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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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귤을 좀 줄게

anonymous
2004년 12월 14일 12시 47분 00초 1823 6
귤 두 개를 집으러 베란다에 갔는데 지난 여름에 먹던 약이 타일 바닥 위에 누워 있네.
한동안은 열심히 챙겨 먹던 약인데 어째서 딱 한 봉지가 거기 누워 있을까.
불투명한 약 봉지 속에 빨간 캡슐 하얀 알갱이 보이고 기계가 찍은 글씨로 내 이름 석자가 눌려 있는데
어찌나 낯설어 보이는지. 뭔가 하고 한참 들여다 보았네.
그리고 오랜만에 죄 없는 당신 생각.
또박또박 당신 이름 적힌 아픈 시간들, 이제 어느 바닥에 누워 있나.
당신이 모르는데 나 까지 잊으면 그것들 어느 우주로 흩어질 건가.

지금 같아선 다 모르겠고,
당신 두 손에 귤 몇 개 쥐어주고 싶다는 생각.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onymous
글쓴이
2004.12.14 15:50
보고싶어.
anonymous
글쓴이
2004.12.14 16:56
그러지 말아요
anonymous
글쓴이
2004.12.17 00:54
"그러지 말아요" 라고 쓴 사람은 "보고 싶어" 라고 쓴 사람에게 그러지 말라는 걸까, 귤을 집어주겠다는 사람한테 그러지 말라는 걸까.
어쨌든, 이봐요 "그러지 말아요" 씨, "당신"이 그러는 것 같아서 괜히 뜨끔했다고요.
이런 데서 "당신"이 "그러지 말아요"라고 할 리는 없지만서도.
축축하고 찬 바람이 불어요.
아무나 불러내서 맥주를 따라 주고 싶은 저녁이었어요.
호프집 앞에 서 있는 죄로 꼬마전구에게 포박당한 가로수가 참으로 딱해 보이더이다.
그나저나 익명게시판이란 정말 복 받을 곳이로군요.
anonymous
글쓴이
2004.12.17 03:33
저는 보고 싶어입니다.
제게 한 그러지 말아요일 겁니다.
그러니까. 미안해요.
anonymous
글쓴이
2004.12.21 13:01
잊을 수 있다면 아프지도 않을텐데...
눈을 감고 사람내가 질편한 길 한 복판에 서서도 당신이 생각나는 날 행복한 생각을 해 보는.
두 손에 귤 두 개 살포시 쥐어주고 당신 몰래 그 공간을 열고 나가도 행복할 수 있을텐데... 또 아파할 수 있을텐데...
잊을 수 있다면 고통스럽지도 않을.
anonymous
글쓴이
2004.12.23 14:14
몬 소리들 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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