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정
변강쇠같은 힘쎈돌이랑 한판했다 이거지???
허허허.......
습도가 높아서 별은 보지 못했지만 건물들이 눈 튀어나오도록 번쩍 번쩍하니 "홍콩갔다왔어"가
"어젯밤에 허벅지 실한 놈하고 했어. 별봤어, 뿅갔어"와 일맥상통하는 관용적 표현임은 부인하지 않겠다.
2. 선거와 정책
총선이 있었던 그 날 밤에서 나와 노선이 다른 친구와 새벽까지 또 술을 펐고,
(정치노선이 다른 경우, "친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탄핵사태 이후 절실히 알게되었다.
짜증나는 일이다. 관용이고 나발이고 일단, 짜증이 난다. 서로서로... )
아침에 술냄새를 풀풀 풍겨대며 홍콩행 비행기를 탔다. 물론 내 가방엔 미리 준비한 팩소주가 네개 들어있었다.
9시 출발 비행기를 8시 55분에 탑승하는 인간이 있다. 바로 나다. 승무원들이 멀리서 할딱거리며 달려오는 나에게 달려와
티켓을 받고 보딩 문짝을 닫았다. 28번 게이트에서 6번 게이트까지 몇백미터... 난 미친듯이 달렸다.
몇분 걸렸지? 뛰면서도 숨차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입안이 바짝 바짝 마르고 새벽까지 먹은 술이 온몸으로 퍼지는게 느껴졌다.
비행기 이륙 후 바로 화장실에 가서서 토했고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아 정신을 차리고 기내식을 또 맛있게 먹었다.
막강체력은 편식없는 식생활로부터 나온다고 나는 믿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노회찬씨가 턱걸이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맡게 된것을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신문을 보고 알았다.
제일 기뻤다. 민주노동당의 정책들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노회찬씨가 말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듣고 있으면 몹시 희망차기도 하지만, 가끔 너무 슬퍼지곤 했다.
과연 그의 주장대로 생리대의 특소세 면제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100% 무료로 나누어 줄 날이 올것인가?
궁극적으로 유한 캠벌리 등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결국 정부에서 먹여살려야할텐데... 아닌가?
합리적 정책의 제왕으로 뉴 브레인이 등장하면 좋겠다. <페노메논 Phenomenon> !!
존 트라볼타처럼 내가 번개에 맞으리라, 아니, 납치를 당했었던가?
3. 홍콩
홍콩에 있는 동안 이틀은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쳤다. 예전에 제주도에 7박 8일 놀러가서도 내내 비가 왔던 기억이 난다. 나는 왜 그럴까?
홍콩은 천가지의 얼굴을 지닌 건물과 모든 명품 브랜드가 다 들어와 있는 쇼핑의 도시다.
장국영이 자살했다는 "만다린 오리엔탈"호텔앞을 지나갔다. 몸이 부숴졌을 그 길바닥에 꽃을 놓고 오지는 못했지만
그가 묵었던 방의 불빛은 보았다. 언젠간 저곳에 투숙해봐야겠다.....생각하면서.
나는 구룡반도 외곽에 있는 호텔에 묵었는데 프로트에 있는 호텔리어들이 진짜
다 홍콩배우같이 찐하게 생겨서 너무 웃겼다. 그 농도가 유덕화 정도??
하루종일 관광코스와 도시를 돌다 밤에 호텔로 돌아와서는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글을 쓰다 잠들었다.
지금 이 4월에도 에어콘을 약하게라도 틀고나서야 잠을 잘 수 있을만큼 홍콩은 습하다.
더운건 둘째치고 그렇게 습한데도 벽지가 스르륵 벗겨지지않는 까닭은 대단한 냉방시스템 때문일것이다.
호텔에서 글을 쓴다.....
장정일은 이것을 굉장히 비웃었던것 같은데 나는 <바톤 핑크> 생각이 나서 꼭 해보고 싶었다.
그것도 제대로 가오 잡고..... 히히히.
사실 그 호텔은 서울이나 다른 지방에서 5, 6만원만 내면 잘 수 있는 모텔과 별 다를것은 없었지만
어째꺼나 책상은 하나 있었고, 노트북이나 타자기를 챙겨간 것은 아니지만 프로트에서 얻은 A4용지와
나의 스프링 노트를 펼쳐서 머리속에 있는 잡다한 뭔가를 적어보는게 좋았다.
