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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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The name

bohemes bohemes
2004년 08월 04일 20시 28분 37초 1366 4 12
염장. 곰탱이. 보엠. 너나. 야! --;; 등등..
나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분명히 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저외에 더 몇가지를 추가시켜 나를 부른다..

실은 예전에 내 이름을 아주아주 싫어 했던 적이 있었다.
어릴적 내 이름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우스울것이라는 앞선 멍청한 생각으로 아주 싫어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다닐때 까지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주고 친근히 불러줄때 이름이 그렇게
유용한것인지 알았고 특히.. 고등학교때 짝사랑 하던 1년 선배오빠가 나를 불러줄땐..
내 이름이 세상에서 젤루 이쁘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란 화면에 01410을 치고 들어가는 통신을 하면서
내 이름은 단지 대한민국에서 나라는 존재를 위해서만 존재하기 시작하고는
통신명으로 모든이들과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는 진짜루.. 통신ID가 없으면 친구들과두 단절되는줄만 알았고...
파란화면속에만 내가 살아가는줄만 알았다. 다시 내 이름에 대한 소중함을 잊게 되었다.

그러다가 "사랑을 몇 년 쉬었습니까?" 라는 일본 드라마를 우연히 즐겨보게 되었다.
거기서 주인공 여자가 남편과 싸울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대사를 까먹었는데..--;;;(대략 난감..) 대강 내용은 이러하다.
" 내 이름은 유코(그녀의 극중 이름이다) 인데.. 당신과 결혼 하고 부터는 엄마. 당신.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나는 사라졌어. 당신과 연애할때는 유코라는 이름을 그렇게 불러주다가 난 당신과 결혼하면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엄마이고, 아내이고, 며느리로만 살아가게 되었어"...
대강 이랬다..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이름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면서 그녀 또한 여자로의 존재도 같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 나라 엄마들도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살겠지..
내가 여자라 그런지 그 내용을 보면서 아.. 라는 짧은 외침이 나도 모르게 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지금 나는 내 이름이 아닌 보엠(bohemes)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내가 혹..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내 이름이 사라지게 되나? 그럼 난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누구의 아내로 불리게 되는건가?

다시 내 이름에 감사까지는 아니더라고 이뻐해줘야 할것 같다..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 줄때, 내가 좋아하던 그 가수가 나를 불러줄때,
울엄마가 잔소리하려고 내 이름을 불러줄때 조차도 난 내 이름을 이뻐해야 할것 같다.


보태기; 이 글을 갑자기 쓰게된 계기가 다른 모임 게시판서 내 이름이 동생이름으로 둔갑되있길래
문득 떠올라서 쓰게 되었다. 난 그 누구에게도 내 동생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들은 모두
내 이름과 동생이름을 혼동한다.. 샴푸옆에 린스가 있듯이 우리자매 이름도 그런 세트인가?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pearljam75
2004.08.04 20:40
bohemes님의 이름은 이쁩니다.
73lang
2004.08.04 22:30
<이름>은 곧 소유임다.

섹스피어가 말혔듯이 장미가 따런 <이름>으루 불려도 향기롭긴 마찬가지시...;;;;

자기 <이름>을 찾기 위한 모험이 이야기의 전부인 '쎈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인 장미의 이름 등...

이름...............

거 참 쓰고봉께 아조 철학적인 주제고만요 --;;;;;;;;;;;;;;;

이왕 이름 야그가 나왔슨께...

요즘들어 예전처럼 영화 스텝덜의 크레딧에 대한 명확한 룰을 어기고(?)

개념이 희박한 영화사들(특히나 기획팀이나 일부 감독등)이 떠올라 기분이 쭈글쭈글허고만요
Profile
alien
2004.08.05 00:38
아.. 술김에 이글을 쓰게 되어 죄송함다.

저도 한때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이 촌스럽다고 구박하며 싫어 했는데요.
부모님이 나이 드시고 그 이름에 책임감이 들면서 이름은 아름답기로 평가되기 보다.
내가 그곳에 반영되는 깊이로 다가와서..
아주... 심히..
이름에게 죄송하기.. 미안하기도.. 또 화나기도 합니다.

분명 행방불명 되기를 바라는때도 있지만.. 잊어서는 안되는 하나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그 애니 좋아합니다. 73랑님. 히죽

이틀째 마시는 술이 징하네요~
01410의 추억이라.. 헤헤
이제는 네티즈은~이 되야서 그 추억을 대신한다만은 저는 여전히
익명보다는 익명속에 숨겨진 본연의 모습을 찾아내고 그래서 아직은
그 핑계를 찾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아이씨..
걍 술김에 한마디.켁.
denda700
2004.08.06 14:45
이런경우엔 어케 해석해야되는지요?

1. 연옌들이 가명을 쓰는경우..?

2. 업소에 종사하는 여자분들이 가명을 쓰는경우..? 등등..

여튼 이름은 다시말해 자신을 표현하는 1차원적인 의미인듯 합니다.
소중한것임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남자도 남편의 이름으로 아빠의 이름으로 사위의 이름으로....ㅋㅋㅋ
(초딩적인 생각 ...ㅡㅋ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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