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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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이상한 나라로 간 나

내 순수한 맘
2000년 07월 11일 18시 22분 41초 1535
어제 이사를 했습니다.
원래 살던 집에서 고작 세 정거장을 더 들어가는 곳인데, 그 거리가 어찌나 낯설어 보이든지..
이삿짐을 정신없이 옮기고 12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베란다에 붙어있던 우리들(나, 언니, 아빠, 포장이상꾼들, 아줌마)은 모두 달콤한 향내를 맡았습니다.
음....저 멀리에서 불어오는 과자 향 내.
우리 새집은 L모 과자 공장에서 날아오는 달콤한 냄새에 휩싸여 그렇게 둥둥 떠 있었습니다.
비록 이사때문에 회사에 가려면 지하철과 버스를 세번이나 갈아타야 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앞으로 향후 2년 동안 과자 냄새를 맡으며, 그렇게 살 겁니다.

갑자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났어요.
빨간 장미만 좋아하는 여왕과 말하는 토끼가 사는 이상한 나라.
그리고 또 헨젤과 그레텔.
과자를 탐내다 그 아이들은 마녀에게 잡히지요.

무슨 상관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생각이 났어요.

더워서, 피곤해서 잠을 못 자구 내 방에 누워있는데, 저 과자 냄새에 너무 빨리 질리지는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나더군요.
사람 참 간사하죠?
처음엔 굉장히 좋았는데..

아 배달한 짜장면이 왔어요.
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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