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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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용서

sadsong sadsong
2005년 02월 13일 17시 10분 25초 1521 2 31
당시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일들을
시간이 흐른 뒤에 어렵지 않게 용서하곤 하는 것은
실제로 그것이 용서해도 괜찮을 만한 일들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 날의 기억들이, 아픔들이, 눈앞을 하얗게 만들었던 분노들이
내 안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단순히 잊혀져 가는 것을, 죄 값의 크기가 애초에 작았던 것으로,
그렇게 스스로의 착각에 빠져가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지난 어떤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적절히 사라져 가고
가끔씩 스스로의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 것은
대체로 득이 되거나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나에게 속는 것이 끝내 용납되지 않는다면
편한 삶 얻기를 포기하고서라도
그날의 상처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가는 수밖에.


독하게.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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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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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esthesia
2005.02.18 09:56
새드송님은 시인이시군요
새드송님의 글을 제가 어찌 다 알겠냐마는 새드송님의 글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찌하여 저리도 모든 단어들을 그리 적재적소에 꼭 맞게 배합하여 절묘한 뜻을 만들어
그 뜻에도 공감하게 만드시는 지요
대단하십니다
Profile
sadsong
글쓴이
2005.02.18 16:23
기분좋네요.
쑥스럽네요.
고맙습니다.
(보기좋게 포장하려는 노력을 종종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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