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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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후기 (연출부 소모임.총선.시나리오 계약)-무적투표부대원의 하루

73lang
2004년 04월 17일 12시 52분 57초 1747 5 30
#화장실

저는 중심을 잡기위해 약간 비틀거릴 정도로 힘을 주어야 혔슴다.

'이런 곤란한 지경이 처음도 아니고 이것으로 마지막도 아닐테니까'하는 식으로

무사히 똘똘이럴 변기에다 털어대고 난 후 손을 씻었슴다.

요즘들어 체력의 한계럴 많이 느끼넌거 같슴미다.

이슬 몇잔 하고 나면 갑자기 머리속에서 종소리가 나면스롱 자주 필룸이 끊기곤 헙니다요.

여기넌 워딜끄나?...왜 내가 또 낯선 공중 화장실의 좌변기 위에서 두루마리 화장지럴 미이라처럼 온몸에 휘감은 채 눈얼 뜨넌 거실끄나 --;;;

갑자기 화장실 안의 환풍기에서 더운 공기가 훅 끼쳐왔슴다.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세수럴 혔슴다.

제 뺨얼 타고 내리넌 물이 차가운 것은 수돗물이고 뜨거운 것은 눈물이였슴미다.

필커 회원 인기도 5위 한거 담으루 기뻤슴다.

'나도 시나리오 작가계약서라는 것을 써보넌구나..'

지난 10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치구 지나가넌 거시였슴다.

94년도.. 파주행 버스에 몸을 실은채 방갈로 하나 잡아서 떡영화? 촬영부 막내를 하던 그 시절이후

증말루다가 쩍팔린 야그지만 지난 10년동안 제대루 된 계약서 한번 못써본 제가...계약서에 도장얼 찍었슴미다.

눈물이 눈앞얼 가림스롱 파도럴 쳤슴미다.

기념으루 똥한판 때림스롱 화장실 벽에다가 시한수 적고 나왔슴미다.

'내 눈까리는 눈물에 젖고
내 청춘은 참이슬에 젖네...
난 행복한 꿈거지...우겔겔'







#밤거리

암전뒤야서 드문 드문 끊겨진 필룸들을 편집하면스롱 2차로 갔었던 술집을 한동안 찾아헤맸슴미다.

투더리 성님과 갔었던 고기집...'내 머리속의 지우개' 조감독님도 있었던거 같고...

필룸이 끊겨진 시점부터 다시 상황을 재구성 해봤지만 도무지 암것도 기억이 안나넌 거시였슴미다...

힘없이 길거리에 주저 앉았슴미다. 그때

길건너편의 술집에서 주인 아저씨가 '소형 개죽이 깃발'얼 흔들면스롱 저를 부르넌 거시였슴다

'어이 총각...아까 술먹다 사라진 친구아녀? 자네 실종되고 나서 일행덜이 쪼 위로 가드만';;;

그 주인 아저씨가 가리키넌 방향으로 걸어갔슴미다.

아무리 걸어가도 자꼬 모르넌 낯선 거리만 나오넌거시였슴미다.

주머니럴 뒤져봉께 투더리성님의 명함이 있넌거시였슴미다.

전화럴 해도 안받길래 찾기럴 포기하고 마냥 밤거리럴 헤매이면스롱 걸어댕김스롱

어제 있었던 일덜얼 하나하나 떠올려봤슴미다.








#병원


'엄니, 투표권은 있쏘?'

'이-'

'오늘 투표하넌 날인디 투표소 가넌거 안 까먹었지라오?'

'일읍따. 구찬타. 투표 안헐란다!'

10년만에 만난 친어머니와 아들의 대화 치고넌 쩜 요상허다넌 기분이 들기도 혔슴미다만 달리 할 야그도 없었슴미다.

작년에 일본에서 영구 귀국얼 허신 어머니가 교통사고럴 당해서리 입원한 병실에서 저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었슴미다.

