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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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복잡하다.

mee4004
2001년 12월 13일 19시 33분 25초 1160 3 2
세상이 복잡하다.
"판"이라고 말하는 영화계도 복잡하다.

개그콘서트의 누구처럼 누가 떠들어준다.
"리베라메" 라는 영화 있잖아, 그거 원래 "엔젤"이라는 영화시나리오를
거의 베낀거거든, 그래서 소송 걸었잖아,
- 그런데?
- 소송 걸어서 이겼지. 그런데 웃긴게 벌금이 얼만줄 아냐?
  백만원도 안돼.   인제 나도 아예 베끼고 살까봐.
- ....

- 더 웃긴건 베꼈다고 주장하는 그 엔젤이라는 시나리오는
  분노의 역류를 베낀거라는 거야.
- 진짜?
- 대사도 똑같애.
- ....


단순한건지 복잡한건지....
나도 한 소설가처럼 길에서 묻고 싶다.
('길에서 묻다' 라는 제목을 가지고 한때 친구들끼리 말이 많았다.
  땅파서 묻는다는 건지, 질문을 한다는 건지...)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incent
2001.12.14 01:23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모두' 알고 있는 듯
'단정'지어 버리는 것은 폭력이나 진배 없습니다.
그 '떠들어주셨다는' 분은 조금 더 신중하셨으면 좋았을 뻔 했군요.

저도 제 시나리오 읽고 나서 모랑 모랑 합친 거 같다는 둥
이 인물은 어느 영화에 나온 누군가를 연상시킨다는 둥
하는 말 듣기 좋아하지 않지만 더 황당할 때는
'베꼈다'는 혐의를 아무런 고민 없이 뒤집어 씌우는 사람들을
볼 때입니다.

<엔젤>과 <리베라메>의 사건은 저도 아는 분들이 대거 '연루'되어
상황을 '대충' 알고 있습니다.
<리베라메>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의 완성도나 개인적인
호오에 관계 없이 사람들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매도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서 글을 올립니다.

<엔젤>이라는 시나리오를 양윤호감독과 신모작가가 함께 작업했었습니다. 드림써치가 아니라 다른 영화사에서. 그러다 그 영화사와 감독간의 문제 때문에 감독이 손을 뗐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자신의 아이템으로 이제껏 함께(?) 작업을 해왔으니 당연히 자신의 작품이라는 자의적 해석을 내리고 드림써치와 작업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 전의 제작사와 작가는 후에 소송을 낸 것이고요. 그러나, 과정이 원만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누구의 것이라고 하기엔 여러가지 문제로 얽혀 있었고, 당시는 이미 많은 제작비와 스텝들의 노력이 들어간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때이니까요.
여의치 않자, 작가와 그 전의 제작사가 각각 500만원에 약식 기소를 해서 돈을 받아낸걸로 알고 있습니다.
얽히고 설킨 감독과 작가,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저도 중간에서 참 뜨악해졌던 일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무엇이 무엇을 베꼈는가,의 문제가 아니며 '시나리오'를 '함께 썼다는' 것의 해석의 문제, 아이템과 시나리오의 관계의 문제, 스토리와 플롯이 그닥 새롭지 않은 소재를 채택한 장르(?) 영화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유사성'의 범위에 관한 문제 등으로 진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분명히 생각해볼 문제구요. 특히 감독과 작가간에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위 사건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감독이나 작가 제작사가 얽힌 몹시 미묘한 문제이므로 서로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분분할 수 있으므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엔젤>의 시나리오가 <분노의 역류>를 베꼈다는 말은 다소 어이가 없군요. 그냥 누군가에게서 흘려 들은 것인지 정말 읽어보신 분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문제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훌륭한 교사가 와서 아이들을 변화시킨다,는 내용을 다룬 영화들은 어떻습니까. 다 비슷비슷하죠. 흑인이었다가, 할아버지 교사였다가, 젊은 여교사였다가, 선생님이 바뀔 뿐이고, 그 중 유난히 말썽을 부리는 애가 있는데 걔가 사실 선생님의 애정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설정들이 다 비슷비슷하죠. 그렇다면 그 영화들은 다 '베낀' 영화들일까요.

늘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렇다면, 결국 문제는 그거네요. '무엇을'이 새롭지 않다면 '어떻게'라도 새로워야한다는거. '베낀다'는 말 싫지만, 젤소미나님 말대로 베낄려면 '잘' 베끼는 수 밖에.

