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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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겨울 저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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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6일 21시 48분 50초 1512 1 29
겨울 저녁의 시
박주택


사위가 고요한 겨울 저녁 창 틈으로 스미는
빙판을 지나온 바람을 맞으며,
어느 산골쯤
차가운 달빛 아래에서 밤을 견딜 나무들을 떠올렸다
기억에도 집이 있으리라,
내가 나로부터 가장 멀 듯이
혹은 내가 나로부터 가장 가깝듯이 그 윙윙거리는
나무들처럼 그리움이 시작되는 곳에서
나에 대한 나의 사랑도 추위에 떠는 것들이었으리라,
보잘것 없이 깜박거리는 움푹 패인 눈으로
잿빛으로 물들인 밤에는 쓸쓸한 거리의
뒷골목에서 운명을 잡아줄 것 같은
불빛에 잠시 젖어 있기도 했을 것이라네,
그러나 그렇게 믿는 것들은
제게도 뜻이 있어 희미하게 다시 사라져가고
청춘의 우듬지를 흔드는 슬픈 잠 속에서는
서로에게 돌아가지 않는 사랑 때문에
밤새도록 창문도 덜컹거리고 있으리라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pearljam75
2004.12.17 00:04
님이 가끔 올려주시는 시들은 어쩜 다 이렇게 맘을 흔들어 놓을까요.

서로에게 돌아가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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