뭐든지 많이, 잘 먹는 내가 홍콩 요리집에서 나오는 볶음밥과 느물느물한 야채와 고기, 이상한 검은 국수 같은건
냄새도 잘 맡지 못한다는 게 스스로 놀라웠다. 향이 너무 ......쏠렸다.
팩소주만 챙겨갔지 신라면 컵라면도 안가져가서 어제는 편의점 같은데서 요상한 컵라면를
사서 호텔서 뜨거운 물 부어서 끓여먹었는데 오호......... 그것도 냄새가 ........윽........
결국,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에서 챙긴 튜브 고추장을 면에 넣어 비벼서 먹고 배고픔을 달랬다.
어제밤엔 패키지 코스를 벗어나 위험을 감수하고 메트로 지하철을 타고 매염방이 지냈던 페닌술라 호텔과
온갖 쇼핑몰, 낭만의 거리등이 있는 팀사츄이로 나왔다.
여기저기 약간 헤매긴 했지만 임청하와 결혼한 유부남이었던 마이클 어쩌구가 사장으로 있는 에스쁘리 할인매장을 발견,
이쁜 바지를 만원 정도 주고 샀다. 홍콩달러 100불이 한국돈으로 16000원 정도 한다.
쇼핑의 도시 홍콩에서 산 유일한 나의 물건이다. 69불짜리 에스쁘리 바지 한벌. 히히히....
4. 카지노
홍콩은 영국의 지배에 있었고 마카오는 포루투칼 지배에 있었다. 그런데 후자는 식민지 뉘앙스도 아니었다.
그냥 서로 좋아하다 몇백년 눌러살다가 물러간것일 뿐.
그건 그렇고 "빵"이라는 포루투칼 말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거지?
지금은 둘 다 반환되기는 했지만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중국과는 다른 체제하에 있는데
왜 우리는 하필 일본의 지배에 있었는가, 참 도움이 안되는 역사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카오에는 12개의 카지노가 있는데 사장이 한명이라고 한다. 그 사장의 공식적 네번쨰 마누라가 소유하고 있는
호텔의 카지노에 들어갔다. 비공식적으로까지 따지면 마누라가 도대체 몇이나 될까?
직계비속들은 또 얼마나 우글우글할까??? 여든이 넘은 노인네가 말이다. 그 노인네의 부인들은 과연 언제 홍콩에 가볼수 있을까? 정답: 마누라 숫자 n분의 1만큼... 흐흐흐.
카지노 구경가서 생전 처음으로 슬롯머신을 땡겨보았는데 딱 한번 줄을 맞추었다.
동전이 우르르 쏟아지자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물론 계속 하다보니 동전은 금방 바닥이 나버렸지만.
죽치고 앉아서 칩을 여기 저기 걸며 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나도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같은 능력이 있다면 대박이 날텐데.... 그런 딴생각을 해보았다.
주말엔 홍콩에 있던 사람들이 마카오로 배를 타고 나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며 인생을 즐긴다는데
마카오의 밤은 섹스 쇼로 유명하다고 한다. 촬영장에서도 배우들이 벗고 돌아다니는걸 보면 민망한데
그게 어떻게 쇼가 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직접 본다면 좋아서 환장하겠지만.....클클클.....
5. 귀환
어젯밤, 홍콩의 야경을 눈에 담겠다는 강박관념에 오랫동안 페리호 근처 낭만의 거리에 앉아있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멋진 야경이었다. 다시 오자, 이 도시의 불빛들을 기억하고 다시 오자.
그리고 나는 지금 다시 사우스 코리아, 서울, 신촌, 내 방이다.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이 상태, 집에와서 느끼는 안정감보다는 -내가 보고싶어하고 날 보고싶어한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서 빨리 또 다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맘이 솔직히 더 많다.
내 사주에 있다는 역마살때문이겠지. 아마.
영화고 뭐고 닥치는대로 돈벌어서 맨날 여행만 다녔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아무 대책없이.....
쓰고나니 또 주저리 주저리 .... 말이 많았다.
하여간
카지노엔 모든 촬영이 금지되어있는데, 시나리오엔 카지노 씬 같은걸 아예 넣지 말아야겠다.
카지노 세트로 만드려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보나마다 삭제되거나 C.G를 쓰게 될것이다.
6. 결론
돌아와 내방에서 앉아 생각해보니......홍콩,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