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콧물 줄줄 흘리고 똥오줌도 못 가리던 것들이,
이제 나이 좀 들었다고,
콧물 닦아주고 똥오줌 받아준 부모한테 따지고 든다.
거리엔 온통 행복한 사람들.
어려서,
먹을 거 겨우 떠 넣어줘도 잘 씹지도 못하고 더럽게 침 질질 흘리던 것들이,
이제 나이 좀 먹었다고,
먹여주고 침 닦아준 부모를 가르치겠다고 나선다.
거리엔 온통 행복한 사람들.
어려서,
잘 걷지도 못해 뒤뚱거리다 저 혼자 넘어져놓고 시끄럽게 울어대던 것들이,
이제 다리 좀 튼튼해졌다고,
지하철 계단 오르다 중간에 쉬어야 하는 부모님 무릎엔 관심도 없다.
거리엔 온통 행복한 사람들.
어려서,
엄마 품에 안기고, 등에 업혀서 이동하던 것들이,
이제 몸집 좀 커졌다고,
여자친구 업고 방방 뛰면서, 엄마 업어 볼 생각은 해보질 않는다.
거리엔 온통 행복한 사람들.
어려서,
텔레비젼 하나 조작할 줄 몰라 자꾸 엉뚱한 채널로 돌려놓던 것들이,
이제 컴퓨터 좀 만진다고,
인터넷 모르는 부모님은 세상을 모른다, 벽 쌓고 혼자만 재미있다.
거리엔 젠장 행복한 사람들.
어려서,
주사 한 대 맞는다고 엄마 팔 붙잡고 징징 짜고 난리치던 것들이,
이제 그정도 따가움은 참을 수 있다고,
손 꼭 잡아주던, 팔 내주던 최후의, 최고의 버팀목이던, 엄마한테 고함을 지른다.
거리엔 젠장 행복한 사람들.
어려서,
자장면 한 그릇만 사달라고 끈질기게 조르던 것들이,
이제 패밀리레스토랑 좀 가봤다고,
집에만 있는 부모님 냉면 한 그릇 안 사드린다.
거리엔 젠장 행복한 사람들.
어려서,
서로 손만 잡으래도 부끄러운 척 옷소매 잡고 쑈하던 것들이,
이제 뽀뽀 좀 해봤다고,
부모님 첫사랑 따위엔 관심도 없이, 하룻밤 놀잇감 찾아 눈에 불을 밝힌다.
거리엔 젠장 행복한 사람들.
어려서,
아직까지, 한글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는 것들이,
이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 좀 있다고,
알파벳이 점점 낯설어지는 엄마 앞에서, 쓸데없이, '틀린 영어' 내뱉는다.
그 어리던 것들이,
이제 겨우 이십년이나 삼십년쯤 더 살아봤다고,
모든것이 변한 줄 안다.
사실, 변했다....
거리를 지나는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이 아줌마 저 아저씨, 이 할머니 저 할아버지....
모두들 영화처럼 살아왔겠지. 꺼내놓을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겠지.
하지만 진심으로 들어주는 이 하나 없으니, 그냥 그렇게 사라져 가는 수밖에....
난 어떤 날,
6.25를 겪어보지도 않고 철없는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들은 다 죽여버려야 한다는,
강한 헛소리를 늘어놓았었다.
그러므로,
지금 내 목숨이 스스로 위태로울 지경이다.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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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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