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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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친구..

vincent
2001년 10월 06일 03시 32분 28초 1027 2 10

친구.
추적거리는 새벽길을 걸어본 것이 언제인지.
친구, 네가 비추어준 옥탑방 불빛이 그립다.
빗줄기 새로 부채살처럼 뻗쳐오던 그 불빛들이 그립다.
나는 비척대며 그리움 새를 잘도 피해 집을 찾는다.
네가 있는 곳은 너무 멀어 내 한숨이 닿지 않는다.
하아- 닿지 않아서 안심하는 내... 피로.

친구.
늘 구부정한 내 어깨 위로 타앙- 청량하게 울리던 네 손짓이 들린다.
나는 아프게 웃어도 네 손짓이 그립다.
나이의 고개들을 함께 넘어 우리 무릎도 함께 저린데
너는 왜 내 옆에 없는지
나는 구부정한 어깨가 시리다.

친구.
네 지루한 연애담이 도돌이표로 몇 번씩 반복되는데.
그 때마다 네 음성이 아니라서 낯설다.
아, 그래... 이제까지 그게 니가 아니라서
내 몸은 다 잘못 대답했다.
그래도 친구.
넌 내게.... 다 콜록거렸잖아.

친구.
난 오늘 네 생각으로 하늘을 채워넣었다.
그래서... 고마워.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1.10.08 16:55
역쉬... 한 편의 시군여. 구부정한 어깨가 아니라 설마 옆구리가 시리지는 않은 건지 ㅎㅎㅎ
vincent
글쓴이
2001.10.10 03:49
제 옆구리엔 늘... 든든한 두 돌 박이 조카가 도사리고 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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