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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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산울림과 비서

pearljam75 pearljam75
2005년 08월 30일 20시 48분 36초 2076 6
김창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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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에 환장한 나는 벅스고 알라딘이고 거의 모든 앨범이 품절된 걸 보고 눈이 뒤집혀
저작권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얼마전 '산울림' 전집 mp3파일 분양 공고를 낸
아는 의사선생님께 잽싸게 신청을 했다.

근데 파일들을 간단히 메일로 보내주실 줄 알았는데
13개의 '산울림'앨범과 김창완 독집 앨범, 동화앨범등등 17개 분량을 CD로 구워서
우편으로 보내주신다고 주소를 달라고 하시는 거다.

병원일도 학교일도 바쁘실텐데 어떻게 그걸 다 굽고 우체국까지 다녀오실까,
너무 번거로우실 것 같아 죄송스럽고
또 아름다운 음악을 통째로 도둑질하는 것 같아 김창완 아저씨께도 죄스러워
생각 좀 해보겠다고 '고지식하고 소심한 미쓰고 드림'이라는 메일을 보냈더니


.... 번거롭지 않습니다. 정말 소심하시네요.
CD는 이미 다 구웠고 비서한테 부치라고 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라는 답메일이 왔다.

아, 비서. 비서. 비서. 비서.

실제로 '비서'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는 나는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영화사에는 비서가 거의 없고

은행업무, 우편업무, 담배, 서적 및 각종 심부름 기타 등등 감독은 개인적 일도
연출부를 마구 부려 먹기때문에, 그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내가 하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씨박, 연출부가 감독 개인 몸종이냐, 생각해보니 짜증나네-

'비서한테 시키면 된다'는, 한 마디 말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처리에 띠용- 충격을 먹었다.


비서를 두고 있는 사람들의 세계, 낯설다. 비서, 비서, 비서...

나는 아마 평생 비서를 둘 수 없겠지...만. 비서 비서. 비서 갖고 싶다.
(히히히, 시나리오를 비서한테 쓰라고 하는 건 어떨까?)


아는 선배가 시나리오에 참여한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가 떠오른다.
영화에서 저 제목의 대사를 치는 건 설경구가 아니라 전도연이다.
고단하고 지치는 일상속에서 모든 베풀고 다 해주는 아내의 존재란 '평안'과 '편안' 그 자체일 것이다.


'아내'와는 다르지만 자질구레한 모든 일들 다 해주는 그런 비서. 진짜 '편리'할텐데...

아, 나도 비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들은 또 늘씬한 여비서 상상하는거지?
*품절된 앨범들이 다시 나온다면 복제CD는 모두 파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름다운 저작권 보호해야하는데...
양심 허벌 찔리고 있어요. 지금.

Don't look back in Anger.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kinoson
2005.08.30 23:07
네...늘씬한 여비서 상상하고 있습니다....헤헤
hkchohk
2005.08.31 03:58
펄잼님 음악취향 훌륭하시네요. 산울림이라면 컬렉팅해도 웃기지 않지.
비서는 흔해.. 운전사에 비하면..
물론 난 둘다 없지만...
wanie
2005.08.31 17:24
한 때 산울림 팬클럽 개구쟁이 멤버.
lobery
2005.09.01 19:34
모하구 사냐?
Profile
pearljam75
글쓴이
2005.09.01 20:51
kinoson님/ 스크립터 부려먹지 말고 전문 늘씬 여비서 둔 영화감독으로 꼭 입봉하셈!
hkchohk님/ 비서... 운전사... 둘 다 없지만... 전용헬기 직접 몰고 다니는 거 아닌가요?
wanie님/ 한 때? 그럼 지금은 혹시... ss501 팬클럽 멤버이신가요? -.-a
lobery님/ 몰라! 당신은!! 크랭크 업 했으?
lobery
2005.09.13 20:02
3주 전에 했다... 후반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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