가 보였습니다.
집을 나와 뒷산에 오르면 작은 능도 있고, 옆에는 밤나무 숲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오가고 개울도 흐르는 그런 동네. 아이들이 놀다가 공이 넘어간 집 대문앞에 모여앉아
공 좀 꺼내 달라고 소리치던 아름다운 동네가 있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와서 정말 꿈속에나 있을법한 그런 곳이었습니다.

담배를 한대 피운것 같고.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한참을 소리도 없이 울고 있는데, 옆에 큰형이 와 있었습니다.
나이 53, 저보다 11살 많은 우리 큰형, 알콜로 중증이 들어, 새끼들, 마누라... 다 등지고 엄마집으로 들어온
구겨진 종이같은 삶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 큰형이 내 옆에 앉아 날보고 왜 우냐고 물었습니다.

버르장머리 없이 큰형옆에 있는데도 그냥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대답도 않고 마냥 울었네요.
형땜에 그런건지.. 더 보지 못할 아름다운 동네가 그리워서 그랬는지... 마냥 울다가, 그러다가 꿈이 끝났습니다.

며칠 끙끙 앓았는데, 몸이 좀 나아지려고 그러는지.. 그런 꿈도 꾸네요.
무슨 때마다 겪는 몸살인지...

자꾸 숲에 가고 싶어집니다. 아직도 어딘가에 숲이 있을테니까요.
아직은 있겠지요. 그런 동네도. 숲도...
젤소미나 입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7.03.11 12:34
봄 맞이 몸살이신가...
ㅋㅋ
강화도가는 길 어느 동네가 꿈 속에서 본 동네와 너무나 같아서 신기해 했었다는...
가끔 그곳을 지날 때 마다 한번 그 동네로 들어 가보고 싶은 데
한번도 못 가봤다는...
그 곳에는 무엇이...
"판의 미로"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Profile
hal9000
2007.03.12 20:09
침대는 가구가 아니고 향수는 퍼퓸이 아니었습니다. nostalgia 인거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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