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개 관련 동호회 가면 재미있는 글이 많다...
그 중...
어떤 개에 관한 글도 모두가
개 소리(개 이야기..)라고 한다.
5월1일...
서울에 갈까 말까 망설이는 데
전화가 왔다.
복실이(집에 있는 개)가 설사를 하고
눈꼽이 끼기 시작했다고...
제길,,,
전주에서 서울까지 2시간 조금 더 걸렸다.
(무슨 개 가지고..
하실 분 있겠지만.. 안키워 본 사람은 모른다.)
처음 얘가 밥을 안먹기 시작했을 때
병원에 데리고가 어지간한 검사를 다했다.
우습게도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디스템프, 일반적으로 치사율이 높은 홍역이란다.
막말로 걸리면 약도 없는 후진국 병이다.
그런데 최초 진단은 위장에
뭔가가 있어 (손톱 만한게.. x-ray 촬영후.)
소화 촉진제를 맞았다. 링겔이랑...
(홍역인것 같다는 데 최초 진단 처방이
소화촉진제 라니...)
여하간 어제 도착한 후
병원엘 데리고 가자
고개를 갸웃 거린다.
즉 이 병원의 모든 예방 접종을 다했기 때문에
홍역이란 병은 걸릴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웬 종일 인터넷을 뒤져 보니
그 병원은 나에게 몇 가지 못해 준것이 있다.)
그런데 오늘 이런다.
"예방접종을 2주 간격으로 얘기했는 데
한달 쯤에 한번오시고
즉 정해진 날짜에 정확하게 접종하지 않아
면역성이 떨어져 그럴수도 있다." 고 한다.
나참...
그래서 2차 병원
즉 병원 부속 동물 병원을 수소문하니 진료 의뢰서가
필요하단다. 그런데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대에 이를수 있다고 한다.
더 황당한 것은
그렇게 해도 완치를 확신할 수 없으며
(1차 원인병을 치료하는 약이 없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가 이겨내지 않으면 어쩔수가 없단다.
지금까지도 비용이 꽤 들었다.
카드가 이렇게 든든할 줄은 또 새삼 실감하는 중이다.
어제 아무것도 못먹은 놈에게
죽을 해먹인다.
입도 대지 않아 손에 뭍혀 주면...
주인 손이라 핥는다.
그렇게 먹인지 몇 번일까?
갑자기 나를 물끄러미 처다본다.
그 눈은 '고맙다.'라는 느낌으로 전해져 왔으며
순간 눈이 울컥했다.
몇일전 파보(무서운 개 바이러스...
치사율 매우 높고, 모든 비용을 들인다 해도 확율은 50 %)일 줄
알고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 왔을 때는
"집에 도착할 때 까지만이라도 살아만 있어라.
내가 널 꼭 살려 주마!" 였다.
하지만...
지금은 늘어가는 비용에
말 안듣는 그 놈에
(지금 발에 링겔을 꽂아 두었는 데
링켈을 뽑으려 하니 몹시도 반항하며 낮게 으르렁 댄다.
주인이라 물지는 않지만
벌써 전신 마취 두번에
링겔도 두번째다.
손으로 잡으려 하면 무서운 고통이 동반하는 것을 알아버린
이 놈은 근처만 가도 기겁을 한다.
눈치가 빨라서.. 놀자고 할때는 좋다고 와도
주사는 정말 싫어 한다.)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오늘 링겔 꼽고 마취가 덜 푸리린 상태에서 집에 오는 데
아저씨들이 그런다.
"개도 링겔을 맞나?"
예.. 맞더군요.
한손에 개줄 잡고 한손으로 머리 위로
링겔 들고.... 내가 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해 봐도 그 모습은
한번도 못봤다....
링겔을 뽑아 주려고 하니 몹시 아프다고 한다.
개라도 작으면 힘으로 라도 제압하겠지만
혹 사진 보신분 있겠지만...
제법 큰 놈이다.
강하게 하면 더 강하게 거부하면
그 주사 바늘이 이놈의 어디를 찌를 것 같아
불안하다.
(오죽하면 수의사도
주사 놓는 데 겁을 내는 데....)
마음이 몹시도 심란하다.
아마 이것은 한국 상황에서 영원한
숙제 일수 도 있겠다.
의학이 제 아무리 발달해도
동물은 동물이요 사람은 사람이다.
사람은 동물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
뭔가 이상이 생겨도 어떻게 할 수 가 없다.
(중간에 일어난 부조리한 어떤 일들...)
인터넷에서 오랜 시간을 검색해보니
나 같은 사람이 꽤 많았다.
우스개 소리로 사이버 동물 묘지를 가보라!
별별 이야기가 많다.
모친은
이제 살아 있는 생물은 가져 오지 마라고 한다.
사실 요 근래에 매일 개 꿈을 꿨다.
이 놈 대리고 산에 가고
동네 돌아다니고...
반항 한번 안하는 충직이었는 데....
혈액검사가 월요일 온단다.
돈도 돈이고...
앞으로 어떻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개에게 백만원 이상을 들여서
개를 살려야 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속된 말로 그 돈이면 한마리 사고 남는다.
그런 생각이 들면 가만히 가서
개를 만져 보면... 이미 힘이 많이 빠진 이 놈...
내 손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그리고 계속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나를 버릴 것인가
나를 구해 줄것인가를 계속 대답을 구하는 듯하다.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어느 수의사 게시판에 가보니
홍역이라는 놈이 걸리면 제일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방법이 없다고 하니까...
혈액 검사가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치료가 끝까지 안될 바에야....
안락사도 생각을 해본다....
하루의 피로가 그 놈만 보면 다 풀렸는 데....
술이 취해오던 늦게 오던 언제나 벌떡 일어나
나를 반겨 주었는 데...
(한 쪽에서는 또 술먹었냐고 그러고 있을 때 큭큭)
산 속에서 물어와 했을 때
번개처럼 달려가서 물어 올때의 그 희열....
동네에서 많이 짖는 다고 소문난 개를
한번에 깨갱하게 만든 이 놈을 얼마나 흐뭇하게 느꼈는 지...
오늘은 닭고기 먹다 남은 것에
쌀 몇 숟가락 풀어 먹인다.
국물만 먹는 다. 처음에는 안먹다가
내가 자꾸 손으로 묻혀 주니까....
나를 다시 한번 보고 그릇을 비워준다.
그리고 얘가 잘 먹나 싶어 또 떠가면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앞 발에 꽂힌 링겔에 역류한 피를 보면
빨리 뽑아 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병원에 전화하니
클로드 포름(개구리 마취시킬 때 쓰는 것)은 없단다.
이렇게 또 하루가 졌다.
여하간... 당분간 아무 일도 못 할 듯 하다....
그 무슨 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