잠시동안의 어색썰렁함을 깨기 위해 꺼낸 말이 '엄니, 투표권은 있쏘?'라니...

요런 대목에선 이산가족끼리 눈물의 상봉얼 연출해야 되넌것이 아닌가 허넌 고민얼 잠시 혔었슴다.


'의사가 그러넌디 퇴원하셔도 된다등만요...왜 퇴원얼 안허구 계심까요?'

'병원비 밀려서 못하구 있다'

'보험처리넌 안됨미까요?'

'운수회사넌 절때루 이길수 읍당께! 내가 두번다시 15*번 뻐스 타구 댕기나봐라!!'

'엄니...밀린 병원비 드릴팅께 투표나 헛씨요...'

'니가 돈이 워디서 났냐?'

'나 씨나리오 계약혔쏘'



환갑 잔치 모대드린거 70세 생신 때 조선호텔이나 인또꼰띠넨딸 호텔같은디서 삐까번쩍허게 잔치해 드리겄다고 잠시 떵떵거리고 난 후

1인 2투표제에 대한 설명을 해드렸슴미다. 이곳 지역구에 민노당에서 4번으루 출마혔슨께 인물은 4번얼 찍구 정당언 14번 사회당을 찍으시라넌 말씀얼 드렸슴미다



'민노당??? 그게 뭐냐?' 라넌 어머니의 질문에

왜 예전에 두꺼운 뿔테 안경쓰구 나와서 입을 오물거림스롱 '살림살이 많이 나아지셨슴니까?'라넌 권영길씨 흉내럴 잠시 내면서 자세한 설명을 해드렸슴미다.

'사회당?? 그건 뽈갱이덜 아녀?'라넌 어머니의 말씀얼 뒤로허구

밀린 병원비 대신 내드리넌 조건으로 투표럴 꼭 허시라넌 당부럴 한 후 병원얼 나섰슴미다.








# 필커 연출부 오프모임

'스무명이 넘는 미모의 뇨성동지덜과 즐거운 오프 모임얼 가졌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구 --;;;

칙칙헌 남자덜끼리만 다섯명이 모여서리 술자리럴 가졌슴미다 ;;;;

다덜 좋으신 분덜 같았슴미다.

태극기 스텝이셨던 밀리터리 매냐께선 350마논얼 받구 일했다넌 야그럴 약간 격앙되어서 하신거 같고

싸이더스에서 조감독얼 허구 계신 투더리 성님과

츄리닝 복장의 범상치 않은 패션감각얼 자랑하시던 이산인 성님 ^^;;;하구도 많은 대화럴 나눈거 같슴미다.

그리구 24살의 파릇파릇허신 유일한 20대이신 hyll님께 뭔가 큰소리럴 친거 같은 기억도 어렴풋이 나는거 같슴미다;;;

다덜 잘 들어가셨지라오?

투더리성님과 이어졌던 2차자리에선 필룸이 끊어져서리 암것도 기억이 안남미다요 --ㆀ







# 계약서

밤거리럴 걷다가 쩜프컷이 된 후 ;;;

정신을 차리고 봉께 조폭 마누라 2에서 연기럴 허셨던 선배집에서 눈얼 뜨넌거시였슴다;;

가방 챙긴거 돌려줄팅께 만나자넌 투더리성님의 연락을 받고 논현역으로 향했었슴다.


가만 되작되작 생각해 봉께 얼마 되도 않넌돈 세금 3.3% 떼고 나면 쥐좆만한 액수인디..그걸 워떻게 쪼갤까 잠시 짱구럴 굴렸슴미다

엄니 병원비...밀린 방세..일단은 인터넷 끊긴거 다시 살리고...도우미노래방 외상값 --;; 에로배우 하소연 팬클럽 후원금...아니다 이건 걍 쌩까구 ㅡㅡㆀ...

결식 아동 후원금 내구 빚좀 갚구 나면

대충 30마논 정도가 남넌거시였슴미다.


