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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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삐끕(B급) 영화인...

73lang
2004년 05월 03일 00시 12분 14초 1422 4 18
Gaezuk.jpg

창밖엔 비가 온 후의 5월이 찾아와 있었슴다.

굳이 열쇠없이 깨진 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쪽방과

중산층에 끼기엔 턱없이 모자란 재산들이 있는 그런 작업실 겸 살림집에서

씨나료도 잘 안풀리고...전 무쟈게 심심혔슴다.

내가 주로 주변사람들이 심심하다고 불러내면 나가는 입장일뿐

지가 심심하다고 불러낼 때 나올놈은 단 한눔도 없었슴다..

오늘 있었던 그 선배와의 이상한 대화가 그렇게 떠듬스롱 싸울만한 일이었는가를 의심해 봤슴다.

항상 약속시간에 늦게 나오는 그 선배는 저랑은 여러모로 정 반대되는 사람이었슴다.

그 성님은 얼마전 '딴나라당 운동화 사진(?)'을 찍어서 유명해진 어느 인또넷 언론사의 기자였슴다


그 선배넌 넥꾸다이 매고

도곡동 대림 아끄로빌 안의 침대에서 시작혀가꼬

출근과 퇴근을 병행하여

부모님과 식탁에서 저녁식사와 T.V와

다시 침대로 끝나는 패턴을

전투를 치루듯 힘들게 보내는 그런 인뗄리?헌 사람이였슴다.

그러나 찾아보면 그 선배와 저랑은 공통점도 무쟈게 많았슴다.

둘 다 30대라는 점

뇨자덜헌티넌 왕따루 통한다는 점 --ㆀ

약간은 예외적인 정서와 욕구불만을 주바리(이빨)루 푼다는 점

글짓거리?루 밥먹구 살거나 행세한다넌 점

사람덜이 전화를 씹거나 쌩깔 때마다 강남역에서 만날 수 있넌 친한 선후배 사이라는 점..

주변사람덜헌티 또라이 같다거나 싸이키(?)하다는 소리를 들어봤다는 점 등등 ;;;



그런 선배와 제가 오늘 서로가 다투게 된 대화 내용을 옮겨보자면 담과 같슴다...



선배 : 니 워디 영화사 갔다 왔냐?

14타 : ****라구여 *****라넌 영화 맨든 영화사에 아넌 후배가 제작실장으루 있어가꼬라...거그 댕겨왔쏘

선배 : 그런 영화사두 있냐?

14타 : (빈정대는 말투로) ...충무로의 걸어댕기넌 정보 네트워크가 *****라넌 영화두 몰르씨요? (사실 모를만 하다;;;) 씨네21에두 그 영화현장 몇번 기사화 된적 있고만요 (딱한번 나왔었다;;;) ...거 참 기자라넌 냥반이 충무로 소식에 요로크롬 깜깜혀서 쓰겄쏘?

선배 : (언짢다는 표정으루) 야...솔직히 얘기허넌디...니가 아는 주변 사람들은 죄다 쌈마이에 삐끕(B급)들만 있냐?

14타 : ('거 참 말한번 젖같이 허네'식의 표정을 지으면스롱) 그러는 성은 A급이여!

선배 : 엉

14타 : 증거대봐바 (이쯤되면 대화 수준이 상당히 유치하게 나간다 ;;;)

선배 : 난 심**씨 잘 안다 (유치하다;;)

14타 : (당장이라도 전화할 기세루 언성 높아지며) 그라요?..그럼 내가 직접 물어볼팅께로 가만 있어봇씨요 ! (반응이 더 유치하다..사실 심**씨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임..당연히 연락처도 모름스롱 큰소리 처본것임 --;;;)

선배 : (언성 높아지며) 물어봐이쒸...***기자 아냐구! 잘 안다고 헐꺼쉬다 (기세등등)

14타 : (살짝 꼬랑지럴 내리며) 아...그라요...성은 A급 맞쏘...나넌 삐끕이구...고만허십씨다 ;;;

선배 : 나 A급 맞다닝께! ....어쩌구 저쩌구...

14타 : (버럭~!) 아따 고만허잔께여!

갑자기 승질을 내넌 저땜시 그 선배넌 화가 난 표정으로 우산을 접으며 뒤돌아 가드만요



사실 뇨자덜헌티 인기도 읍꼬

영화판에서 별루 인정도 못받고

예전에 힘들게 영화에 대한 열정과 로맨쓰를 같이 불태우던, 시방은 아조 잘나가넌 그 옛날의 동지덜헌티 문전박대럴 당해 본

피해의식으로 가득찬 저희 같은 부류는

뭐든지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야 살아갈 수가 있는거 같슴다.

분명해지고 명확해지면 이 세계는 곧 전시상황으로 돌입하드만요

A급...B급...

양지와 음지...

50평짜리 아파트와 10평짜리 쪽방...

적 아니면 아군 하는 식으로..



한동안 연락도 읍던, 시나리오를 대필해 준 감독님이

자기 짐만 싸들고 나가버린 휑한 작업실 겸 살림집에서

저는 문득 근 1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빼먹어 온 저녁 식사가 갑자기 먹고 싶어졌슴다...




우겔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hyulran
2004.05.03 09:38
국맛을 아는 건 숟가락이 아닙니다.
Profile
kinoson
2004.05.03 12:31
형만 비급인가요...? 나도 한때는 내가 A급이 될수 있을거라 자부했더랬지요..근데 결과는...? 형이 더 잘알죠? 우헤헤
aesthesia
2004.05.03 14:55
비급이 있어야 에이급이 있는거 아닙니까? 처음에 시작할때부터 나의 목표는 에이급이다
라고 생각하고 시작하셨드랩니까? 그저 영화일이 하고 싶어서 였지 않습니까?
처음에 젊었을때는 열정을 갖고 시작했는데 나이가 들고 주변에 열정에서 시작했던 사람이
에이급으로 간 것을 보고 기분이 안좋아지셨습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것 자체가 큰 일이며 내 인생의 에이급입니다
에이급이니 비급이니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역쉬 그런 사람들때문에 그렇게들 학벌이 나오고 따지고 그러는것이겠지요
별걸 다 에이급비급하네요 훔...

영화하는 사람들 중 에이급이 있다면 그영화의 질로 봤을땐 비급이라면 그것도 에이급인가요?

영화하시는분 각자가 에이급이고, 에이급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게 에이급이라는 생각을 전파시킵시다...

저 그리고 비급이면 어떻습니까...비급이 뭐가 어때서요...내가 자부심있는 영화를 만들면
되는것이지 사람들 평가가, 비급이라는 타이틀이 그리 중요하단 말입니까....



무시못하죠....^-^
hkchohk
2004.05.12 22:19
A, B 둘다 조용해.. 세상은 이제부터 C급이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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