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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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우문愚問

pearljam75 pearljam75
2004년 04월 28일 00시 01분 21초 1128 3 11
1. 강제규와 시공사

어제 서점에 책구경 가보니 <태극기 휘날리며>가 소설로 나와있었다. 강제규 지음.....

<태극기 휘날리며>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솔직히 별로 이해하지 못했고 강제규 영화를 싫어하는 나로써는

그 소설책을 보니 ... 얼굴이 자동스럽게 일그러졌다. 게다가 강제규는 역시 날 배신하지 않더라.

출판사를 보니.... 시공사. 역시 최고다.

시공사가 대머리 영감탱이와 관련된 사실을 몰랐을때는 돈 많이 벌어서 시공 디스커버리 책들 모두 사서

램브란트나 드가, 마네, 모네, 르느와르 그림들을 올칼라로 맘껏 보고 그들의 인생을 읽으리라, 소망을 빈적도

있었으나 복수의 의미로 홍대앞 아티누스 서점에 가서 똥을 누워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던 요즘은

시공사의 '시'자만 봐도 열이 오른다.

강제규는 왜 하필 시공사에서 그 소설인지 뭔지도 내고, <태극기> 메이킹 필름 북도 냈을까?? 왜? 왜? 왜?



2. 오늘 오랜만에 낮술을 마셨다.

작곡하는 친구의 작업실에서 최고로 멋진 재즈의 아버지 Miles Davids 의 앨범을 걸어놓고, 김치부침개에다가...

낮 12시부터 소주를 홀짝 홀짝 마시니, 설탕물같이 단 것이, 재벌집으로 시집간, 출산으로 인해 경미한 우울증이 있는

여인이 전화통화로 낮술먹은 이 시추에이션을 '무릉도원'이라며 부러워했다.

임신과 출산..... 술은 어떻게 참고 그 오랜기간을 지내지? 어떻게??? 과연 어떻게????

(사실 임신중에도 담배피우고 술마신 친구들 여럿 봤다. 참긴 뭘 참아.....)


3. 시금치

나는 시공사의 '시'자만 들어도 화가 나지만 결혼한 친구들은 시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시'자가 들어가는 시금치도

안먹는다고 한다.

90%이상의 유부녀들이 거품을 무는 이 시금치 현상을 지켜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차면 또 결혼을 디게 하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심리는 뭘까?

아이고 모르겠다. 아들이 결혼하고 나면 같이 살더라도 법적으로 당연히 법정분가가 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피'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입양'같은 문제도 그렇고. 생긴것도 판이한 다른 민족 아기들을 양자로 삼아 키우는 서양사람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폐쇄적이다. 죽어서 제사상 받는 걸 왜 그렇게 기대하는 걸까?

죽으면 또 다른 즐거운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왜 산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하고, 제사밥 얻어먹고 싶어하는 걸까???


하여간 자식을 독립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기 소유물로 인식하고 그 장래나 인생에 너무 많은 간섭을 하는게

못마땅하다. 많이 사랑해주었으니 당연히 효도도 받고 싶으신 것이겠지만

조금만 덜 사랑해주고 독립체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책임을 주시면 안될까??? 우매한 나의 싸가지 없는 생각이지만.


지나친 자유방임형 교육으로 자식들을 막 길러내신 우리 부모님도 며느리가 자주 전화안한다고 서운해 하시는데

재벌집으로 시집간 그 여인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


나에게도 피가 땡길 날이 있겠지만, 오랜 세월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살아서 그런가? 지금 내가족들과

얼키고 설키며 살아가는 것도 떄론 피곤하고 복잡한데 결혼해서 남의 집 사람들과 ...... 또 그런 난리를 피울 생각을

하니, 역시 결혼은 ...... 또 다른 운명의 굴레, 철창없는 감옥이 아닐까?


-엄마가 내 이름풀이 사주를 보셨다고 한다. 허허허.......나 올해, 결혼한다. 사식 좀 넣어주라.

Don't look back in Anger.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tudery
2004.04.28 01:29
1. 시공사
대학동기 뇬이 시나리오 작가를 한답시고 직장을 때려 쳤을 때 기겁을 한 기억이 있다. 이제 시작해서 너의 그 휘황찬란한 글빨을 날리더라도 먹고 살기를 기약하는 것은 니가 마흔이나 됐을 때라고 얻어 먹는 곱창튀겨가며 열변을 토했었다.
얼마되지 않아 그 친구가 강제규필름 작가실에 들어 갔노라고 연락이 왔다. 재작년쯤의 일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는 육개월 여 지나 때려 치웠다는 전화를 받았었고 역쉬나 먹고 살기 위해 출판사에 임시직으로 취칙했노라고 했다.
그게 시공사였다. 때려 치운거 잘했다고 떠벌이면서도 왜 하필이면 '시공...' 그랬었다.
그 후로 연락을 자주하지 않아 그 친구의 소식은 잘 모르겠다. 문득, 5개월여를 전속작가랍시고 일하고는 50만원받고 때려쳤던 그 친구가 아직 시공사에 근무한다면... 대략 다음주쯤 확인전화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든다.
오랜 친구에게 술한잔 베푸는 마음의 여유가 점점 사라져 가는 내 자신을 질책해 본다.

2. 낮술
얼마전 티브이에서 자녀 열둘을 둔 임산부가 나왔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자녀가 열하나고 남은 한명은 뱃속에 있는 상태였다. 내 주변에서 10개월간 임신을 하며 고생하는 뇨자들을 여럿 봐온터라.. 경악 그 자체였다. 10개월의 임신에 그 조리 3-4개월. 그리고 그 아이가 똥오줌을 가리기까지 삼년여... 열둘이면 임신기간만 120개월 10년이고 그 후속조치까지 따지면...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여자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제가 워낙 애를 좋아해서요...' 이해가 잘 안된다. 그녀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나의 추측이지만 그녀는 담배도 술도 하지 않을 거 같았다.

3. 시금치
어렸을 적 초록색의 새마을 모자가 세상에 물결칠 때 우리 엄니는 힘 쎄진다며 도시락 반찬에 시금치를 꼬박꼬박 넣어 주셨다. 반숙된 계란 후라이와 식어 버린 잡곡에 살짝 곁들어진 시금치는 정말 덜 빤 양말 같은 맛이 났다. 그걸 먹고 알통 뽐내는 뽀빠이가 이해가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다만,
시금치하면 뽀빠이와 반숙 계란후라이밖에 연상이 안되는 나로서는 시금치 -> 시공사 -> 시집 으로 연상의 고리를 잇는 그 이데올로기가 놀랍기만 하다. 이것이 여성과 남성의 차이점일까...

4.족
사주풀이 그거 믿을만하다.
Profile
truerain
2004.04.28 03:23
미국 독립영화계의 전설적인 감독 존 카사베츠에 관한 책이 시공사에서 나왔습니다
<존 카사베테츠의 영화/?> 그 책 읽는데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이런 책 한국에서 나오는 것이 쉽지않은데 '시공사'에서 출간해준 것을 고마워해야할지... -_-"
요즘 밑줄치면서 읽는 어떤 책도 시공사 주니어 출판입니다
좋은게 좋은 것일까요...?
hkchohk
2004.05.12 22:28
부시가 똥꼬라고 made in USA가 똥이냐?
이재용이 편법증여받았다고 삼성메모리가 꽝이냐? 삼성직원이 붕이냐.
시공사가 탄탄하니 직원들은 어깨펴고 좋은책을 만들자는 자부심으로 잘먹고 잘살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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