사실 어떤 종류의 계약서던 간에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바라봤을때 독소조항이 많은것은 사실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은 이력서의 본적난 처럼 을의 서명난에 주민번호를 기재하는 것도 독소항목이라고 할 수 있슴미다

길고 긴 계약서일수록 을의 입장이 불리하다는 것은 안봐도 dvd이지만서도

이참에 빚잔치럴 끝내자....밀린 방세 빨리막자...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여~...등등의 문장덜이 머리속에서 자꼬만 꼬리에 꼬리럴 물구 파도럴 쳤슴미다...








# JEDI님께 건의사항

남은 돈에서 3분에 1정도 후원금으로 낼팅께

후원금과 회원 인기도럴 연계해서 포인트 제도럴 도입했으면 좋컸슴미다.

만원에 천점씩;;;

그럼 저는 금방 부동의 1위자리럴 확보할 수 있넌디요...움훼훼훼

옛날에 조명하던 친구넘이 오늘 결혼식얼 헝께 거기 부주좀 하구

필커랑 비둘기 둥지 후원금 10만원씩 내줘야겄다넌 생각얼 하면스롱 집까정 걸어갔슴미다.





집근처에 다다르자

어느 국회의원의 당선사례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넌 거시였슴미다.

[감사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우겔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kinoson
2004.04.17 16:42
삶 자체가 시나료인 철웅성.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니 정말 감축할 일이네요. 술한잔 쏘세욧....할라 했더만..

정말 참새좆 만큼 남은 계약금..그말도 차마 못하겄쏘..그럼 대박 시나료가 나오길 고대하며...이만...

P/S 연출부 자리 괜찮은거 나오면 연락주세요....
Profile
godwin12
2004.04.17 17:03
정말 축하드립니다...!!!
연출부 모임도 알찼던 것 같네요!
다음에는 저도 참석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tls0714
2004.04.18 18:24
으헤헤...축하 드립니다. 감축.......

시나리오 계약서 ...영화사에 있으니 가끔 시나리오를 가지고 오는 분들이 있지요.
저도 글을 끄적이는 놈이고 ...나름대로 고생을 해 봐서 좀 더 친절하게 시냐료를 가져 오시는 분들을 대해 줄려고 노력 하는데
사무실 다른 피디들은 눈치가 약간 귀찮아 하는 것 같더군요.
73lang 님 시나리오 계약 하신것 정말 축하 드리시고 좋은 작품 쓰시길 바랍니다. 또 좋은 영화가 나왔으면 하구요.
님의 글 여러가지가 공감 되는 군요.

학력 졸라 없고 ...줄 및 끈 및 이딴거 하나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기 ...7년 어느새 30이 넘은 나이가 되어있고 빚만 억수
으헤헤..그래도 작년에 시냐료 팔고(?) 피디 한다고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정말 신기하게도 영화사에서 제 시나리오 가지고 하자고 하더군요.)

하여튼 정말 왕창 축하 드리구 제작파트지만 나중에 오프라인에서 한번 뵙도록 하지요.

* 참고로 저도 하소연 팬클럽 "핫소스" 회원 입니다. 으히히히... 설마 핫소스 오프라인 행사에서 만나는거는 아니겠지요....
으헤헤
Profile
pearljam75
2004.04.19 19:36
73lang님, 만세, 만만세!! 축하드립니다!!

시나리오 계약 사건!!

앞으로는 계속 대박인생이길 기원하며...
Profile
tudery
2004.04.21 23:20
그 끊어진 필름... 내가 다 편집해 주랴? ㅋㅋㅋ
왜 연출 소모임에다 안 올리구 여기 올렸누... 하긴 잡소리가 만타만 ㅡ.ㅡ;;

계약 축하는 해줬던 거 같구... 술 쏘란 소리는 못하겠네.
나도 얼마전에 중도금 받어서 좀 나으니까 술먹구 싶음 전화 쎄려라.

글구 나, 조감독 아니라니깐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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