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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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이라크전과 분리수거...

cinema
2003년 04월 17일 11시 44분 19초 1148 4 5
이라크전이 화제가 되는 내내 캐나다에 있었다.
이라크전이 시작되기 전에 캐나다에 가서, 바그다드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 왔으니, 뭐 외국땅에서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서울에 있었다면 반전시위에라도 함 나가보는 건데...

오늘 회사로 출근하는 길에 한겨레 신문을 집어 들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참상인가 하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라크전과 그곳의 긴장상태가 무관하지 않기에...
기사를 읽어내려가는데, 눈물이 흐른다.
젠장, 젠장, 젠장...
그곳의 경계가 왜 그리 삼엄한가 물으니 이스라엘 병사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누군가의 자유를 박탈하여 누리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가?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실천적 지식인이지 못한 나는 살아있음, 자유로움에 감사할 수 밖에...

이라크전의 원인을 훑는 많은 말씀 중에 나를 감동하게 한 말씀은 고르바쵸프의 말씀이었다.

이라크전은 과소비가 불러일으킨 전쟁이다.

세계 인구의 5%가 자원생산의 50%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는 우울한 말씀이 뒤를 잇는다. (그 5% 안에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포함된다.)
고르바쵸프는 사람들이 조금만 절제하고 절약했더라면 이라크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지구의 자원은 제한적이고 소비는 멈추지 않는다. 절약과 절제만이 살 길이라는 말씀은 지식인의 통찰 이전에 상식이다.
결국 이번 전쟁도 자원쟁탈전이 아니었던가? 자원을 쟁취하여 이익을 창출하려는,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국가이기주의가 나은 것이 바로 이라크전 아닌가?
고르바쵸프의 말씀을 듣는 순간, 등꼴이 오싹했다.
본질을 파악하는 듯한 선명한 말씀에 놀랍기도 했거니와 나도 그 과소비 5%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섬짓함 때문이었다.  
어차피 몇 년 살지도 못하는 인생, 펑펑 쓰고, 누릴대로 누리고 가자... 해도 그만이다. 그렇게 가고 싶은 놈은 그렇게 가라.
하지만, 나는 다음세대가 걱정된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혜택받지 못한 다수가 맘에 걸린다.(사실 나도 그 다수 중 한 사람이 아닐까...하면서도 누리는 건 대게 많은 것 같다. 헷갈린다.)

사무실에 와서 쓰레기통을 비우는데 그 안에 우유곽, pt 병, 음료수캔... 이런 게 많다.
소히 말하는 재활용 될 수 있는 자원들이다.
재활용 될 수 있는 자원들을 일회용으로 땅 속에 묻어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말했듯이 자원은 제한적이다.
반전이니 평화니 구호를 외치기 이전에 내가 버리는 쓰레기부터 분리수거를 하자.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작은 노력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uni592
2003.04.17 15:41
분리수거 찬성! 영화인들은 정말 분리수거를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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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ong
2003.04.18 15:10
분리수거는 그나마 높은수준의 바람이고, 음.... 음식물 좀 아껴 보는건 어떨까요. 거창하게 고르바쵸프님이나 씨네마님의 세계적 시각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음식물 쓰레기가 한해에 8조원이니 뭐니 아무리 홍보를 때리건 말건, 짜증나는 음악까지 깔린, 어린아이 오염된 물 퍼마시는 공익광고를 그렇게 지겹게 내보내건 말건(이건 생활하수 이야기였나?), 오늘도 절반의 볶음밥, 절반의 자[짜]장면, 절반의 공기밥을 아무렇지 않게 내버리시는 꿋꿋한 당신. 죄송하지만 특히 여자분들, 진짜 식사량이 적은거라면 옆자리 대식가를 포섭하던가, 조금만 달라고 미리 주문을 해보시죠. 그게 아니라 이쁜척 하려는거라면.... 거울 한번 찬찬히 보시고. 술은 왠만해선 안남기잖아요? 딱 그렇게만.
vincent
2003.04.20 02:08
분리수거에서 사기충천했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찌그러집니다.
음, sadsong님.
공기밥은 반이나 남기고, 술은 왠만해선 안남기는... 죽어라 찔리는군요. --;;;
그 참... 먹다 마는거 싫어서 아예 안시키면 나중에 배고파 죽겠고,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그릇 딱 내 앞에 놓고 먹기 시작하면 꼭 중간에 배 부르고, 평소에 남기는걸 본 사람들이 나 배고파 죽겠을 때 막 물어보지도 않고 덜어가고(그래서 차마 말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쳐다보고)... 이 변덕을 어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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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ong
2003.04.20 16:32
그냥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건데요. 그런 가슴아픈 사연들이 깃든 경우에야 제가 어찌....
(호숫가 누룽지도 잘 얻어먹은데다가. -> 지도상엔 '저수지'! )
음, 다른 분들에게도 불가피한 사정들이 있을 수 있다 치면.... 제가 꼬리를 조금은 내려야겠네요. 그 변덕, 어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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