횡설수설했지만, 생각해볼만한 사례인거 같아 장황하니 적어봤습니다.
정확하지 않은사실에 대한 모호하고 자의적인 재단과 단정, 폭력입니다.
(이상, 빈센트의 캠페인이었습니다. ㅡㅡ;;)
Profile
jelsomina
2001.12.13 22:10
그래서 리베라메가 좋은 영화일까요 ?
관객이 즐겁게 본 영화일까요 ?
감독이 배우들이 만족한 영화일까요 ?
제작자가 만족한 영화일까요 ?

그럴수도 있구 아닐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엔젤이라는 영화는
훌륭한 모습으로 나왔을까요 ?

???
아무도 모릅니다 .

베끼기라는것은 모방이라는말의 다른 모습이겠죠
모조건 모방이라는걸 싫어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게 모르게 다 누군가의 무엇인가를 모방하고 있으니까요

하늘아래 새로운게 없다는 말도 있지요

엔젤이라는 시나리오를 쓰신분이
리베라메의 시나리오를 쓰신분이
보시면 화를 내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엔젤도 리베라메도 그 시나리오를 본적이 없습니다.
뭐 살다보면 어디나 불이 나고 .. 그 상황에서 쓰는 말들이 비슷할수도 있겟지요...

분노의 역류를 모방한 엔젤, 다시 엔젤을 모방한 리베라메가 아마 훌륭한 영화였다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겁니다
아마도 그 분노의 역류도 무언가를 모방했을테니까요

모방을 통한 새로운 모습 만들기 ... 전 이런건 나쁘지 않은것 같군요
저 역시 많은 영화들을 머리속에서 모방하고 변형하고 그러니까요

쓰고보니 똑같더라
이런거 가능합니다. 그런 예가 참 많죠 ..
곡들도 일정 소절이 아주 똑같은게 많으니까요 ..
베낀것들도 있을것이고 우연히 같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
결백할수 있을까요 ?
저는 사회가 사회를 모방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다르게 생각해보면 다 비슷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생각이 문화를 만들고 그게 전해지고 다른 문화를 낳습니다
저는 그냥 배낄려면 좀 잘 베겨라 .. 이런 생각입니다.

헐리우드가 홍콩 무협을 너무 잘 베끼니까 좀 셈 나던데요
좋은걸 보면 배우는것도 아주 큰 장점이죠

예전에 세계사 시간에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로마는 호수다
로마 이전의 모든것은 로마로..
로마 이후의 모든것은 로마로 부터 ...

중국에게도 같은 말을 대입할수 있죠
모든것을 포용하는 중국..
모든것이 중국화 되버립니다 중화...

요즘은 미국이 그렇죠..
다 미국걸로 알지만
사실 알고보면 그렇지도 않죠
미국건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미국요리라는것 하나 변변하지 않으니까요..

받아들임의 문화 ..그런 것이 오히려 미국적인것 같습니다
다 받아들이고 양질의 것만 살아남기는 ...
그리고 다시 메이드 인 미국의 이름으로 수출하는 ...

이것이 진짜다 라고 받아들인것들..
그것도 아류일때가 많고 ...변주에 지나지 않는것일때가 많죠
패션이 그렇고 음식이 그렇고 건축양식이 그렇고
음악...예술 사조.. 사상..이 그렇습니다

사방에 깔려있는 원조집들 ..
진짜를 찾아헤매봐야 진짜는 없죠..

된장의 원래 모습이 콩이라는 것밖엔 잘 모르겠네요 전
된장인지 ?인지 찍어먹어봐야 구별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읍니다 ..그냥 개인적인 바람.

변형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의 문화를 수용하고 ....
그저 좀 나은 모습으로 바꿀수 있는 ..
그저 내것만 고집하지 않는 분들이 되시길..

이게 뭔 소린지 나두 몰겠네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버린것도 같구 아닌것두 같구












mee4004
2001.12.14 02:59
내가 이글을 쓴것은...

네명이 앉아서 이 이야길 듣는데, 그 중에 누가 그랬습니다.
"뭐 충무로에서 그게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네.."

답답한 생각이 들어 쓴건데.
모방도 정도가 있고,
영화판에도 지켜야할 예의가 있다고 생각해서,

오래전에 친하다고 생각하는 모 감독이랑
준비하는 작품얘기 끝에
제가 쓰고있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잘 안풀린다는 말과 더불어.

다음해인가 제가 잠시 영화를 접은 사이,
그 감독님 상당히 비슷한 구성의 시나리오로 상을 탔습니다.
아는 동생들이 흥분했지만...웃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뒤로 그 감독님하곤 서먹서먹 해졌지요.

"하늘아래 새로운 거 없다"
"영화사 100년에 뭔들 새롭겠냐"
공감합니다. 인정하구요.

하지만,
그 말이 뒷통수를 치는 변명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은 글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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