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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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유성

hyulran
2003년 12월 14일 22시 21분 04초 1058
나는 새벽 2시 40분에 일어난다.
그리고 옷을 주섬 주섬 주워 입고 약간 졸린 상태로 2시 50분에 집을 나선다.
참고로 잠이 드는 시간은 보통 자정 무렵이다.
고물차를 몰고 도착한 곳의 시간은 보통 3시 5분.
그때부터 5시 35분까지 줄기차게 어떤 일을 한다.
5시 50분에 아침을 먹고나면 늦어도 6시 10분.
하루 중 이때가 제일 행복하다.
따뜻한 밥과 국이 추운 겨울 한 인간을 이 이상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난 식충이를 자처하며 되도록이면 많이 먹으려고 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간에.
물론 그 밑바닥에는 원초적 행복의 순간을 조금 더 맛보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
물 한방울에도 천지간의 은혜가 스며 있음을 때때로 상기함과 동시에
도망치듯 즐거운 포만감을 느끼며 집에 돌아오면 6시 25분.
요즘은 다른 일이 하나 추가되서 7시가 조금 넘는다.
이런 생활을 벌써 만 3년이 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곳에 갈때마다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대체 거길 왜 가느냐? 그건 주위의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의 공통된 질문이기도하다.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달과 별을 보고 지금 내가 깨어 있구나하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그게 전부 다다. 아니 한가지가 더 있다. 혹시나 어쩌면 UFO를 목격하지나 않을까, 그리고 외계인과
대화를 나누게 될지 않을까 해서다. 물론 농담이다. 반은 진담이지만.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은 유성을 본 것은 바로 그곳에서라는 사실을!
정말 수백개도 더 목격했다.
오늘도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찬란한 빛을 내던 유성 하나를 찰나의 순간에 목격했다.
그 녀석을 본 순간 내 입은 나도 모르게 미키마우스를 무색하게 할 만큼 벌어졌다.
그게 뭐 어쨌다고 물으신다면 할말 없다. 겨우 유성을 보러 그렇게 일찍 일어나나요?
혹시 천문학자나 그런 비슷한 직업을 갖고 계시냐구요? 아니에요.

유성을 목격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면 굳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내 자신이 누구인가를 조금 더 잘 알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말이다.
왜 그런 자각이 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그건 불변의 사실이다.


한 노선사가 좌탈입망을 한 뉴스를 보고 나서 문득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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