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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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힘 내서 잘못 살아보자구

vincent
2003년 04월 16일 01시 21분 33초 1136 1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
오규원이 이런 시를 썼었던가?
난 대학시절 내내 불량학생이었음에 틀림없다.
오규원 시가 맞나? 갸우뚱갸우뚱...
첨봐.

오늘 하루 내내
밑도끝도 없이 입가에서
맴도는 말들.
괜찮다...괜찮다...괜찮다...
괜찮다......

아픈척하기도 지친척하기도 지겹고 뭔가를 누군가를 탓하기도 역겹다.
그래 나 원래 이래. 기왕 잘못 산거 그래 계속 잘못 살아보자.
항상 오규원 맘에 안 들었는데
요새 정말 맘에 든다.
그래서 시인이겠지.

아...힘내서
잘못 살아보자구.
괜찮아.
괜찮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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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녀석이 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글이다.
정말 오규원 맘에 안들어했던 녀석이었는데...
원래 그렇다, 그 사람과 별개로,
내가 변해서 맘에 들었다 안들었다, 그런거다, 아니 그런가보다.
삶에 대해 함부로 아는 척 하면 안된다. 조심스레 말해야지.
근데,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것도 결국 아는 척 아닌가.
결국, 말을 말아야 되나.

잘못 살까봐 전전긍긍하다가 오히려 계속 더 잘못 살아지는 것 같다.
그냥 콱- 잘못 살아버리면,
그렇다고 세상이 망할 것도 아니고, 뜬금 없는 대범함으로 위로하면 그만이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소통은, 믿음을 전제로 해서 이뤄진다.
친구가 잘못 살아보자,고 해도
그 녀석이 잘 살아보려고 고민하는구나, 그런 믿음.
아쭈, 그래 너 퍽도 그동안 잘 살았다, 이죽대려고 마음먹으면
그건 말하지 말자는 얘기다.
친구가 아픈'척' 지친'척'이라고 해도
정말 '척'이 아니구나, 녀석이 스스로에게 '척' '척' 거릴 정도면
정말 아프고 지친거구나, 그런 믿음.
그 사람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믿음도 소통도 다 불가능해진다.

<후아유>를 오늘에서야 봤는데...
내겐 '인주'라는 인물이 너무 이기적으로 보였다.
세상에 날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는 있구나, 그녀는 그게 기쁜거다.
'멜로'라는 대화명을 쓰는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야만 하는 때가 오면
자꾸만 피해간다.
그녀는 '멜로'를 알아주는 사람이 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까...
우리는 모두 이해받을 때만 기뻐하니까,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니까,
이해하는 척 하곤, 거봐 내 말이 맞지, 으시대기 바쁘니까...
우리는 이런 이기적인 소통에만 익숙해 있으니까...

정말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드는 밤,
어쩌면 계속 잘못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괴로운 밤,
그러면 뭐 어때, 힘 내서 잘못 살아보자,
친구의 글에서 위로를 얻는 밤.

내 오랜 친구는, 멀리서, 날 위로하겠다고 폼 잡지 않고도
위로를 준다. 그래, 그 녀석은 늘 그랬지.
전화하면 잘근 잘근 욕을 하면서도,
그 녀석은
힘 내서 잘못 살자고, 날 눈물 나게 하지.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mee4004
2003.04.16 15:06
글게...오규원님 시 중에 이런 시가 있었나...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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