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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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5/7 8시35분

꿈꾸는자
2001년 07월 17일 16시 15분 10초 1394 13
언젠가 우리교수님과 홍보영화 일을 같이 할때 일기 예보에다음날 비온다고 했는데 야외촬영이었다. 그때 하신 말씀
"너 또 어떤 사고 칠꺼냐?"
난 오늘 또 사고를 쳤다.
인천공항- 타이페이- 방콕- 프랑크프루트 이렇게 경유해서 가는데 나만 인천공항- 방콕-프랑크프루트 이렇게 방콕만 경유해서 가는 줄 알고 있었다. 방콕에서 프랑크프루트 티켓팅하고 보딩하는 시간까지 50분 밖에 안되서 난 정말 빨리 내려서 transfer만 바라보면
갔다. 어설픈 영어로 타이항공 프랑크프루트 도착 뭐 이러면서 얘기했다. 나보고 기다리란다. 시간이 없는데.. 내내 전전긍긍하며 기다리기를 10분쯤.. 더 짧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비행기 놓칠까봐 (티켓팅을 해야기다려주니까) 얼마나 긴장했던지. 자꾸 프랑크프루트만 외친다. 박정숙. 모멘트 자꾸 얘기한다 아가씨들이..
그러다 기다리니까 한 여자분이 왔다. 날 데리러 온거다.
여기가 타이페이란다. 아임쏘리, 아이 미스테이크 방콕 뭐 이러면서 어설픈 영어로 얘길했다. 얼마나 그녀가 고마웠던지.
죽겠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늘도 난 사고를쳤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내내 한국어를 못 알아 듣는다고 외국어라고 최면을 걸었었다. 그 때 어느순간부터 윙윙대는 소리로 들렸었다.
근데 지금은 진짜 윙윙이다. 한국인이 아무도 없다. 지금 내 눈엔 아무도 안보이고,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다.
지금 모든게 낯설다. 근데 너무도 이상한건 인천공항을 떠날땐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살아서 돌아오기를.웃긴 박정숙)
지금은 웃음이 나온다. 역시 난 큰 일에 강한 아이.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쯤으로 기억한다. 그때 아빠가 사업을 하셨는데 엄마가 거래처에 갔다줄 육백만원 현금을 신문에 똘똘말아서 휴지통에 다 넣어 두셨다. 도둑 맞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근데 그 날 우리언니방에 가구를 들이고, 김장을 했다. 그래서 쓰레기가 많았는데 일 마치고 부모님은 절에 가시고 언니가 나보고 쓰레기통 좀 비우라고해서  방마다 쓰레기통을 모아서 우리집에서 쓰는 도라무통 쇠로 된 큰 통에다 버렸다. 언니말 잘 듣는 정숙이.. 그런데 깔끔뜨는 우리 엄마 밤에 그 통에다 불을 질러 쓰레기를 태우셨다.
그리고 새벽이 왔다. 부모님이 일하시러 나가시려고 엄마가 돈을 찾다 날 깨우셨다. "정숙아! 쓰레기통 비웠니?" "응 낮에 청소한다구.."
엄마는 그 순간 정신을 잃고 쇠통으로 가시고 다 타서 재가 되어 버린 그 돈을 보며 기절하셨다. 난 순간 너무 놀랐지만 꿈이려니 너무 잘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집이 난리였다. 원래 돈은 타면 흰색으로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은행가면 밖으로 나가지 않은 돈이라 바꿔준다고 했다 근데 우리집에 수산물 작업할때 쓰는 물건이 그 돈 사이로 들어가서 우리 돈은 흰 가루로 남았다.
난 그 날 너무도 잘 잤다. 지금 눈이 따갑다... 침울해진 정숙이.)
난 역시 큰 일에 강하다.
작은 오기가 올라온다. 자꾸 웃음이 난다. 오늘 내내 혼자 있는 시간에 끌쩍거린다. 이번 여행에서 사진은 많이 못 찍는 한이 있어도 글은 많이 쓰리라 다짐한다.
재밌다. 주책없이, 실없이 웃음이 난다.
박정숙 두려워하지 말자. 두려워하면 갇혀버린다.
울음과 웃음의 교차점. 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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