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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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따귀맞기

젤소미나
2000년 04월 30일 00시 23분 28초 3115 1 13
  
특별히 맞춘 운명이
스스로의 속도와 주기로
인간을 찾아옵니다.
호된 따귀 한 대가
이번에도 찾아왔습니다.

자, 괜찮습니다.
산다는 일이 원래 그런 것.
얼추 올 때가 되었던 따귀였고
살짝 피하는 데 실패했을 뿐입니다.

운명은 거의 표적을 맞춥니다.
으스대던 얼굴이 한 방 먹으니
팡, 하고 큰소리가 난 것뿐
치면적이라고 할 정도의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편리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으니
자, 추스르고 일어나세요.

호수의 물결은 잔잔하고
저 멀리 산들은 눈에 덮였습니다.
햇볕이 따사롭고
새들이 지저귑니다.
왜 이렇게 호된 따귀를 맞아야 했던가를
한 번 짚어 볼 필요야 있겠지요.

운명은 오늘과 마찬가지로
이후에도 가끔 놀리고
호되게 때리기도 하겠지요.
맞으면서 조금씩 영리해지는 법입니다.
아직은 두들겨 맞을 일이
한참은 남아 있고
그리하여 어느 날
결정적인 타격이 찾아옵니다.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ERICH KASTNER-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image220
2003.12.12 21:59
어렸을 때 에리히 케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을 읽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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