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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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간단한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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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5월 01일 00시 07분 53초 1083 15
  간단한 부탁

                                          정현종



지구의 한쪽에서

그의 대한 어떤 수식어도 즉시 미사일로 파괴되고

그 어떤 형용사도 즉시 피투성이가 되며

그 어떤 동사도 즉시 참혹하게 정지하는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저녁 먹고

빈들빈들

남녀 두 사람이

동네 상가 꽃집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의 감동이여!



전쟁을 계획하고

비극을 연출하는 사람들이여

저 사람들의 빈들거리는 산보를

방해하지 말아다오

저 저녁 산보가

내일도 모레도 계속되도록

내버려둬 다오

꽃집의 유리창을 깨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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